김정일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키기 전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금년 초부터 김정일 독재집단은 자신들의 통치가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 틀림없이, 김정일은 통치수단이 부족하거나 기존의 통치수법으로는 체제를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지금 북한의 말단단위 관리들까지 “지금 사람들은 통제수단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외우고 다닌다.

특히 작년 12월에 강행한 화폐개혁은 주민들의 인식 속에서 김정일 독재집단의 ‘위상’을 지워버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화폐개혁으로 극심한 피해를 본 것은 비단 일반 주민들뿐만 아니다. 간부계층을 포함한 북한 사람들 대부분이었다. 최근, 특히 화폐개혁 이후 북한 사회에 만연한 것이 패배주의와 험악해진 민심.

그것은 김정은의 후계자 등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 주민들 심지어 보위 보안 계통의 요원들까지 자기들끼리 술좌석에서는“이제 서른 살도 안 된 고게 무얼 안다고”라고 수군거리며 김정은의 후계자 등극에 환멸을 표시하고 있다. 원래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내부통치에서는 빈틈이 없는 김정일에게 불리하게 변하는 북한 내부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을 것.

사실 김정일에게 제일 현실적이고 위협적인 위험은 외부세계의 간섭이나 압박이 아니라 북한 내부의 변화, 즉 반 김정일 감정과 요소가 수면 위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것을 잘 아는 김정일에게는 북한 사회 전체를 긴장 경직시키는 어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을 것이었다. 결국 천안함 사건은 즉흥적이고 비논리적이며 비정상적인 김정일의 말기증상이 만들어놓은 범죄이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키고 얻을 것은 무엇이고 잃을 것은 무엇인가? 물론 예전과 다른 한국의 강경한 자세 ‘덕’에 김정일 독재집단은 지금 막다른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김정일에게 차려지는 이익도 적지 않다. 그 이익이라는 것이 다름이 아니라 북한 사회를 결집시킬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한가지만은 분명 김정일의 뜻대로 된 것이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자인 김정일이 이익을 만들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김정일 독재집단은 북한 주민들을 찍소리 못하게 묶어놓는 호전적인 정세악화로 북한 내부의 반 김정일 기운과 요소들을 눌러놓고 있다. 한마디로 정세악화가 김정일에게는 북한 내부를 ‘뜻’대로 만들어놓는 계기와 기회로 이용되지만, 북한 주민들은 더욱 열악한 생활난에 허덕이며 비인간적인 김정일의 독재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김정일에게는 강력한 독재를 실시할 구실이 생기고, 북한 주민들은 인권유린의 원산지라고 말할 수 있는 독재에 찍소리 못하고 복종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정세 악화로 북한 주민들에게 차려지는 것은 인권유린뿐이다. 긴장된 정세에 호응하지 않으면 탄압대상이 되고, 긴장한 정세에 호응하려면 사회경제적 활동의 자유와 삶을 위한 노력도 스스로 위축해야 한다. 여기에서도 명백해지는 것은 한국의 대북정책에서 김정일 일당과 북한 주민들을 분리해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문제의 주체는 북한 인민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솔직히 한국 사회에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각성하면 그들은 북한의 미래를 위해서 서슴없이 희생할 것이다. 결국 북한 문제의 해결은 북한 인민들을 하루빨리 각성시키고 그러기 위해 그들을 성의껏 지원해줘야만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북한 인민들을 지원해준다는 내용에는 어떤 것이 포함되겠는가. 평양에 김정일 독재집단이 틀고 앉아 있는 한 북한 인민들에 대한 물리적 지원은 불가능하다. 가능한 것은 정신적 지원이다. 북한 인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힘을 주는 것, 한국은 북한 인민들을 항상 잊지 않고 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 북한 인민들에게도 벗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정신적인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확실히 필요하고, 능히 가능하며, 인류보편적인 가치인 북한인권법이 편향적인 일부 세력에 의해서 국회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이 북한 인민들의 불행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며, 그들의 불행을 해소하거나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북한인권법이 배제된 대북제재는 단순한 보복에 불과하다. 단순한 보복이라는 말은 미래지향적인 것이 결여된 단순한 결별뿐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국면에 돌입한 지금 북한인권법 국회 통과는 더욱 필수적인 것이다. 제재는 김정일 독재집단에게, 북한 인민들에게는 한국 사회가 그들을 걱정하는 벗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진선락 기자 dmsgur325@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