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가을, 휴가차로 고향에 갔다가 부모님께 도움이 되려고 산에 도토리를 따러 갔다가 봉창관리소 경비병들에게 단속되어 신분 확인을 위해 면회소에 강금 되면서 그 속에서 노동하던 정치범 여성들의 모습을 2부에 걸쳐 소개한다.
여자 죄수들 2)
머리를 돌렸을 때 나의 시선에는 수십 명 가량의 죄수복을 입은 여성들이 배추를 수확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늘고 여윈 몸매에 휘청거리는 그녀들은 낫과 호미를 들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지만 때때로 주위를 살피며 입에 뭔가를 집어넣고 있었다.
배추를 먹고 있는 그녀들은 보위원에게 들킬 것이 두려워 배추 잎을 주먹으로 꼭꼭 다진 상태에서 한입 넣고 씹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기간을 눈치와 배고픔에 싸웠는지 그녀들 앞에서 먹을 것이라면 배추에서 시작해 배추벌레들까지도 순식간에 초토화 될 것 만 같았다.
한참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변소(화장실)에 가는 여성들도 있었다. 그들이 가고 있는 변소는 헌 담요 조각으로 사람 키 절반 정도로 가려져 있어 일을 보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이 한눈에 관찰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소달구지 하나가 들어오면서 그녀들은 수확한 배추를 달구지에 실었고, 남은 배추는 새끼줄로 엮어 크게 단을 만들어 양속에 하나씩 들고 있었다. 보위원이 오면서 여성들은 그의 지령에 맞추어 줄을 섰다. 갑자기 보위원은 한 여자에게 달려가 머래 채를 쥐고 흔들며 욕설을 퍼부었고, 그 상황에서도 여성들은 계속해서 보위원 몰래 배추를 먹고 있었다.
이것을 보고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며 정치범이 아니었다면 어디선가 아름답고 행복했을 한 가정의 여성들이건만, 정치범이라는 이유로 하루 14~16시간 처절한 집단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들에게서 아름다움은 이미 멀리 사라지고, 배고픔과 고된 노역 속에서 이미 정신을 상실하고, 여성으로서의 고상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여성들을 보며 군인이었던 나 자신이 정치상학시간마다 군인들에게 참다운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고 역설하던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독재체제에 대한 증오심과 이런 사회에 대한 대변과 선전 역할을 해온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다음에 계속)
탈북자 이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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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0-11-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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