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뉴욕타임즈가 의뢰하고 북한민주화운동본부에서 마련한 8명의 북한주민 인터뷰 내용입니다. 이 인터뷰는 여권을 가지고 중국으로 나왔던 문자그대로의 '북한주민 인터뷰'로 이름과 거주지 등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두번째 인터뷰-
                           최영호
 
"작년 말에는 한 사람 건너가는데 100원이었는데, 이젠 1.000원입니다.
도강 자 한 명 잡으면 입당까지 시켜준단 말입니다.
휴가도 주고 당에 입당도 시켜 주고요.
작년에 500원씩도 했고, 어째든 지금은 1.000원인데, 부르는 게 값이에요.
그래도 자기 목숨 날아갈 까봐 거절합니다.
왜냐하면 군인들이 도강 자들을 (중국으로) 넘겨줬는데
그 사람들이 한국으로 가면, 그 군인들은 목이 날아가는 거죠.
사람들이 군인들이 보내줬다고 다 말하니까요."
 
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답: 최영호 (가명)입니다.
 
질: 지금 북한에서 사는 곳이 어디인가요?
답: 무산군 남산이요.
 
질: 무산에서 학교 졸업하고 군대 가셨나요?
답: 네, 저희들이 다닐 때는 성천 남자 고등학교였는데, 현재는 영웅중학교로 이름을 고쳤습니다. 군대 갔다 와서 담임선생님도 만나봤더니 학교이름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거기서 6년 학교 다니고 남산 인민학교를 4년 다녔습니다. 그리고 군대 제대하고 고향에 왔지요. 고향에 와서 광산에 배치를 받아 일했습니다. 군대 갔다가 오니 식량 사정이 곤란하고... .
 
질: 군대에 제대하고 돌아온 게 몇 년도였나요?
답: 89년도에 나가서 96년도에 돌아왔습니다.
 
질: 남자들은 군대에 다 가야 하나요?
답: 조선에서 군대는 의무제입니다. 군사동원부에서 신체검사를 받는데 합격만하면 군대에 갑니다. 물론 표준 키, 몸무게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총 못 쏘는 사람들 데리고 갈 수 없으니, 신체검사 기준이 있습니다.
 
질: 10년인가요?
답: 네, 10년 안에 적응을 못해 생활 제대하는 사람도 있고 병이 나서 제대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질: 그럼 군대에서 무엇을 하셨나요?
답: 한국하고 군사분계선이 있는 곳에서 경비를 섰습니다. 한국과 우리가 대치해 있는 곳이요.
 
질: 무서웠나요?
답: 처음에야 무서웠지만 겨울에는 거기서 한국이 보이는데 여름에는 안 보입니다. 여름에는 풀이 많아서요. 겨울에는 하얀 눈이 쌓이니깐 거기서 하는 게 보이고 우리도 보인단 말입니다. 그때 군대 생활하면서 한국에 대한 생각 보다는 자기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나라사정이 그렇고 백성들은 굶어 죽다시피 하고요. 제 가족도 그렇고 저희 부모가 정말 한심합니다. 제가 돌아올 때 군대 배낭으로 쌀을 한 되 메고 왔는데 그것을 며칠이나 먹었겠습니까?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이 들어서 음식도 못하지, 누이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누이 혼자 힘으로 매부와 함께 부양했습니다. 당시에는 기름 도 없고 배급도 안 되고, 그렇다고 집에 돈이 있어서 장사를 할 수 도 없고요. 그래서 저도 생각 하다 못해 중국 얘기를 들었죠. 그래서 그 사람 만나서 같이 장사란 걸 해 보자 싶어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질: 그 때 는 무산 광산에서 일은 안 하신건가요?
답: 했죠. 그래서 구리를 동무와 같이 둘이서 몰래 가지고 중국으로 갔습니다. 그걸 주니 중국 땅에 와서 처음으로 술을 주 길래 앉아서 마시고 올 때 는 옷 보따리 하나를 줬습니다. 매우 좋은 옷들이 가득했고 (저는) 갖고 싶은 옷들을 많이 가졌지요. 하지만 제 동무는 벌써 중국을 많이 왔다 갔다 해서 옷보다는 강냉이나 옥수수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집에서 옥수수 한 배낭 주더라고요. 저는 욕심나서 옷을 먼저 가졌지만 옥수수를 보니 옷도 가져가고 싶고 옥수수도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힘도 없고, 강도 건너가야 하고... .
 
질: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답: 강냉이를 가져갔죠.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그 사람들한테는 또 오겠으니 그 옷을 누구한테도 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실 무산에서 구리를 갖고 다니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처음이었지만요. 조선에 와서 강냉이 절반은 집에서 먹고 절반은 팔아서 다시 구리를 샀죠. 구리를 사는 사람들 통해서 3일 날에 가기로 했는데 이틀 전에 먼저 갔죠. 약속도 없이 갔습니다. 가면 경비병들에게 돈을 줘야 한단 말입니다. 사실 우리가 아무리 힘들게 연선을 넘어 가도 떨어지는 게 얼마 없습니다. 그거 건네주고 군인들에게 50원씩 주니까요.
 
질: 북한 돈으로 50원인가요?
답: 중국 돈 50원이요. 그리고 한번은 돈이 조금 있어 (중국으로) 건너 가 그 날 저녁에 다시 건너 왔는데 조선 군대가 약속 지키지 않은 바람에 그 집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그 집이 딱 두만강 옆이라 중국공안이 수색할지 몰라 강변에 가서 숨어있었습니다. 거기서 화룡에 사는 중국 사람을 만났죠. 그 사람이 화룡에서 자기 심부름하나 해주겠는가 묻더라고요. 뭔가 했더니 조선에 가서 도자기 골동품을 가져 올수 있는가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져 올수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가져온다 했습니다.

질: 그게 몇 년도인가요?
답: 1999년도요. 그 사람이 나를 처음 만나서 나도 그 사람이 모르고 그 사람도 나를 모르는데 자기가 돈 대주겠으니 갔다 오라 했습니다. 당시 중국 돈 1.500원을 줬습니다. 그때 중국 돈 100원당 2.500원이었으니깐, 3만원 돈 넘는단 말입니다. 그 돈 갖고 강원도에 제가 있던 곳으로 갔습니다. 골동인지는 몰랐지만 거기서 접시하고 몇 가지 물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병풍도 하나 가져왔습니다.
 
질:누가 골동품을 사나요?
답: 개인 집에서 싼 값을 주고 사는데, 어느 집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 집에 들어가서 유심히 보고 공부도 좀 하고 그 쪽으로 정통해야 하거든요. 예컨대, 그 집에 있는 도자기가 모조인가 진품인가도 알아야 하고, 가격도 알아야 하고, 양반자기인가 쌍놈자기인가도 알아야 합니다.
 
질: 사람들이 돈이 필요해서 도자기 골동품을 판 건가요?
답: 글쎄, 당시에 사람들은 그게 중요한 물건인지도 모르고, 또 돈이 더 필요하니까요. 돈이 왜 필요 하냐면요. 강원도는 감 농사를 해서 감과 식량을 바꿔 먹는데, 감이 없는 집은 장사를 할 수 밖에 없죠.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유품이라 하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먼저 배불러야 하잖아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요.
 
질: 식량난으로 어쩔 수 없이 (골동품을) 팔았단 말 이죠?
답: 그렇죠, 그래서 제가 그 골동품을 가지고 중국 사람을 만났거든요. 만나서 거기서부터 내 인생의 첫 발이 시작되었죠.
 
질: 그 중국 사람은 조선족 이었나요?
답: 네, 조선족이었어요. 그 사람 만나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사람이 내가 훗날에 “나를 왜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 많은 돈을 줬나? 그 돈을 떼어먹거나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뻔했나?” 고 물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는 장사하는 사람이고 제가 그 돈 갖고 떼어먹어도 얼마 못산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고 했습니다. 아무튼 두 달 만에 그 사람을 찾았죠. 제가 가지고 온 물건 다 가지고, 더러는 팔게 있고 더러는 못 팔게 있었지만, 옷도 다 새로 입혀주고, 갈 때 는 요구하는 물건도 다 해주고 정말 잘 해주었습니다. 제가 가져온 골동품들이 그렇게 큰돈이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나한데 무엇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잘 해주더라고요. 그 사람 덕분에 중국 땅에 첫 발을 잘 내디뎠죠.
 
질: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요구 하셨어요?
답: 제가 다시 북한으로 갈 때 전에 봤단 옷들과 녹음기 카세트, 그리고 식량과 경비대에게 줄 돈도 한 천원정도 쥐어 줬습니다. 많은 걸 해 줬어요.
 
질: 식량은 어떤 것이었나요?
답: 입쌀이요.
 
질: 그 이후로 계속 그 사람과 거래를 했나요?
답: 그 후부터 그 사람하고 연결되어 송이 밀수도 하고, 일본에서 들어 온 자동차를 다시 중국으로 되팔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제 인생에서 큰돈을 쥐고 큰 장사를 하기 시작했죠. 일주일에 한번씩 혹은 두 세 번씩 왔다 갔다 하면서 장사하기 시작했는데, 2000년도 9월 13일 날에 도강하다가 또 체포 됐어요.
 
질: 어떻게 체포 되셨어요?
답: 토성에서 잠복근무하던 조선경비대한테 잡혔어요. 새벽 2시경에 집으로 가는 중에요.
 
질: 어떻게 잡히셨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답: 두만강 건널 때, 그 사람이 나서서 (저를 ) 국경경비대 중대장이나 소대장급 사람들에게 넘겨주면 그 사람들이 데려다 줘서 산길로 다녔단 말입니다. 그 산길로 가다가 다른 구간에서 잠복근무 서 있는 걸 몰랐단 말입니다. 거기서 잡혔지요.
 
질: 어느 구금 시설로 가셨어요?
답: 감옥에 갔어요. 함흥 25호 오로, 함흥 오로 영광군에 있는 감옥에 갔지요.
 
질: 몇 년형을 받으셨나요?
답: 1년이요. 거기서 많은 고생과 고통을 겪으면서 죽지 못해 살았습니다.
 
질: 꼬박 1년을 채우셨어요? 대부분 사람들은 형을 다 채우지 않던데요?
답: 그건 단련대만 그렇습니다. 1년간 감옥생활하고 형기 채우고 나왔죠. 나왔는데 집에 오니 이전에 조금 벌어 놓은 돈을 보위원 들이 몽땅 회수해 간 겁니다. 집에 가니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살 길 찾아 다시 중국으로 가야했단 말입니다.
 
질: 부모님은 당시에 살아 계셨나요?
답: 제가 잡혀가도 부모님들은 먹고 살라고 그리고 나도 먹고 살려고 남겨둔 돈인데 다 걷어 가고 없으니깐...... . 자기 집은 없지, 그러니 와서 또 빌어야죠.
 
질: 부모님과 누이는 있었어요?
답: 있었지요. 저는 도망쳐 나와서 한 달간 몸을 추슬렀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거기서 나올때 부축 받어 겨우 나왔습니다. 허약이 와서 뼈밖에 안 남았었는데, 집에 와도 치료해줄 형편은 못 되었습니다. 집에 와서 딱 스무 날 만에 비가 치덕치덕 오는데, 2001년 7월 20일이었을 겁니다. 벌벌 기다시피 해서 두만강에 갔습니다. 김수일 이라고 제 형님 되는 사람을 두만강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형이 저를 보고 말렸지요. 그래도 제가 중국 가겠다고 하니, 그럼 자기가 데려다 주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 형이 저를 데리고 두만강을 건너는데 비가 세게 와서 물이 불어 제가 떠 내려 가다시피 했습니다. 그 형이 저를 건져 거기서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비 다 맞고, 다음날 12시 되어 도착했습니다. 새벽에 걷던 중에 중국 유신이라는 곳에서 조선족 분이 새벽에 나왔다가 우리를 보고서 너무 비참해 보이니깐 자기 집에 데려가서 밥도 먹이고 저는 감기 걸려 하루 누워 앓았습니다. 그리고 같이 밀수 했던 조선족한테 전화했더니 다음날 왔습니다. 제 몰골이 너무 한심하고 비참하니깐 자기 집에 데리고 갔습니다. 산으로 올라가서 한 두 달 동안 정말 안전하게 있으면서 쇠고기 먹고 몸 보신 하며 치료받았습니다. 그렇게 서너 달 몸 추스르고 12월 21일에 다시 북한으로 건너갔습니다. 몸 다 추슬러 24일에 (고향으로) 가니깐 감옥에서 저를 많이 찾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기 먼데 가서 몸 치료하고 몸 보신하고 돌아왔다고 하니 빨리 출근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몇 일 출근했는데 아니 되겠다 싶고 점점 몸도 허약해지고 집에 식량도 떨어지고 하여, 1월 5일에 다시 중국으로 갔습니다.
 
질: 중국에 와서 다시 밀수 하셨어요?
답: 네.
 
(다음에 계속)
 
정리 ) 한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