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공장, 기업소들이 연료 및 원료 난으로 문을 닫자 노동자들은 사실상 무직업자나 다름이 없었다. 이들은 먹고 살기위해 소위 ‘비사회주의’행위를 하면서 자전거를 세우기 무섭게 훔쳐가거나, 염소를 옆에 놓고 곁눈만 잠깐 팔아도 훔쳐가는 등의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
 
또 협동농장의 소(牛)에서 시작해 옥수수 밭의 옥수수까지 마구잡이로 도둑질 했다. 이에 보안 원들도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보안 원들이 바쁜 나날에 비하면 월급은 4~6천원밖에 안 된다. 강냉이 1킬로그램에 1,500원 입쌀 2,500인데(2009년 10월 기준) 한 달 노임으로 쌀 2킬로그램도 채 못사는데 이들은 어떻게  이밥(쌀밥)을 배불리 먹고,  한 곽에 1,500원정도 하는 담배를 피우며 고급술을 마실 수 있을까?
 
그러면 범죄자는 누구이고 재판관은 대체 어느 사람인가? 북한은 매해 ‘비사회주의 검열’이라는 것을 한다.국가에서 주는 월급으로 생활하는 보안원은 하나도 없다. 이에 국가는 법관들을 먹고 살 수 있게끔 기회를 조성해준다.
 
 2007년 가을 나는 청진에 나갔었다. 하루는 수남 장에서 보안원과 함께 몇 백 명의 젊은이들이 순식간에 장마당 밖을 둘러싸는 것이다. 그리고는 대형 트럭을 갖다 대고 장사꾼들의 짐을 마구 차에 싣는 것이다.
 
순간 대 아수라장이 되었다. 짐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사람, 마구 차고 때리고 하여 짐을 빼앗아 차에 싣는 사람, 두 시간 넘게 벌어진 싱갱이 끝에 웬만한 보따리를 가졌던 사람이던, 장사꾼이던 서민이던 관계없이 짐을 빼앗겼다.
 
드디어 메가폰을 쥔 보안원이 연설이 시작했다. “지금 미제국주의자들과 그 앞잡이들은 우리 사회주의 제도를 허물어 보려고 황색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서는 미국, 일본, 심지어 남조선상품까지 몰래 매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없애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는 한참 동안 앞뒤도 맞지 않는 소리를 줴쳤다.
 
사람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지금 국산품이라면 양말 한 조박 있는가, 실 한 오리도 나라에서 생산하는가. 뭘 입고 뭘 쓰고 살라고 저러는가?) 그러나 정작 나서서 반항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괜히 짐을 빼앗긴 상태에서 반항해 봤자 좋은 일이 없음을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도(道) 보안 서에 몰려들었다. 그런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질이 좋은 상품은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가며 다 뽑아냈다. 그리고도 빼앗긴 짐을 찾는 경우에 상품가격이 야매로 10만원이면 1만원을 내야 찾을 수 있다고 하니 싫으면 그만 두라고 한다.
 
사람들은 침을 뱉으면서도 어찌는 수가 없었다. 보안원들은 빼앗은 물품들을 되돌려 팔아 그 이익을 나누어 가진다. 장사꾼들은 명절이 되어 오거나 일정기한이 지나면 “또 거둘 때가 되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물품을 될수록 작게 가지고 다니거나 상당히 긴장해 있다. 큰 놈은 크게 해먹고 작은놈은 작게 해 먹는 게 북한이다.
 
유선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30대 여성이 6살 난 딸을 데리고 3년 전에 중국으로 들어간 남편을 기다리며 있었다. 부인은 살아 보려고 아무리 애써도 안 되어 마지막에는 집까지 팔아 한지에 나앉으면서 까지 애를 썼으나 점점 더 쪼들려만 갔다.
 
마지막 남은 종자돈으로 쌀을 산 그는 그것으로 떡 장사라도 해서 둘이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했다. 그러데 공교롭게도 그 떡함지마저 송두리 채 단속되었다. 여자는 보안원과 사정하다 못해 행여나 저녁에 분주소장네 집에 찾아갔다. 
 
그런데 그 집에서는 술 놀이가 한창이고 음악이 흐르고 야단 이었다. 빠끔히 들여다보니 그 집 복도에는 자기의 떡 함지가 비워있는 채로 복도에 내동댕이쳐 있지 않는가? 마침 바깥으로 나온 안주인에게 사실을 이야기 했다가 대번에 인격모욕까지 받았다.
 
그는 너무나 강한 정신적 충격에 딸과 함께 그날 저녁 독약을 먹고 자살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죽자고 하니 딸이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품으로 안겨와 그를 껴안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인은 저주스러운 북한사회를 단죄하는 유서를 써놓고 딸과 함께 결국 한 많은 세상을 떴다.
 
이 비슷한 일이 북한 사방사처에서 매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로 두만강 유역 보안원은 한 곳에서 3년 이상 복무하기 힘들다. 그것은 이들이 오래한 곳에 머물면 자기 지반을 닦는 것은 물론 불법월경자들과의 관계가 깊어져 범죄를 감싸줄 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열도 자주 하지만 가재도 게편이라고 오히려 보안 원들의 사취행위를 응당 한 걸로 감싸준다. 혹간 처벌을 하고 새 사람들로 바꾼다고 해도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다. 있다면 시범으로 애매한 사람 몇이 처형당하게 되는 게 상례이다.
 
2008년 회령시에 대한 중앙당 ‘비사회주의 검열’이 끝나자 청진시 수남 구역 보안 원 5명이 교환검열차로 유선에 파견되어 왔다. 그들의 검열은 돈을 벌려는 검열이었다. 억울하게 잡혀 불도 때지 않은 독방에 갇혀 1개월 넘게 고생한 한 주민이 손발을 다 얼리고 종신병신이 되자 취급 후에 이 사실을 위에 신고했다.
 
그의 신소가 하도 절절해 위에서 내려와 다시 조사한 결과는 참으로 더 가관이다. 가해자에게는 범죄자들을 취조하는 과정에 있을수 있는 일로 간주하며 아무런 처벌도 주지 않은것이었다.
 
2000년도에 중국으로 건너가 9년간 살다가 잡혀 나온 유선동의 이순철이라는 청년을 담당보안원은 숱한 돈을 뽑아내어 사취하고는 병원과 짜고 들어 그에게 결핵이라는 진단을 만들어 교화 형에서 면제시켜 주었다. 유선동에 새로 배치된 보안원이 이미 처벌을 받은 이순철을 다시 체포하여 취급하자 본 담당주재원과 대판 싸움이 붙었다.
 
결국 이 씨에게는 그 뒤 교화형 9년이 떨어졌고 그로부터 뇌물을 먹은 장철국 주재원은 사건이 계속 들추어지자 자살해 버렸다.
 
이것이 오늘 북한 보안 원들의 일면이다. 주민들은 조금만 잘 못해도 따귀를 치고 법질서를 지키라고 고아대지만 앞장서서 불법행위를 서슴치 않고 감행하며 돈 앞에서는 그 누구든 무릎을 꿇는 가장 저열하고 너절한 게 북한 보안원들 이다.
 
탈북자 고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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