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북한의 산과들에는 풀을 뜯고 풀뿌리를 캐는 사람들이 하얗게 덮이곤 했다. 전대미문의 식량난 속에서 사람들은 풀을 뜯고 풀뿌리를 캐어 그것으로 끼니를 에우며 봄, 여름을 힘겹게 넘기곤 했다.
 
 
<봄을 맞아 풀을 캐고 있는 북한 주민을 군인이 단속하고 있다>
 
당시 북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풀을 너무 먹어 풀독에 얼굴이 팅팅 부은 사람들이었다. 풀뿌리를 잘못 먹고 죽은 사람들도 많다. 특히 칡뿌리는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식량 대용”이었지만 그것을 먹고 죽은 사람들도 많다.
 
이유는 칡뿌리는 가공하여 앙금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칡뿌리를 통째로 분쇄하여 그것을 강냉이 가루와 섞어 먹었기 때문이다. 결국 칡뿌리의 가시 같은 섬유질이 내장에 쌓여 죽는 현상들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전에 흔히 볼 수 있던, 봄이 되면 산과 들에 사람들이 널려 풀을 뜯고 풀뿌리를 캐던 광경이 북한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최근 북한 내부소식통이 전해오는 소식에 의하면 이제는 북한사회에서 풀을 뜯어 먹거나 풀뿌리를 캐먹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식량난은 더욱 어려워지고 군부대 군인들도 식량 공급을 못해 탈영병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라는데.
 
그에 대해 소식통은 “이제는 북한에도 풀뿌리를 캐거나 풀을 뜯어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그 환경은 다름이 아니라 사람들이 장사나 개별적 경제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고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지금 북한에서 사금을 캐도 하루에 강냉이 한 두 키로는 벌 수 있다. 지금 함경남도 지역에서 주민들의 20~30%는 금을 캐서 팔아 먹고살고 있다. 당 간부나 보안기관의 간부로 있던 사람들도 퇴직 후에 금을 캐서 먹고사는 실정”이라면서 “힘들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악착같이 살기에 풀을 뜯거나 풀뿌리를 캐는 광경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90년대 중반 수백 만 명이 굶어죽은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이유는 물론 급작스러운 식량난이다. 그러나 배급제에 의지하여 살던 사람들이 배급제가 붕괴되자 새로운 환경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고 어쩔 줄을 모르다가 무리로 굶어죽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이다.
 
북한의 시장경제와 주민들의 개별적 경제활동은 수백 만 명이 비참하게 굶어죽은 피눈물 속에서 생겨나고 흘러온 북한주민들의 생존투쟁이다. 지금 북한주민들은 “90년대부터 20년이 넘게 고생하고도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살아 굶어죽는 사람들은 제 잘 못이다. 그렇게 죽는 사람들은 죽어 마땅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금 북한의 식량난은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90년대 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끈질긴 장사와 개별적 경제 활동으로 삶을 개척해 그들은 더 이상 풀을 뜯어 먹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되었다. 지금 그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는 달라고 애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라. 우리를 못 살게 굴지 않고 가만히 놔두면 배급이 없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진선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