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이면 광복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요즘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전환 필요성을 주장하는 ‘햇볕론자’ 또는 그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잦아지고 있다. 햇볕정책을 재개하면 남북문제가 풀릴 것처럼 주장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김대중정부에서 시작된 햇볕정책은 다음 정권인 노무현정부까지 이어져 10년동안(1998~2007년) 적극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에 의해 역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 국민들이 ‘일방적 퍼주기’는 안 된다는 대북정책을 제시한 이명박정부를 선택함으로써 2008년부터 추진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국민들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신뢰프로세스’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대북정책을 제시한 박근혜정부를 선택함으로써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그 후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북한정권’에 의한 개혁•개방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이것은 햇볕정책과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도 기조전환을 하지 않으면 실패로 평가되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음을 시사한다.

 

우선 햇볕정책의 목표와 원칙을 살펴보자. 햇볕정책의 목표는 ① 남북한간 대화와 교류의 확대를 통하여 북한의 변화를 추구하고 ②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함으로써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목표는 ① 북한정권 조기붕괴 가능성이 많지 않고 ② 기존의 대결정책으로는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설정된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구체적 목표로 ① 남북한 사이의 화해와 협력 ② 완전한 교차승인의 실현 ③ 북한 개방과 개혁에 유리한 조건의 창출 ④ 대량살상무기의 제거 ⑤ 정전협정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등을 제시했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1998년 2월 25일 취임사에서 대북정책 3원칙으로 ①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 ②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 배제 ③ 남북한 화해협력의 적극 추진 등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질적 집행과정에서는 남북한 화해협력의 일환인 대북 경제지원과 인적교류 확대에 치중했다.

또한 김 전대통령은 2000년 3월 9일 ‘베를린선언’을 통해 ① 정부당국의 협력에 의한 남북한 경제협력 추진 ② 통일보다는 냉전종식과 평화정착 우선 추진 ③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문제 해결 필요성 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 햇볕정책의 추진배경은 무엇인가? 김 전대통령은 ① 집권하기 전 야당 지도자시절부터 ‘남북한 교류확대를 통한 3단계통일방안’을 주창해 왔고 ② 집권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통한 남북관계 현상타파 추진을 열망하고 있었다.

한편, 북한 김정일은 ① 소위 ‘고난의 행군’(1995~1999년) 동안 심각한 경제난으로 200만명에 달하는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의 상황전개로 주민을 정상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내부적 위기와 ② 비밀 핵무기개발 계획의 노출로 이를 폐기시키려는 미국과 첨예한 대립을 하는 등 대외적 곤경에 처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대통령은 김정일에게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다시피 요구했고, 김정일은 이를 받아들여 김 전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 수상 명분을 제공해주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햇볕정책 역이용 전략’을 추진했다.

김정일은 ① 민족주의 정치전략(우리민족끼리)을 이용하여 한국내에 통일전선을 형성하고 동조세력을 확대함으로써 김대중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함과 아울러 미국의 강경 압박정책을 견제하고 ② 한국에 의한 자유민주체제로의 흡수통일 반대를 보장받으며 ③ 한국정부에 경제지원을 요구하여 경제난으로 인한 정권붕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햇볕정책의 집행결과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국민들은 2007년말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정부를 선택함으로써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의해 10년동안(1998~2007년) 추진된 햇볕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판정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따라서 김대중정부가 내세웠던 ① 햇볕정책 목표 달성 여부 ② 대북정책 원칙 준수 여부와 ③ 국가와 민족적 이익(동질성회복과 인권향상)에 대한 기여 여부 등을 중심으로 햇볕정책을 평가해보고 원인을 간단히 짚어보자.

첫째, ‘목표달성 여부’를 기준으로 평가해보면 ①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2000년 6월, 2007년 10월)을 비롯한 화해협력사업의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② 나머지 4개 항목들은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둘째, ‘대북정책 원칙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보면 ① 남북한 화해협력 원칙은 준수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②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③ 흡수통일 배제 원칙은 지켜졌다고 볼 수 있으나 원칙설정의 정당성 자체가 논란거리이므로 정책성공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셋째, ‘국가와 민족적 이익 기여 여부’를 기준으로 보면 ① 남북관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북한정권에 대한 적대감을 줄이는 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으나 ② 통일반대 여론과 남남갈등의 증가 ③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 소홀은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음으로 성공과 실패 사례와 원인을 더듬어 보자. 우선 햇볕론자들이 제시하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① 남북한 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차례의 장관급회담 등 남북당국자간 회담 개최 ②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 등 대규모 경제협력사업의 추진 ③ 남북한 왕래인원의 증가 ④ 북한주민들의 대남관 변화 등이 있다.

그들은 햇볕정책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부정적 평가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햇볕정책은 실패한 정책이 아니고, 이명박정부 이후 햇볕정책을 계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북화해협력정책을 계속 추진하지 못한 이유는 김정일과 김정은정권의 기만적 대남전략 때문이지 이명박정부나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햇볕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례는 ① 김정일정권의 안정을 지원함으로써 북한이 사회주의국가에서 ‘봉건적 군주제’국가로 질적 전환을 하여 역사적으로 퇴행하는 데 기여했고(개혁개방 유도의 실패) ② 김일성일가 세습정권유지를 위한 핵무기개발 및 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 강화를 외면하고 ③ 북한정권에 대한 비위 맞추기와 지원 위주의 정책추진으로 햇볕정책이 김정일에 의해 역이용 당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① 북한정권의 ‘불변’ 또는 ‘퇴행가능성’을 무시하고 ② 북한이 햇볕정책에 의해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근거하여 김정일의 대남전략을 경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① 김정일정권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적극적으로 대북지원을 하면 김정일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것이며 ② 남북관계는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이라 기대했다. 김정일은 기대와 달리 은밀히 핵무기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인권상황을 악화시키며, 김정은으로의 3대 권력세습 기반을 구축했으며, 대남 기만과 위협은 계속적으로 증가시켰다.

햇볕정책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어내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가장 큰 실패원인은 김정일의 봉건적 군주제국가화 기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햇볕정책 역이용전략’을 극복하지 못한 데 있다.

한편, 북한집권세력은 정권이 붕괴되면 곧바로 북한이 멸망하는 것처럼 대내외적으로 주장한다.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은 김정일•김정은 정권이 붕괴하면 지역안정과 평화가 무너진다고 주장하거나 그런 주장에 동조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근거가 희박하다. 만약 북한에 현정권을 대체하는 새로운 자유민주정권이 들어선다면 한반도 평화와 지역안정은 물로 국제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북한정권이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북한의 향후 전망에 대해 말한다면, ‘김일성일가 세습정권은 내부모순이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에 장차 붕괴될 것이고, 체제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3대세습으로 북한의 체제적 퇴행이 극명하게 나타난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 정권과 일반주민을 분리’하여 대응하고, ‘주민들의 각성에 의한 정권교체가 가능하도록 북한주민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김일성일가 군주제를 유지해야 하는 김정은정권은 스스로 개혁•개방정책을 선택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고, 북한정권이 자유민주정권으로 교체되는 것이 곧 남북한 주민전체의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보는 관점과 구성체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새롭게 전환하고 전략적 목적을 올바르게 세우지 않으면 우리의 대북정책은 실패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도와야 할 동포’라고 하는 인식과 대처로는 결코 대북정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