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어떤 논자들은 유승민 대표의 '책임'을 더 따진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둘 다 일리가 있으면서 그 어느 것도 유일무이한 이유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격과 리더십에 '궁정문화'의 특징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방식이 아닌, 보다 소통적인 방식이었더라면, 사태의 전개가 조금은 덜 파국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치 이점만이 이번 파국의 본질인 것처럼 환원시키는 논법은 논점이탈의 흠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격문제가 이번 사태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유승민 원내대표가 그 동안 어떤 행보를 보였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공무원연금개혁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고 국회법개정안을 만드는 일에서 시종 야당에 끌려 다녔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반대급부를 안 들어줄 수 있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왜 꼭 합의를 해야 하는가?
합의를 안 하면 그만 아닌가?
합의를 해서 고작 이끌어낸 것이 죽도 밥도 아니게 쭈그러져 버린 공무원연금법이란 말인가?
유승민 대표의 그런 행보는 그의 정치경제학적 입장과 무관한 것일까?
무관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그는 "양극화 해소를 말한 노무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 경제체제'라는 걸 주장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이라도 개인적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견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원내대표의 입장에서 당의 진로를 말할 때는 그는 개인의 그런 신념이 집권여당 전체의 공론인 양 말해서는 곤란하다.
더군다나 자유주의-보수주의 여당의 원내 대표로서는…
정히 그런 입장이라면, 그는 혹시 정치 입문할 때 정당선택을 잘못한 건 아닌지?
이렇게 본다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의 성격상 여론의 역풍을 자초할 만큼 일을 너무 까칠하게 다뤘다.
이점은 대통령 리더쉽의 문제점으로 자적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법, 국민연금법, 국회법개정안에 이르기까지의 유승민 대표의 처신은 당청갈등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의 결론은?
유승민 대표는 당청갈등을 유발한 자신의 원내 지도노선에 책임을 느끼고, 모양새가 그런대로 괜찮은 계기에 자진사퇴 하는 게 좋을 성싶다.
국회법개정안이 폐기되면 그게 계기 아닐까?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 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