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북자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0.5%가 김정일의 지시를 법으로 인식하고, 47.4%가 형사 재판에 미치는 뇌물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통일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최봉대 교수 연구팀이 서울, 인천, 대구, 광주에 사는 탈북자 80명을 설문 조사해 내놓은 ‘북한이탈주민 법의식 사례연구’ 결과에 따른 내용이다.
 
조사내용과 같이 북한에서 살면서 김정일의 지시는 “법이고, 진리이고, 신의 게시”다. 이를 어긴 자는 “법의 준엄한 심판과 함께 신의 천벌을 받는다.”고 북한 주민들은 생각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친한 사람들끼리, 심지어 친척들과 부모형제가 모여 앉은 자리에서도 함부로 김정일 지시에 거슬리는 행위와 말을 하지 않는다.
 
필자가 중국으로 드나들면서 중국인들로부터 김정일에 대한 여러 악행을 듣게 되면서 북한에 가서 친척들에게 “김정일”이라는 말 한마디를 했는데, 친척들은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필자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밖에 나가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던 친척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은 장소와 상황에 불구하고 누구나 김정일의 지시를 법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곧 북한 내에서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주민들의 생존 방식이며 김정일에 대한 충성과 아부 아첨이 곧 부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겉으로 표출되는 것일 뿐, 누구나 당과 수령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또 북한주민들의 생존방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법을 어긴 행위를 하였을 때, 뇌물이면 모든 것이 해결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형수도 뇌물이면 살아날 수 있다.
 
김정일이 “도심에서 총소리를 울리시오”라는 지시와 함께 작은 잘못에서 큰 잘못에 이르기까지 사형이 판정된 사형수일지라도 뇌물이면 살아날 수 있다.
 
사형수는 먼저 법의 심판대로 교도소에서 몇 달 또는 몇 년을 보내게 된다. 차츰 김정일의 지시가 떨어진 때로부터 시간이 경과되어 지시에 대한 효력이 상실하게 되면 그때부터 법관들은 뇌물을 받은 사형수들을 추출하여 문서 조작과 함께 병보석으로 뽑아내는 방식을 취한다.
 
돈이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회주의나라 조선. 그러나 돈은 북한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장성근 기자 nihao553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