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내부가 또 시끄럽다. 명색이 제1야당이라는 것의 당내 싸움이 너무 격도 없고, 멋도 없고, 맛도 없어서, 그걸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부질없을 정도다. 그러나 달리 할 말이 딱히 없기에 막간을 이용해 어디 한 마디 해보자.
 
 이 싸움은 우선 왜 일어났나? 문재인이 좌장으로 있는 소위 친노파라는 패거리가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원들에게 "저희들 잘못입니다, 죽여주십시오" 하고 싹싹 빌었어도 시원찮았을 터인데, 그러기는 고사하고 그들은 오히려 "절대 물러날 수 없다"며 무슨 '당혁신위원회'인가 뭔가를 하면서 'xx 뀐 x이 성낸다'고, 적반하장의 작태를 부렸기 때문에, 근래의 야당 내분이 불붙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 문재인은 물러나는 것 외엔 여러 말 왈가왈부할 입장에 있지 않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다음으로 따져야 할 것은, 소위 혁신위인가 뭔가 하는 것의 성격과 정체다. 그건 한 마디로 친노파의 후흑(시커멓고 두꺼운) 역습의 전위부대 또는 특공대다. 전체 당원의 보편적 의사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친노파 또는 그 중에서도 채제변혁 운동권 출신들의 성향을 대표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야당의 대표성을 차지하기 위한 각파의 권력투쟁과 노선투쟁 현장에서 이념적으로 가장 도그마틱(독단적)한 부류를 대표하는 기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혁신위'는 혁신위가 아니라 특정 이념 계열의 탈권 기구, 숙청 기구, 당 접수 기구다.
 
 그렇다면 소위 혁신위가 이번에 내놓은 결론은 뭔가? 결론은 주로 공천방식과 공천권을 둘러싼 것인데, 한 마디로 친노파가 공천권을 틀어쥐겠다는 것, 그리고 여성, 장애인, 청년신인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명목으로 더 많은 김광진과 더 센 장하나를 국회로 집어넣겠다는 속셈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은 그런 결론을 담은 혁신위 안이 당 중앙위에서 부결되면 사퇴하겠다고 했다. 속이 빤히 들여다 뵈는 잔수를 부리고 있다. 당 중앙위를 자기들이 장악하고 있으면서 그런 소리 하는 폼이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든다. 문재인과 친노파는 야당을 해치고 있다.
 
 야당이 계속 지금같은 3류 도그마 패거리에 점거당하고 있는 한, 한국정치의 왜곡과 혼미는 피할 길이 없다. 따라서 야당 안의 중도개혁 계열은 조만간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갈라서야 한다. 친노파를 범좌파 쪽으로 밀쳐버리고, 야당을 다시 자유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온건 진보' 자리로 갖다 놓아야 한다.
 
 류근일 2015/9/10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