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내부에서 발생하는 체제비난 벽서와 낙서사건들이 외부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사건들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주로 부모와 가정을 잃고 떠도는 어린 꽃제비들이라고 지난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방송은 최근 중국에 나온 함경남도 주민의 말을 인용해 “낙서사건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직접 살포하기 보다는 부모를 잃고 떠도는 꽃제비들에게 벽보 살포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주민은 한 예로 “올해 초 함흥역 부근에서 ‘선군 정치 만세’라는 구호의 ‘정치’라는 두 글자 위해 ‘중지’라고 쓴 종이를 덧붙여 ‘선군 중지 만세’로 바꿔 놓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범인을 잡고 보니 7살짜리 어린 꽃제비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지’라고 쓴 종이를 그 꽃제비가 덧붙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종이를 붙이도록 꼬드긴 진짜 범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붙잡힌 꽃제비는 조사과정에서 “어떤 아저씨가 빨간 돈 한 장(북한 돈 100원 또는 50원 짜리로 추정)을 주면서 종이를 붙이라고 시켜서 글자도 모르는 나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종이를 덧붙였다”고 진술하면서 이 사건을 두고 주민들은 “누구 짓인지 모르지만 참으로 기가 막힌 방법”이라며 통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곳에서 발생한 낙서나 벽서 사건도 꽃제비를 시켜서 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꽃제비를 이용할 경우, 주거지가 일정치 않은 아이들이기에 색출해내기도 어렵고 설사 붙잡힌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미성년자들이기 때문에 가혹한 처벌을 내릴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안북도 주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 낙서나 벽서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면서 “작년에 신의주에서 장군님(김정일)사진이 있는 노동신문으로 딱지를 접어서 꽃제비들에게 나누어 준 사건도 있었다. 철부지 아이들이 장군님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것이니 참 기발한 방법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현철 기자 wenxue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