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표적 밤 고장으로 알려져 있는 평안남도 성천군 주민들이 특히 아우성이다. 90년대 초부터 성천사람들은 성천의 특산물인 ‘성천 밤’을 통해 ‘미 공급’(배급중단)사태에 대비해왔는데 어느날 불쑥, “수확한 밤을 평양으로 올려보내라”는 통보를 받고 보니 당장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는 반응이다.
성인은 1인당 생밤 7㎏, 학생들에게 까지 생밤 3㎏이라는 과제가 떨어져 성천군의 산야는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타지방사람들까지 밤 주우러 몰려와 “밤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고구마가 잘 나는 고장인 황해남북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그나마 고구마 농사가 잘 되었다고 한 시름 놓았던 농민들이었지만 “식구에 관계없이 세대 당 20㎏의 고구마를 바쳐야 한다”는 바람에 두 번, 세 번 수확한 밭에 다시 나가 작은 줄기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그렇게 모아진 밤과 고구마는 군인들에 의해 평양으로 운반되고 있다. 중요한 군수물자나 된다는 듯이 ‘밤 및 고구마 수송단’이란 것이 조직되어 보관에서부터 수송에 이르기 까지 군인들이 모두 관장하고 있으며 보관창고엔 무장한 군인들이 늘 보초를 서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평양시 주민들에게 군밤과 군고구마를 먹이시려는 장군님의 의도’를 받들기 위해서라니 ‘평양시 주민들을 위해 밤과 고구마를 바쳐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아프기 그지없다. 평양사람은 뭐 특별한 사람들인가? 우리가 평양사람들보다 못한 게 뭐란 말인가...
그보다 더 가슴 아픈 건, 김정은의 처사라고 입을 모은다. 평양사람 따로 대우해 주는 것 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렇다고 지방 사람들로부터 ‘밤과 고구마를 수탈’해서 제 낯내기 하는 게 도대체 말이 되냐고 수군거리고 있다.
“평양사람 만이 아니라 우리(지방사람들)도 사람이다!”, “못돼먹은 놈 엉덩이부터 뿔난다고, 어린놈이 못된 짓부터 배웠다”는 말이 공기처럼 떠돌고 있다.
이소정 탈북자
등록일 : 2014-10-0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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