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하여 10월 4일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조선인민군 차수 황병서동지가 4일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하였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인 최룡해동지, 김양건동지가 동행하였다”는 단문의 도보를 냈다.
‘아닌 밤중에 홍뚜깨’라고 엊그제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기 힘들만큼의 상욕을 퍼 붓던 인간들이 불쑥 고위대표단의 형식까지 갖추고 ‘상대조차 안 하겠다’던 대한민국에 입성한다니 첫째로는 어안이 벙벙하고, 이러한 북한의 깜짝쇼에 휘둘려 북한과 거의 동시에 황병서 일행의 남한 행을 공개한 정부의 처사 또한 한심해 보인다.
이러한 깜짝쇼를 용납하는 것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다’는 북한의 오만함을 독려하는 꼴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국민과 언론에 알리지 못할 만큼 촉박하게 ‘꾸며진 일’이라면 그래서 더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 보여 지고, 구성원들이 북한의 최고실세라는 점만 강조되면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면 이 또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북한의 정책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오늘자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권력의 자리를 차지한 현 괴뢰집권세력은 그 무슨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즈덴선언’을 운운하며 기만적인 대화놀음으로 겨레의 통일지향에 도전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북과 남, 해외의 전체 조선민족은 통일애국투쟁에 한사람같이 떨쳐나 자주통일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함으로 우리 정부는 의연히 적화통일의 ‘적’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같은 신문 5면에 실린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노동당의 전략과 지침들이 하달되는바 지금이야 말로 “다시 결연히 일어나 반드시 제2의 6.15통일시대를 힘차게 열어 나가야 할 일대 기로에 선 시기”이며 “온 민족이 단합된 힘으로 북남공동선언들을 견결히 지키고 그 실천에 힘차게 떨쳐나서자!”고 호소한다.
이어 “북남공동선언들이 제시한대로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자!”,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모든 곳에서 북남 공동선언이행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려 제2의 6.15통일시대를 열어나가자!”, “온 삼천리를 뜨겁게 달구었던 6.15시대의 그 열풍으로 2015년을 조국통일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여는 력사적전환의 해로 만들자!”고 선동하고 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노동신문이 말하는 ‘우리민족끼리’는 저들의 적화통일노선에 동조된 자들만의 ‘우리민족끼리’이며 민족주의로 포장된 ‘자주통일’은 ‘미군을 몰아내고 한반도전체를 공산화 시키려는 노동당 적화통일 노선의 은어’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대남정책을 당 기관지라는 유일 신문을 통해 국내외에 선포함과 동시에 최고위 정책입안자들이 국내로 버젓이 들어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참가’라는 구체적인 일정이 있음에도 이들이 꺼려지는 이유는, 저들의 방한이 단순한 스포츠 관련 행사에 머물지 않고 오늘자 노동신문이 강조한 것처럼 ‘북과 남, 해외 동포들이 총 궐기해’ 저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통일시대를 열기위한 정치무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저들은 자타가 인정하는 ‘북한 최고위 인사들’임에도 “장군님(김정은)의 지시에 의해 북한의 ‘스포츠 영웅’들을 격려하기 위해 한국에 왔음”을 강조함으로 김정은의 건재를 과시하는 한편, 최근 불거지고 있는 체제위기설을 잠재우기위해 각방으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북관계개선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북전단살포 중지’와 ‘금강산관광재개’와 같은 기존의 주장들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적구(대한민국)에서 용감히 싸워 공화국(북한)의 위용을 떨친 스포츠인들을 장군님(김정은)의 이름으로 독려함으로 얻게 될 정치적 이득”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해 김정은의 하수인들이 우르르 서울에 몰려와 ‘장군님의 건재’를 과시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닌 이번 ‘사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북한의 급습’에 허를 찔렸다는 정책미스가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김성주 기자
등록일 : 2014-10-0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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