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이놈들아, 그래. 그래놓고도 네들이 나라를 위한다고 떠벌리고 있는 국회의원 이란 말이냐 이놈들아 ㅉㅉㅉ! ” “아무리 금 빼지가 좋다 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지, 무슨 지들이 인기스타라고?”
이 무슨 얘기인가? 국회의원을 향해 그것도 입에 발린 칭찬의 얘기도 아닌, 말 그대로 입바른 소리를 ? 하긴 ‘없는 데서는 나라님한테도 욕을 한다’고 했으니 욕 들어 먹을 일이 있다면 국회의원 아니라 그 누구엔들 쓴 소리에 막말인들 또 대수이겠는가? 바로 국민의 바른 소리 울림일진데....
“해도 그렇지, 어쩌자고 국사 다망으로 몸이 두 개, 세 개 여도 부족할 정도로 민초들의 민생해결을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노심초사하시는 나라님들을 향해 냅다 버럭 소리를 지르며 ‘X 들’이라고 하시다니, 그렇게 하다가 나중에 어떤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런 말씀을 함부로 하시는지” 하는 생각이 들어 가던 길을 멈추었다.
그러나 (독백을 하는) 그 분은 어떤 위협이나 분위기에도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신문을 들여다보며 ‘나 홀로’의 맺힌 무언가를 털어 놓지 않으면 화(禍)가 턱까지 차오를 것만 같은 그런 형세였다. 그렇다고 불콰하게 약주를 한 잔 한 분 같지도 않았다. 행색이 남루하고 초라한 분도 아니었다. 말쑥한 차림의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분은 어느 누구라도 들을 라면 들으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탄식하며 안타깝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모습이었다.
11일 오후 서울 신분당선 지하철역에서였다. 처음엔 무슨 영문인줄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그 이유를 알았다. 최근 국가적 중요 핵심 이슈로 떠오른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두고 일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심중의 토로로 받아들여졌다.
금년 들어 7월 현재까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여섯차례에 걸쳐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어졌다. 이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즉각적인 대응과 2270호 제재, 한 ․ 미 ․ 일을 포함한 세계 각 국이 북에 대해 과거 어느 때에 비해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적극적인 대처 일환으로 주한 미군에의 사드배치 논의가 급물살을 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6년 7월8일 사드 배치가 결정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즉각 반기를 들었다. 근래 보기드믄 격앙된 어조로 브리핑을 하고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례없이 강경모드로 나서는 표면적 이유는 자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고 동북아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한다는 명분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월3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정면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6월2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예방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북 압박 외교’에 주력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북한의 핵 ․ 경제 병진노선에 반대하면서도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한반도 사드배치 계획을 “신중하고 적절하게” 다뤄줄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사드 배치 계획이 발표되자 7월8일 중국 외교부는 주중 한국, 미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한편,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외교부 성명 발표에 이어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6차 한러 차관급 정책협의회에서도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했다.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들 국가들이 결정적 순간에 북한 입장을 옹호 내지 두둔해 온 것처럼 사드 배치에 반대 이유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안보를 책임져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중 ․ 러 양국 다 한국, 북한과 수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지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한 꺼풀 벗기고 보면 어디까지나 알맹이는 북쪽으로, 저울추 또한 급격히 기울어짐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런 점을 알고 정부차원의 수완과 역량을 발휘해 대처하면 되는 것이다. 이 두 국가는 언제나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는 사실 잊어선 안 될 일이다. 이 문제의 당사국은 언제나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점. 어떤 경우에도 북핵과 미사일에 원천적으로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함은 우리 국민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점, 이를 단 한순간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선 웃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나와 내 이웃에 필요한 것이지만 ‘내 집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현상이 들먹거리고 있다. 북한 집단이 사드(THAAD)를 우리 정부가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 인양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즈음이다.
이런 분열과 갈등 소지 등 안보위협을 해소키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범국민적, 초당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고 깨우침으로서 국민적 의지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게 최우선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지도층입네 하는 자들마저 “우리 지역에서만은”, “내 지역구에서는 안돼”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드와 관련해 기 설치돼 있는 레이더나 요격미사일 운용요원들이 기존 범위 내 활동처럼 이 또한 전자파로부터, 국민의 안전이나 역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얘기가 누차 강조되고, 제3국의 군사적 관점과는 전혀 관련 없는 대한민국의 방어용이라는 사실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지도자들이 나서 지역이기주의를 부채질하는 꼴이어서 참으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모 야당의원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국회를 통한 공론의 장 형성과 비준, 필요하면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현 단계에서 북한의 핵 ․ 미사일위협으로부터 제1의 대상은 누구인가? 바로 대한민국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다.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스스로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은 방책은 사드뿐이다. 다른 제3국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가적 생존의 문제이자 나와 우리 가족의 안위를 위한 길이다. 그런데 거기에 무슨 ‘국민투표’ 운운이란 말인가?
모름지기 국가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소임을 부여받은 국가지도자는 현란한 말솜씨나 임기응변식 대처로 순간을 모면코자 해선 안 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국민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말과 행동으로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해서도 안 된다. 연예인과 같은 ‘인기스타’ 적 처세와 스타일로 TV화면에 비쳐져서도 안 된다. 국민의 안위를 ‘표밭갈이’로만 생각해선 더더욱 안 된다. 내가 없고, 내 가족이 없고, 내 이웃이 없는데 그 때 ‘표’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사고의 대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지하철역 의자에 앉아 한심하다며 홀로 쓰디쓴 독백을 쏟아내던 그 분의 모습이 뇌리를 스친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