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북방정책이 유행한 적이 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북한, 중국,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려고 무척 애를 썼다. 흔히 진보는 온건 햇볕, 보수는 강경 북풍인 양 말하지만, 오히려 보수 정권일수록 ‘통일 업적’을 과시하고 싶어 진보 못지않게 북방정책에 열을 냈다. 그걸 탓하려고 지금 이 말을 꺼내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 여파로 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한 우리 역대 정부들의 아첨-비굴-유약-치사함을 극한 외교 스타일이 한 시절을 풍미했다는 점이다.
일일이 예를 들진 않겠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런 외교(실은 외교가 아니라 교언영색<巧言令色>이었다)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는 것만 지적하면 될 것이다. 북한도 우리의 그런 지극정성을 고마워한 적이 없고, 시진핑 중국은 오히려 갈수록 더 무지막지해지고 있으며, 푸틴 러시아도 멀고도 먼 비호감국일 뿐이다.
왜 이렇게 됐나? 우리가 스스로 자존(自存)을 내팽개치니, 남인들 왜 우리를 얕잡아 보지 않겠는가?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한국 알기를 발바닥 때 보듯 하고 있다. 서울 주재 중국 대사란 친구는 야당 대표를 찾아가 사드 반대 공갈협박 쇼를 했다. 왜 안 그러겠는가? 국내 폭력 시위꾼들이 경찰을 두드려 패고 전경 버스를 탈취해 가는데, 남의 나라인 중국의 당국과 매체가 왜 한국의 주권과 공권력을 존중하겠는가 말이다.
반면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만 예로 들어도, 그런 나라들은 그렇게 비굴하게 살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해적떼가 탄 불법조업 어선 177척을 대포로 쏴 몰살시켰다. 베트남은 중국이 바다로 침략해 오자 즉각 미국과 악수했다. “중국이 바다로 오면 우리는 육로로 쳐들어가겠다”고 하면서.
그런데 우리 공권력은 중국 해적떼가 우리 경비정을 침몰시켜도 “외교 마찰을 우려해…” 어쩌고저쩌고 하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대고 있다. 자기들이 정치인인가 왜 그런 걱정을 하나? 자기들은 매뉴얼대로 해적이 죽이겠다고 쳐들어오면 해양경비법 7조에 따라 조준사격해서 사살, 침몰시키면 그 뿐이다. 그러기는 고사하고, 격에 안 맞게 웬 ‘외교 마찰’ 씩이나 걱정하는가? 전쟁 나면 그런 공권력 믿고 살 수 있을까? 적이 막 쳐들어오는데도 “저기요, 질문 있습니다. 총 쏴도 될까요? ‘외교 마찰’ 생기면 어쩌지요?” 할 것 아닌가?
시진핑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통화요청을 거절했다. 이때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정부, 대한민국 외교부, 여의도 정치권, 국민, 군(軍) 등 공권력은 분명하게 알았어야 한다. 더 이상 자존을 굽혀가며 상대방의 비위를 건드릴까봐 전전긍긍하며 할 소리도 못한 채 비겁하게 살아선 안 된다는 것을. 그러면 그럴수록 상대방은 우리를 더욱 깔보게 돼있다.
혹자는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큰 소리 치느냐 할 것이다.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거냐?”고 시비하는 자칭 ‘진보주의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지 말자. ‘진보’ 정권도 아닌 ‘보수’정권들까지 북한 눈치, 중국 눈치, 러시아 눈치 봐 보았지만 좋은 꼴 여태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자존이라도 세우고 살아야 나라다운 나라라고 자임이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대답해 보라, 이러고도 나라인가?
정부와 공권력은 고려 때의 홍건적 같은 중국 해적들을 지체 없이 사살하고 침몰시켜라!
류근일 2016/10/14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