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탈북 여성이 두 발이 잘린 채 미국 땅을 밟았다. 1월 31일 LA에 도착한 박혜리 씨. 북한자유연대(NKFC) 수잔 숄티 회장의 초대로 다리 수술을 받기 위해서다. 1일 한국통일문화진흥회 LA지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박 씨는 “북한 참상을 꼭 알려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두 발 잘린 탈북자’로 알려진 박 씨는 2000년 아들과 탈북해, 중국서 생활하다 공안에 잡혀 북송됐다. 이 때 얻은 동상과 ‘나라를 배반했다’는 이유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두 발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풀려났지만 발은 이미 쓸 수 없게 됐다. 2004년 지팡이를 짚고 재탈북한 그녀는 이듬해 중국서 두 발을 절단했고 지팡이를 짚고, 남의 등에 업혀 미얀마-라오스-태국을 거쳐 2005년 한국 땅을 밟았다.

그녀는 “북한의 실상을 만천하에 공포하고 싶어 기어서라도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이렇게 미국까지 오게 된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김정일 정권 하에서 앉아만 있다가 죽을 수 없었다. 하루하루의 삶도 힘들었고, 미래를 위해 시키는대로 살 수만은 없었다”고 탈북 이유를 밝혔다.

중국서 두 발 절단 수술을 받고 의족을 차고 다니지만 의족과 다리 사이가 맞지 않아 통증과 염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로 인해 허리 디스크까지 생겨 제대로 앉아있기도 힘든 상황이다.

박 씨는 한국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통증을 호소해도 탈북주민 정착지원 사무소인 ‘하나원’에서는 정신 치료만 해줄 뿐이었다. 2월 5일 워싱턴DC로 떠나는 박 씨는 그곳에서 디펜스포럼의 후원으로 재수술과 치료를 받은 후 4-5월 경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