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이 자국민에 대해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추가 대북재제에 나섰습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이 그 배경인데 미국과 북한 간 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기싸움 역시 더 첨예해지는 양상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가 북한을 자국민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추가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로 암살한 데 따른 조치로 북한 정권을 더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ISN)은 2일 행정부내 관련 부처에 보낸 공지(notice)를 통해 ‘북한 정부가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자국민에게 사용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법에 따라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대북제재는 오는 5일자로 관보에 정식 게재될 예정으로 추가 공지가 없는 한 향후 1년간 발휘됩니다.

크리스토퍼 포드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2쪽 분량의 이 공지문에서 북한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1991년 제정된 ‘생화학무기 통제와 생화학전 배제법(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 Control and Warfare Eliminations Act of 1991)’에 근거해 제재를 부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생화학무기 확산과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은 자국민을 상대로 생화학 무기를 사용한 국가에 대해 제재를 가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포드 차관보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2월22일자로 북한의 화학무기 사용 사실을 결정했고 이를 통해 제재가 부과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만 밝혔을 뿐 김정남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지난 해 11월 북한이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될 때 김정남 암살이 주요 근거 중 하나였습니다.

이번에 북한에 부과된 제재는 대외원조금지, 무기수출통제, 무기수출용 금융지원금지, 금융지원거부, 안보에 민감한 기술수출금지 등 5가지로 북한은 이미 제재 대상입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타격이라기 보다는 법 절차에 따라 이뤄진 상징적인 조치로 일종의 ‘낙인찍기’로 풀이됩니다.

북한과 미국 간 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북 제재 발표가 잇따르면서 미북 양국 간 기싸움이 첨예해지는 양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