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격월간(隔月刊) 시사 잡지 ‘내셔날 인테레스트’(National Interest) 편집장 해리 카지아니스(Harry J. Kazianis)가 자신의 잡지 2017년9월30일자에 게재한 글이다. 독자들에게 참고가 되기 바란다. 李東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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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부터의 위험은 핵무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의문의 여지없이 ‘북한’은 그 존재 자체가 핵무기보다도 더 골치 아픈 문제다. 북한의 붕괴나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남한과의 통일은 어떠한 독재체제도 영구하지 못했다는 역사의 교훈에 비추어 볼 때 미국과 아시아의 미국 맹방들이 언젠가는 직면해야 할 난제가 될 것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 산더미를 이루고 있는 북한에 관한 글 가운데서 다음의 글을 독자들이 반드시 읽어 보기 바란다.

모든 사람들이 혐오해 마지않는 ‘은둔왕국(隱遁王國)’에 관하여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무엇이 남아 있을까 싶다. 공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확국’인 북한은 원자탄과 화학 및 생물 무기와 함께 이제는 이들을 미국을 포함하여 세계 어느 곳으로도 집어 던질 수 있는 미사일로 가득 찬 ‘판도라의 상자’로 세상을 협박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북한은 반복되는 새로운 핵실험으로 동북아시아를 동요시키면서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주고 흔드는 기술까지 터득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세상을 협박하는 것이 골치 덩이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만약 북한이 어느 날 대중봉기나 경제공황이나 또는 전쟁으로 갑자기 붕괴된다면 무슨 일이 생길 것일까? 뚱보 악동(惡童) 김정은(金正恩)이 이끌고 있는 북한은 이 체제가 붕괴할 경우 지금 세뇌(洗腦)되고 굶주린 노예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 수백만의 북한인들의 생활을 정상적인 것으로 복구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수조 달러 상당의 경제를 정상적인 것으로 복귀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엄청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의 랜드(RAND) 연구소가 길이만으로 보아서는 책 1권의 분량에 상당하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여러분이 시간을 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보고서다. 보고서의 저자(著者)인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은 이 보고서에 북한의 장래에 관하여 과연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벌어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미국과 미국의 맹방들은 이 상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엄청난 내용을 담아냈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 데 북한에 관련된 모든 현안들이 여기데 망라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1. 도대체 ‘어떤 형태’의 붕괴가 일어날 것인가?

“도대체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면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것인가? 이 같은 붕괴는 두 그 지 가운데 한 가지의 형태로 발생할 것 같다. 우선 ‘체제의 붕괴’다. 이 경우에는 ‘김가 왕조(金家王朝)’, 특히 지금의 ‘김정은 정권’이 축출되고 아직 알 수 없는 새로운 지도 자가 북한의 통치자로 부상할 것인데 지금의 형편으로 본다면 군부의 누군지 알 수 없 는 어떤 인물이 이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적어도 일정 기간 혼 란은 있겠지만, 지금의 국가통제 기구와 조직들은 그대로 존속될 가능성이 크다. 새 지 도자는 당연히 축출된 정권을 주도했던 다수의 인물들을 숙청하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 비워진 권력의 자리들을 메울 것이 틀림없다.”

그 다음의 가능한 시나리오는 더 가공스럽다.

“그 다음의 가능한 시나리오는 ‘국가의 붕괴’다. 이 경우에는 ‘김가왕조’가 축출되는 것은 물론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새로운 중앙정부를 구성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에는 각자의 지지기반이 강력한 지역을 토대로 하는 파벌들이 출현하여 권력을 다투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중앙정부의 많은 기능은 마비될 것이며 중앙정부에 의한 통제도 점차 약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 수순은 당연히 국가 체제의 붕괴가 될 수 있다. 결국 ‘붕괴’는 ‘과정’인 동시에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북한에서는 아직 표면적으로는 ‘체제’나 ‘국가’ 차원의 붕괴 징후가 표면화되고 있지 않지만, ‘붕괴’의 ‘과정’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현재의 ‘김정은 정권’은 ‘실패 도중’ 또는 ‘붕괴 도중’의 체제로 분류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2. 내란 발발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북한에서의 내란 발발이나 특히 북한에 의한 대량살상무기 사용은 그 여파를 남한으로 파급시켜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 틀림없다. 북한에서 파벌 간에 내전(內戰)이 발생할 경우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포격전이나 특공작전이 대한민국 지역으로 파급되어 불의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고 특히 북한내의 파벌 간의 교전에서 핵무기나 화·생 무기가 사용될 경우에는 그러한 위험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에서 권력을 다투는 파벌들 사이에서, 이판사판의 절망감에 몰려서, 의도적으로 핵이나 화학·생물 무기를 사용하여 대한민국 지역을 공격함으로써, 상황을 확대시키는 파벌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 때 대한민국 지역에 대한 이 같은 공격은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에 큰 피해를 강요할 수 있고 대한민국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의 지불을 강요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지역을 포함하여 전 한반도의 안정이 파괴되고 대한민국의 통제력마저 약화될 경우에는 범죄와 소요가 창궐하는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3. 상황 악화의 추가 변수 – 중국의 개입

“이에 더하여, 중국의 개입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이 경우 중국의 개입이 필연적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중국은 그렇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통일을 다시 한 번 저지할 수 있다. 한국군과 미군 및 중국군이 개입할 경우 상황은 한-미 양국과 중국 사이의 무력충돌로 이어지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중국의 한반도 통일 저지 노력과 중국과의 무력 충돌은 양자 공히 한반도 통일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 것이다.”

4. 饑餓가 몰려 올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능력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정권이 붕괴할 경우에는 북한 전역에서 기아(饑餓)가 만연될 우려가 있다. 정권이 붕괴하면 식량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갈 것이기 때문에 돈이 있는 자들은 미리 식량 사재기를 할 것이 틀림없다. 식량이 희귀해 짐에 따라 군대와 군대 외에도 무기를 소지한 자들이 식량을 비축한 자들을 습격하여 식량을 약탈하는 일이 날이 갈수록 빈번해 질 것이다. 인도적 단체들에 의한 대북 식량지원은 북한의 치안 상황이 악화될수록 감소될 것이고 더 나아가 인도 단체 요원들의 안전마저 위협받게 될 정도로 악화 경우에는 식량지원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식량사정이 더 악화되어 기아가 만연하게 될 것이다.”

5. 천문학적인 재건 및 통일 비용

“이러한 상황을 통하여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통일 비용은 천문학적이 될 것이다 — 북한의 붕괴와 통일 실현 이후 5년 사이에 발생하는 통일 비용만도 수조 달러가 될 것이며 통일 비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뒤에 수십년 간에 걸쳐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보고서의 저자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대체로 연간 2,500억 달러의 국가 예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통일 비용을 2조 달러(군사 분야 지출 5천억 달러, 피해 복구 비용 5천억 달러 및 북한의 경제 복구 비용 1조 달러)로 추산할 경우 이 액수는 대한민국 연간 국가 예산의 8배에 상당한다. 이 같은 통일 비용이 10년간에 걸쳐 지출된다면 대한민국은 아마도 국가 예산의 대대적 팽창으로 지금의 조세 부담률을 배가시키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결코 이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통일 비용은 인도적 지원이나 건강 관련 지원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