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했다. 내용은 예상대로였다.
  
  지금 지식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온통 朴 대통령이 꼼수를 썼다느니 하며 자신이 결정할 일을 국회에다 떠넘겼다고 하고 있다. 이 주장이 삽시간에 온 인터넷상에 퍼지고 있다. 다들 왜 꼬인 생각만 할까.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안 되는가?
  
  지난 16일 청와대는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우리 입장은 변한 게 없다.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총리에게 이양하고, 의혹에 대해선 검찰과 특검의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 "어떻게 의혹만 갖고 대통령에게 내려오라고 할 수 있느냐. 의혹만으로 하야하는 게 맞느냐",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고, 박 대통령은 아마 목숨을 내놓고라도 지키겠다는 입장">
  
  즉 소위 ‘하야(下野)’는 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오기’, ‘아집’ 운운하며 지속적으로 공격했다. 청와대는 “어떠한 비난도 감수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정치권은 탄핵을 추진했다. 그들(대통령이 물러나길 바라는 與野 정치인)은 국회에서 이것이 부결(否決)될 것으로 판단한 것인지 말로는 탄핵 가결(可決)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지속적으로 하야(下野)를 압박했다.
  
  與黨 非朴系(비박계)도 탄핵 가결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도 그런 악역(惡役)을 맡는 것이 부담되었던지 뒤로는 下野를 종용했다. 그 때문일까. 급기야 2일전 박관용, 정의화 씨 등 前 국회의장들이 모여 명예로운 퇴진 안(案)을 꺼냈다. 오늘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국가 원로라는 분들의 명예퇴진 종용에 대해서와 탄핵 표결을 앞둔 심경을 국민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은 국회가 下野하라고 하면 하겠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렇게 할 것 같으면 굳이 담화문을 통해 국회 결정에 따른다고 할 필요가 없다. 지속적으로 다수당인 野黨과 비박계가 下野를 촉구하는 상황이니 곧바로 下野하겠다고 발표하면 되기 때문이다.
  
  담화문에서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말씀해주시면 그 일정과 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은 언론 및 국가 원로까지 나서 퇴진을 종용하니 다시 한 번 “자진 사퇴는 없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즉 法대로 하겠다는 뜻이다.
  
  즉 개헌(改憲)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키든 탄핵소추를 통해 끌어내리든 與野가 法에 따라 마련한 방안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法대로 하겠다는 의미이다.
  
  오늘 대통령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朴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이 소중했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한 것은 있는 그대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살아온 이력, 오늘의 표정이 말해준다. 정치평론가들이 떠들고 있는 것처럼 마지막 꼼수를 부리거나 무슨 미련이 남아 한 판 해보겠다는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朴 대통령은 탄핵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렇겠지. 탄핵표결 자체를 막아보려 꼼수를 쓴 것 같지도 않다. 인간이니까 혹 표결 자체가 무산되는 것을 기대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그는 탄핵이니 뭐니 이런 것을 다 떠나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영(令)이 서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의 담화문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오늘 담화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명예 퇴진은 없다.
  2. 모든 것은 法대로 하자, 與野가 法대로 결정한 일에 따르겠다(따를 수밖에 없다).
  3. 주변 관리를 못해 국민께 죄송하나 국가를 위한 일이었으며, 한 순간도 사익(私益)을 추구한 적은 없다.
  4. 모든 것을 내려놓았고 국민과 함께 한 시간은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순간도 朴 대통령을 향해 꼼수니 어쩌니 하며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保守右派조차도…. 아직도 여전히 朴 대통령을 바보 취급하는 이들도 있다. 생각이 모자라서 이상한 판단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타인(他人)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 오늘 담화문은 발표된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