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11월21일 유엔총회에서 있었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때 노무현(盧武鉉) 정권이 ‘기권’ 표를 행사한 것은 그 당시가 시기적으로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북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한 여러 채널의 남북대화가 이루어지던 때”였기 때문에 “북한인권 문제도 남북간 직접 대화를 통하여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유도하나는 취지에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오리발’은 개나 말이 들어도 웃지 않을 수 없는 가소(可笑)로운 궤변(詭辯)이다.

시기적으로 노무현 정권의 ‘기권’ 결정이 이루어진 2007년11월16일과 18일의 청와대 서별관회의는 노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사이에 이루어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2007.10.2∼4)에 근거하여 개최된 ‘남북총리회담’(2007.11.15∼17)과 때를 같이 했다. 만약 노 정권의 의도가 “북한 인권 문제를 남북간 직접 대화를 통하여 개선하겠다는 것”이었다는 더불어민주당측의 주장이 사실이었다면 노 정권은 적어도 문제의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총리회담’에서 어떠한 형태로든지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두 회담에서 노 정권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한 어떠한 흔적도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더구나, 송민순(宋旻淳)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은 그의 근간(近刊) 회고록 <빙하(氷河)는 움직인다 – 비핵화(非核化)와 통일외교의 현장(現場)>에서 당시 유엔총회에서 표결의 대상이 되었던 북한인권결의안이 노 정권의 외교통상부가 우방들과 다른 국가들을 설득하여 “내용을 완화시킨 절충안”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노 정권의 ‘기권’ 결정은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한국이 엉뚱하게도 함께 했던 우방 진영(陣營)을 이탈함으로써 한국 외교의 신뢰성을 실추(失墜)시키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노무현 정권의 행동은 “음주 단속반이 음주 단속 대상자에게 ‘음주 측정을 해도 되느냐’고 물어 보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곰 뜯어보면 이 같은 비유도 적절치 않다. 노 정권의 행동은 오히려 전쟁 상황에서 동맹군과 협의한 작전 계획을 대적(對敵)하고 있는 적군측에 사전에 알려주면서 “이 계획에 따라 공격해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적군측이 “안 된다”고 대답하자 이에 따라 공격 계획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어서 형법 93조의 ‘여적죄(與敵罪)’나 군형법 14조의 ‘이적죄(利敵罪)’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 아니 할 수 없을 것 같다.

따라서, 2007년11월16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이 해 유엔총회에서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대책을 협의한 과정에 대해서는, 더군다나 작금의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의석분포 상황 속에서, 국회 차원에서 “밑 빠진 물독” 격의 정쟁(政爭) 현안(懸案)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박근혜(朴槿惠) 정부가 우선 감사원으로 하여금 ‘직무감찰 규칙’(제정 1997.12.15 감사원규칙 124호) 제4조를 발동하여 ‘직무감찰’의 차원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그 결과 드러난 실정법에 위배되는 행위와 그 같은 행위에 연루된 인사에 대해서는 적절한 사법조치를 통하여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한편 그 당시의 상황에 관한 관련 인사들의 위증행위(僞證行爲)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음으로써 향후 이 같은 상황의 재연(再演)을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사안은 이 문제에 관한 문재인(文在寅)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어불성설(語不成說)의 ‘말장난’을 바로잡는 일이다. 송민순 씨는 그의 회고록에서 2007년11월16일의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자신이 결의안 표결에 찬성할 것을 주장한 데 대해 이재정(李在禎) 통일부장관(당시)이 반대하여 논란이 일어난 끝에 김만복(金萬福) 국가정보원장(당시)이 “북한측의 의사를 물어 보고 결정하자”는 의견을 내놓자 문 전 실장이 이를 수용하여 논의를 마무리했고 그로부터 이틀 뒤인 11월18일 백종천(白鍾天) 청와대 안보실장(당시)으로부터 “북측의 의사를 물어 본 결과 북측이 ‘북남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터이니 인권결의안 표결 때 책임있는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하겠다’고 회답해 왔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이에 따라 그날 저녁에 소집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기권’으로 정부 입장을 정리했다고 그 전말(顚末)을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정, 김만복, 백종천 씨 등은 언론을 통하여 송민순 씨의 회고록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이의를 제기하여 엉뚱한 진실 게임이 막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송민순 씨에 의하면, 이 같은 논의 과정에서 교통정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되어 있는 문재인 씨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함이 없이 당시 ‘기권’ 결정에 도달하기까지 “찬▪반 양론 간에 치열한 토론이 있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다수의 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했다”는 ‘오리발’ 식 ‘논평’(?)을 내놓는데 그치고 있다. 오히려 그는 “송민순 전 장관의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는 사실”이라면서 “박근혜(朴槿惠)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배우기 바란다”는 동문서답(東問西答) 식 훈수(訓手)까지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씨가 간과(看過)하는 문제가 있다. “찬반 토론을 통한 다수결”이 도나 개나 ‘민주주의’의 만패불청(萬覇不聽)의 모법답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 현안 가운데는 ‘찬반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있다. 특히 ‘국기(國基)’에 관한 것이 그러한 것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그 가운데 하나다. 왜냐 하면, 이 문제에는 북한 동포들이 지난 70년간 겪어 오고 있는 인권 유린의 참상(慘狀)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문제의 심각성은 문재인 씨가 내년 말 있을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가 유력시 되는 대권(大權) 잠룡(潛龍)의 선두주자라는 사실에 있다. 만약 이번의 사단(事端)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채 문재인 씨가, 만의 하나, 대권 장악에 성공할 경우, 특히 남북관계에 관하여, 그가 말하는 “찬반 토론을 통한 다수결”의 방식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국익(國益)에 반할 뿐 아니라 북한 동포들의 열악(劣惡)한 인권 상황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국사운영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과연 누가 보증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2007년11월에 있었던 일련의 상황을 올바르게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냐의 여부는 새누리당이 과연 집권여당으로서의 소명을 다할 수 있는 정치세력인가의 여부를 가름하게 하는 시금석(試金石)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만사를 제켜 놓고 ‘직무감찰 규칙’의 관련 규정을 발동하여 감사원으로 하여금 이번에 문제가 된 사단의 진실부터 확실하게 규명하는 일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