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가 왜 그렇게도 필사적으로 당원이 되려고 하는지를 내가 알게 된 것은, 옥희가 소대장이 된 후 며칠이 지나서였다. 그날 나는 몸이 불편하여 종일 침실에 누워 있었는데, 일을 나갔던 옥희는 오후에 앓는 나를 보러 침실에 들어왔다. 그날 그는 오랜만에 나와 단둘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가 꼭 당원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설명해 주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의 집안에는 당원이 한명도 없었다. 옥희는 월남자 가족이었다. 할아버지가 6.25전쟁 때 남한으로 월남 했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적대계층으로 낙인 된 그의 아버지는 평생 사람대접을 받아보지 못하고 사회에서 외면 받으며 살아왔다고 했다. 하나밖에 없는 오빠도 군대에 나갔지만 끝내 입당을 못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옥희의 말을 들은 나는 쉽게 그의 가정환경과 처지를 이해했다. 그의 아버지와 오빠는 당원이 되려고 피타는 노력도 해보았을 것이지만, 적대계층으로 분류된 계층인 까닭에 끝내 입당을 못했을 것이고 그것이 한으로 맺혔을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원이 되는 것은 집안의 경사라고 말할만치 목마른 일이었다. 집안사람들 전체가 사회에서 외면당하던 설움이 옥희의 내심에 꼭 당원이 되어야 겠다는 반발 심리 같은, 필사적인 각오를 만들어 준 것 같았다. 당돌한 성격이 아니라면 가져보지 못하는 도전이었다.

그에게 당원이 되는 것은 필사적인 일이었다. 그는 당원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었다. 아버지와 오빠의 한을 자신이라도 풀어보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도 마다하지 않았고, 미구에는 꽃 같은 나이의 청순한 육체까지 정치부 간부의 더러운 야욕과 유린에 맡겼던 것이었다.

돌격대의 모든 사람들의 흥망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정치부 간부의 파워는 가히 감탄할만 했다. 그는 평범한 처녀였던 옥희를 여성 소대장으로 임명한 후, 며칠 만에 “돌격대의 명물”로 만들어 놓았다. 돌격대 침실 앞의 벽보판에는 처녀소대장인 옥희의 ‘위훈’이 힘찬 붓글씨로 소개되고 현장 방송 차에서는 씩씩한 혁명가요와 함께 옥희의 이름이 연일 오르내렸다.

그렇게 옥희는 1년동안 소대장을 했다. 하루도 편히 쉬지 않고 아득 바득 살았다. 그러다가 병에 걸렸다. 늑막에 물이 차는 것도 모르고 일만 하다가 당원이 아니라 결핵환자가 되고 말았다. 정치부 간부에게는 옥희를 당원 만들어 주는 것이 “신선놀음”이었지만, 그 “신선놀음”에 옥희는 결핵환자가 되고 말았다.

정치부 간부는 옥희의 얼굴에 병색이 창백하게 나타날 때에도“여성소대장의 소행”이라는 제목아래“아픈 몸이지만 병원이 아니라 현장에”라는 전투 속보를 벽보판에 큼직하게 붙여놓군 했다. 결국 옥희는 결핵진단을 받는 날까지 아픈 몸을 끌고 현장에서 고생해야 했다.

2010년 겨울이라고 기억된다. 결국 병을 만난 옥희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던 날, 나는 백리 밖의 기차역까지 따라 나가 그를 바래 워 줬다. 나와 헤어질 때 옥희는 울었다. 두 손을 꼭 잡고 창백한 얼굴에 눈물을 흘리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나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다.

옥희는 집으로 돌아간 후, 6개월 만에 끝내 죽었다. 편지로 옥희와 소식을 주고받던 나는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의 오빠편지를 받았는데, 내용은 병마와 싸우던 옥희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옥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정치부 간부에게 알려주었다. 옥희가 끝내 죽었다는 나의 이야기를 들은 정치부 간부는 미간을 슬쩍 찌푸리며 멀리 산을 흘깃 보았다.

그다음은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필요 없는 말을 하지 말라고 나에게 오금을 박아 이야기했다. 그때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인간이 가증스럽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옥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옥희를 추억해준 것은 한 호실에서 생활하던 어린 여자애들뿐이었다.

최근 김정은 정권은 100일 전투를 벌려놓고 전체 북한주민들을 내몰고 있다. 북한의 중앙TV에서는 매일 어려운 건설현장에서 뛰어 다니는 청춘 남녀들을 소개하기에 바쁘다.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나는 백두산 청년건설장에서 정치부 간부에게 농락당하다가 억울하게 죽은 옥희를 추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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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한 성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