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1년 동안 계속된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연구 결과를 채택하여 가덕도와 밀양을 젖혀 놓고 '김해 공항 확장' 카드를 꺼내 든 정부의 결정은 ‘등하불명(燈下不明)’의 원리를 역용(逆用)한 박근혜 정부판(版) ‘솔로몬 식 판결’이었다.   

만의 하나로, 가덕도와 밀양 가운데 어느 한 곳이 영남권 새 공항의 입지(立地)로 선정되었었다면 이를 수반(隨伴)하게 될 정치적 후폭풍(後暴風)을 과연 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를 생각하면 사실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해 질 정도의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해 공항 확장' 카드를 꺼내 든 정부의 선택을 보도하는 6월22일자 조간신문들과 종편TV방송의 지면(紙面)과 (畫面)에 “부산도 대구도 ‘영남권 주민을 속인 것’이라면서 ‘신 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되고 있다는 사실은 건전한 상식인(常識人)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창피하기 짝이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 같은 ‘여론’을 제기하고 있는 부산과 대구 사람들은 만약 ADPi가 무슨 이유로든지 대구와 부산 사이에서 어느 한 곳을 가려서 신공항 입지로 선정했을 경우 이 선택에서 누락된 지역 주민들이 이 결정에 과연 승복했을 것인가를 냉철하게 자문자답(自問自答)해 보아야 한다. “ADPi의 연구 결과 같은 것이라면 차라리 국내의 중립적인 전문가들로 평가 팀을 만들어서 평가 작업을 했더라면 국민들을 납득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한 TV조선 대담 프로그람 출연 ‘전문가’(모 대학 교수)의 발언이 필자의 구역질을 불러일으켰던 소이(所以)가 거기에 있었다. 필자는 문제의 소위 ‘전문가’에게 “이 나라 담론 사회에 과연 그 같은 중립적 전문가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대구와 부산 지역의 무책임한 여론 ‘바람잡이’들이 각기 상대측 지역의 입지 선정을 반대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그곳과의 ‘거리’를 거론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김해 공항 확장’ 카드가 확정된 뒤에도 대구 지역 주민들 가운데서는 역시 대구와 김해 사이의 ‘거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각국이 공항 이용객 극대화 방안의 하나로 경쟁적으로 ‘허브(Hub)’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 이들이 각국의 이들 ‘허브’ 공항과 배후 도시 사이의 ‘거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나 하고 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워싱턴과 덜레스 공항, 뉴욕과 케네디 공항, 시카고와 오헤어 공항, 댈라스와 댈라스/포트워스 공항, 영국 런던과 히드로 공항, 프랑스 파리와 샤를르드골 공항, 일본 토쿄와 나리타 공항, 중국 베이징과 수도(首都) 공항, 샹하이와 푸동(浦東) 공항,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쿠알라룸푸르 공항 등 그 어느 경우도 그 거리가 차량으로 1시간 이상이 소요되지 않는 곳이 없다. 30분 정도에 불과한 대구와 김해 거리 사이의 차량에 의한 운행 거리는 세계적 기준에 의거한다면 양반(兩班)이라는 사실을 대구 지역 주민들은 알아야 한다.   

일단, ‘김해 공항 확장’이라는 ‘솔로몬 식 판결’이 나온 이상 이제는 정부와 국민 및 정치권과 언론은 한 마음이 되어서 그 동안 일부에서 논란이 제기되었던 김해 공항 부지(敷地)의 ‘연성(軟性) 지반(地盤)’ 문제라든가 김해 공항과 배후 지역들 사이의 접근 도로망을 정비, 확충하는 문제 및 주변 주거 및 생활 권역들에서의 소음(騷音) 공해 등 기술 차원에서 제기되는 민원(民願) 사안에 대한 선제적(先制的) 연구와 대책 마련과 아울러 ‘협치(協治)’의 묘(妙)를 추구하는데 중지(衆智)를 모으는 건설적이고 생산적 대화(對話)의 공간(空間)을 마련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傾注)할 때라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