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도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내용을 수행하기 위한 궐기모임,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를 경축하는 군중집회, 유엔의 제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속 해온 북한이 최근에는 ‘70일 전투’와 관련한 ‘충성의 결의모임’을 벌려놓고 있어 김정은 집권 후 탈북한 사람들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이야기를 통해 북한에서 자주 벌어지는 ‘정치행사(충성행사)’에 임하는 주민들의 근황을 김정은 집권 이전과 이후시기를 비교해 볼 때 지난시기와 분명히 차별화된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신의주시에서 살다가 2014년에 탈북한 도명일 씨(가명, 52세)는 ‘공장, 기업소(회사)마다 행사에 몇 명을 참석시키라고 위로부터 통지가 오는데 이전에는 정해진 인원이 거의 100%참석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정해진 인원의 절반도 참석하지 않으며 늦게 오는 인원도 많다’고 설명했다.

2015년에 탈북한 장성국 씨(가명 38세)는 자기가 살았던 평성시에서도 ‘이전에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모두 바른 자세로 참석했지만 지금은 행사진행에는 상관없이 껌을 씹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 주변 사람들과 해바라기 씨를 나눠 먹으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증언했다.

회령시에 살았던 김천일 씨(가명, 29세)는 ‘회령시도 다른 지역과 다를 바 없다’며 ‘이전에는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모자나 수건(스카프)을 벗고 참석했는데 지금은 앞부분에 위치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자와 수건을 쓰고 참가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주민들의 이런 행동은 지난시기라면 모두가 다 보위부에 잡혀갔을 행동이라면서 ‘문제는 그렇게 다 잡혀 가야 할 행동을 한 두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또한 ‘이런 행동을 보고 간부들이나 책임자들도 지적을 하지 않고 외면한다’면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주민들이 듣지도 않는 행사를 벌려놓아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노동당을 비난했다.

이처럼 ‘충성행사에 참가하는 것 만 봐도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겉보기에는 단합되고 당국자에 대한 충성의 열도가 높은 것으로 보여지는 북한의 겉모습과 이들이 증언한 북한 내부의 실지 모습은 이렇듯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들은 “장기간의 경제위기와 식량부족으로 일반주민들의 삶의 질은 매우 열악한 상황인데도 가장 시급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노력은 없이 각종 도발과 쓸데없는 ‘충성’관련놀음만 벌려놓으며 주민들을 들볶는 노동당의 행태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주장했다.

이들만이 아니라 최근에 탈북한 사람들을 만나면 민심의 변화에 대해 지난기간과 분명히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나하나의 변화는 비록 주민들에 의한, 아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이러한 변화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재스민혁명’이 그랬고, ‘아랍의 봄’이 그랬듯이 기득권층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민들에 의한 아래로 부터의 변화가 민주주의를 확산시킨 것처럼 북한의 변화는 꼭 큼직한 결과를 수반할 것이다.

백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