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김정일 생일(2월16일)을 맞아 ‘봄철 위생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의 단층집 굴뚝높이를 규정짓고 집체성을 강조함으로, 연탄가스에 의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0일 “2월16일을 맞아(김정일 생일) 도시미화 사업의 일환으로 땅집(단층집)들의 굴뚝을 모두 룡마루(지붕)에서 45cm를 넘지 않게끔 잘라버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도시건설 감독국에서 진행상황에 대한 검열까지 나와 집집마다 지붕의 굴뚝을 잘라버리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해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주민들은 고산지대의 특성에 맞게 살림집의 굴뚝을 높이 세워왔다. 굴뚝을 높이 세워야만 불이 잘 들고, 저기압의 영향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지역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굴뚝의 높이를 맞추라는 당국의 지시때문에 굴뚝을 잘아야 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난 2월 16일과 17일, 이 지시대로 굴뚝을 낮춘 (혜산시) 혜화동의 주민 8명(2세대)이 집안으로 스며든 연탄가스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이맘때면 '김정일 생일관련 도시미화'라는 명분만 내 세우며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는 아첨꾼들의 무모한 지시가 빚어낸 사고다"며 언성을 높였다.

또한 “장마당에서도 굴뚝을 만들어 파는 장사꾼들이 굴뚝을 만들 때 '규정된 높이'를 넘기면 무조건 단속, 회수하고 있다”고 전했왔다. 그러면서 “최근 주민들속에서 ‘쌀은 있는데 땔감이 없고, 땔감은 있는데 굴뚝이 낮네~’라는 자조섞인 말이 유행이 되고 있다”며 “이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과 굴뚝의 높이마저 통제하고 있는 당국에 대한 비난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소식통은 “앞으로 굴뚝을 낮춘 세대들에서 가스에 의한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며 “양강도에서만 해도 무연탄이나 장작에서 나오는 가스로 인해 해마다 수십세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그 사망자 수는 수백명에 달할 것이다”고 덧 붙였다.

이석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