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탈북한 것은 배고픔 때문이 아닙니다. 각자 다 가슴 아픈 사연들이 있지만 나에게도 잊지 못할 쓰라린 사연이 있습니다.

나는 2010년에 내 죄가 아닌 부모가 행방불명이라는 연좌 죄 때문에 부득이하게 제대되었지만 부모의 죄를 씻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던 2013년 7월 어느 날, 제가 직장(회사)을 나간사이에 보안원들이 신발을 신은채로 집에 들이 닥쳐 이삭 주은 잣을 모조리 회수해 갔습니다. 회사 일을 끝내고 저녁 늦게 들어와 보니 집안은 온통 수라장이었고 신발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억울하여 즉시 보안원들을 찾아갔습니다. “내 잣을 돌려주십시오, 도둑질 한 것도 아니고 10m이상 되는 나무에 1~2송이 매달려 있는 것을 따서 모은 것인데 이렇게 뺏어 가면 우린 어떻게 삽니까?" 라고 했지만 보안원들은 "잣은 국가재산이기 때문에 개인이 가지고 있지 못하게 되어있다”며 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김일성의 방침에도 산을 끼고 있는 사람들은 산을 이용해서 살라고 했는데, 그리고 국가에서 다 수확을 하고 나머지 잣을 주은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따지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따지 않으면 어차피 산에서 다 썩어 없어질 건데 그 이삭을 주어서라도 살아보겠다는 것이 죄냐고 하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회수를 당해 그 장소에 모여 있었습니다.

저녁 10시가 되자 보안원들은 밥을 먹으러 간다며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이렇게 기다 린지 새벽 1시가 되었고 그 때서야 그들이 나타났습니다. 주민들은 밥도 못 먹고 기다리고 있는데 술을 가득 먹고 비틀대며 오는 것을 보는 순간 나의 눈에서는 불이 일었고 끝내 이성을 잃었습니다.

제가 내 잣을 가져가겠다며 잣이 든 자루(마대)를 쥐는 순간 보안원의 주먹이 내 얼굴에 날아들었고 이성을 잃은 나 역시 그들에게 대들었습니다. 결국 크게 번져진 이 싸움을 사람들이 지켜보았고 저들 역시'내 잣'을 돌려달라고 항의 하였습니다.

이 일이 김정은에게 까지 보고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김정은의 지시를 받은 최고 검찰소 사람들이 실태 조사를 내려왔고 저의 집을 카메라로 찍는 등 모든 재산목록을 작성하였고 저에 대한 조사가 벌어졌습니다. 

그 때 최고검찰소 사람이 저에게 걱정하지 말라면서 우리는 보안원들의 행패를 저지시키고 일을 바로 잡기 위해 내려온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인민의 보안원이 백주 대낮에 인민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김일성, 김정일 사진이 붙여있는 집에 신발을 신고 수색영장도 없이 가택을 수색할 수 있는가고 억울했던 심정을 토로하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며칠 뒤 최고검찰소 사람들에 의해 보안부로 불려갔고 그때에야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들은 종이 장을 내밀면서 저에게 무작정 사인을 하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이게 무엇인가고 물어보았을 때 ‘이새끼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당장 찍어’ 라고 말하는 순간, 일이 심상치 않게 번져간다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내가 보안원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주민들의 폭동을 주도했다는 내용이 씌워 있었고, 사인 하는 즉시 나는 수용소로 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난 잘못도 없는데 왜 여기에 사인을 해야 하는가며 어성을 높였었습니다.

주변에 적지않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강제로 사인을 받아낼 형편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하지만 내가 없는 사이 눈도 제대로 못보는 장모를 불러 여기에 사인을 하면 사위가 살아난다는 거짓말로 대신 사인을 하게 하였습니다.

결국 나는 죄인이 되었고 ‘민간반란죄’ 라는, 이름도 생소한 '죄인'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탈북을 결심했고, 처와 어린 딸을 두고 피 눈물을 흘리며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보위원들의 눈을 피해 평남도와 평북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온갖 허드레 일을 도맡아 했고, 그렇게 3개월을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2013년 10월 탈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탈북민들을 조국을 배신한 반역자라고 하는 김정은이야 말로 우리를 배신한 역적이고 인간쓰레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에 와서야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자유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내가 노력한 것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야 말로 내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내고향 인민들도 이런 대한민국에서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늘 기도하며 살고 있습니다.

탈북자 김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