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 설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흐르는 강물과 북녘 땅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강기슭을 산책한 나도 쉬고 싶음과 노인에게 관심이 끌려 곁에 앉았다.
노인이  깊은 사색과 한숨에 말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데 또 눈물을 보이기에 선생님 무슨 슬픈 사연이 있으십니까? 하고 말을 붙혔다.

노인은 나를 처다 보지도 않고 강물에 시선을 허트린체 혼자 말처럼 말 한다. “죽었는기라요” 그리고 말을 잊지 않기에 한참을 기다리다. 나는 또 물었다. 누가 돌아가셨습니까?

“예 우리형님이~ 어릴 때 같이 놀고 60여년 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죽었는기라요” 하고는 손등으로 눈물을 찍는다.

요사이는 돈만 조금 쓰면 북한에 있는 친척들 국경주변으로 불려내어 만날 수 있는데 왜 만나보시지 않으셨어요?
“형님은 중국에 나와도 나와는 전화통화 무서워서 못하는기라요”

중국까지 나왔는데 왜 전화통화도 못 합니까? 하고 재차 물으니 노인은 그 때서야 나를 처다 보며 지난 날을 이야기 한다.

자신의 할아버지는 삼일운동에 참여한 어른으로 삼일 운동 직후 일경의 눈을 피하여 아들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아버지는 중국에서 동포와 결혼하여 6남매를 두었는데 할아버지가 1944년 손자인 자신만 데리고 한국으로 나왔고 그 이듬해 해방이 되어 중국에 있는 부모와 형제들은 모든 소식이 두절 되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혼자 남은 자신은 고아로 외롭게 자라지만 중국과 국교가 트이면서 형제자매들을 만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6남매 였는데 중국에 들어와 보니 그 동안 동생 두명이 더 태어나 8남매가 되어 있드라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모든 남매들이 중국에 있는데 형님 만이 북한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형님은 퇴직하여 집에 계시고 조카들은 신문사 기자를 비롯하여 한자리씩 하고 있다고 한다. 하긴 독립군 자제분들인데 성분이야 좋게 분류되어 형님도 북한에서 원만하게 사신 것 같다고 한다.

중국에 있는 동생이 북한에 있는 형님을 초정하고, 나오시면 한국의 작은형과 만남의 자리를 만들 수 있는데, 북한의 형님이 한국의 작은형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말씀은 안했지만 중국의 동생들 말은 그나마 자리 잡고 살고 있는 조카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만날 수 없다고 한다.

일년 전 자신이 중국에 있는 동생 집에 우연히 전화를 했더니 북한에서 가족초정으로 나와 있는 형님이 전화를 받으셨는데 반가워서 형님! 저입니다. 하고 소리쳤더니 모른척하고 수화기를 동생에게 넘겨주었다고 한다.
너무 반가워서 형님 바꾸어 달라고 하니, 중국에 있는 동생이 다음에 통화하시지요.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가족 방문으로 나간 사람들도 중국에서 한국사람 등 누구와 만나 무슨 대화를  했는지 조사를 받기도 한다.. 아예 화근이될 작은 불씨라도 만들지 않기 위하여 전화를 받지 않은것 같다)

형님이 내가 남한 땅에 산다고 해서 어찌 나를 싫어했겠는가. 형님의 가슴에도 나와 같은 천륜의 형제애가 있고  그리움의 눈물이 있었겠지만 자신과 가족들 안전을 위하여 형제의 그리움은 가슴에 눌려야 했을 것이다.

언제 좋은 세상이 오면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한 달 전 세상을 떠셨다고 한다. 세상을 하직할 때도 중국의 동생들에게도 연락이 없었다.
연락 할 수도 없었겠지만 연락을 해도 장례기간에 중국동생들이 북한에 갈 수도 없다.

한달이나 지나 이제야 부음을 받고 달려왔으나 강 건너는 갈 수없고, 삼일째 강가에  나와 북녘 땅과 저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며,  형의 이름을 불려본다. 대답 없는 형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려본다.

"형!  좋은 세상으로 잘 가이소!  다음 세상에는 우리 형제 막는 사람 없을 기라요.
나도 얼마나 살겠는교 곧 갈끼라요. 그때 만나서 할배 이야기도 하고 엄마 이야기도 하고  옛날 이야기 많이 합시더...." 
흐르는 강물은 힘 없이 중얼거리는 노인의 소리를 않고 저 멀리 사라져 간다.

땅거미가 찾아들었다.

“우리 성씨도 모루면서 많은 이야기 했네?” 아~ 예. 저 윤문식(가명)입니다.
“아~ 윤선생! 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어디가서 우리 술이나 한잔 합시더"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