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옥이는 오늘부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정신병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으로 다녀야 한다. 그자들은 자기들 앞에 새 사람만 나타나면 그에게 하나님을 전파시키려고 몸부림을 치는 정신병자들이다. 다른 죄수들과 격리를 시켜 작업을 시킨다. 그자들한테 가면 절대로 눈도 마주쳐서는 안 된다. 눈만 마주치면 너도 물들 수 있다. 분명히 그자들은 너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다할 것이다.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그자들이 믿는 허망한 하늘을 전파 받으면 그 때는 너도 그자들 속에 들어가 똑 같은 고통을 당하다가 끝날 것이니 네가 하루라도 더 살고 싶으면 알아서 잘하는 것이 좋다. 너는 감옥에 왔지만 항상 수령님과 당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라. 너를 살려준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명심하고 일 처리를 잘하라.”

<하나님 전파시키려 몸부림치는 정신병자들>

재정부장은 이렇게 사전 교육을 했다. 하늘을 믿는 자들, 정신병자들이라는 말을 들으며 속으로 코웃음이 터졌다.

왜 그 사람들만 정신병자들이겠는가. 감옥 안에서야 어느 누구나 다 미친 사람들이 아닌가. 미쳐야 살아나갈 수 있지. 맑은 정신을 가지고야 하루 한 시간인들 살 수 있을까.

죄수는 무조건 하라는 대로 해야 하니 그날부터 나는 그 작업장으로 하루에 2번씩 다녀오게 되었다.
첫 날이다. 용광로 직장이라는 것은 알고 갔다. 감옥안의 모든 작업장은 다 무거운 철문으로 통과하게 되어있다. 입구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작업장 안에 배치된 담당 교도관 사방대(사방을 볼 수 있게 유리로 만든 사무실)에 벨 소리가 들린다. 담당 교도관이 들어오라고 스위치를 누르면 문이 열리게 되어있다.

<미친놈 담당한 교도관 또한 미친놈이겠지>

담당교도관의 들어오라는 말소리와 함께  작업장에 들어섰다. 갑자기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용광로 직장은 구내 전체가 불덩어리 같이 달아올라 있었다. 뿌연 화염 속에서 간신히 사방대를 찾아 들어갔다.
담당교도관에게 땅바닥에 꿇어앉아 보고하였다.

“종합 계산 공 이순옥 입니다. 오늘부터 모든 생산지령과 실적을 종합하기 위해 오전, 오후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첫날은 담당교도관이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말했다.
미친놈들을 담당한 교도관 또한 미친놈에 가까운 놈이라고 속으로 욕이 저절로 나왔다.

내가 코흘??같은 너의 발밑에 꿇어앉아 머리를 땅에 박고 보고하니까 네가 이 세상을 다 가진 정복자 같은 착각을 하고 있구나. 어리석은 놈 같으니라구... 네 깡통머리를 가지고 무얼 안다고 알아듣지도 못할, 아니 듣고 싶지도 않은 일장연설을 늘어 놓는 거냐...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첫 날은 사방대에서 바깥으로 나가지 말고 그냥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라고 하였다. 유리창 밖으로 작업장이 내다 보였다. 불길이 이글거리는 용광로가 보였다. 환풍이 제대로 되지 않은 작업장은 뽀얀 먼지가 이글거리는 불꽃에 섞여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벌겋게 달아오른 작업장 용광로 앞에서 움직이는 무리가 수백명은 잘 되는 것 같았다.

<우리 수령님 믿지 않고 허망하게 하늘을 믿는 자들>

용광로 직장은 다른 작업장과 다른 점이 있었다. 처음에는 정신병자들이라는 말을 들은지라 경계심도 없지 않아 있었다. 작업장 오른쪽 벽을 바라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작업장인데, 고문실도 아닌데, 소가죽 채찍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한 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의 채찍이 걸려있었다. 채찍은 하나와 같이 피와 기름에 찌들어 반들반들 하였다. 소가죽 채찍에 맞으면 살이 갈라지고 심하게는 살점이 묻어 떨어진다.
충격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 속이 복잡하였다.

한참을 그것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무리가 더 충격적이었다. 불빛 앞에서 묵묵히 움직이는 무리들이 보였다. 사람의 무리 같지 않았다. 아무리 보아도 무슨 괴물들처럼 보였다. 도대체 저 무리가 왜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뽀얀 먼지 속을 돌아가면서 일을 하는 것을 봐서는 괴물도 짐승도 아닌 것 같은데 왜 모습은 사람 같은 모습이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넋을 잃고 내다보았다. 작업장 순찰을 하고 돌아온 교도관이 꽥 소리를 질렀다.

“네가 지금 무엇을 내다보고 있는가. 정신을 차리라. 여기에 있는 자들은 사람이 아니다. 저자들은 우리 수령님을 믿지 않고 허망하게도 하늘을 믿는 자들인데 왜 얼빠진 것처럼 바라보고 있는가. 앞으로 매일 같이 보게 되겠는데 조금이라도 마음의 동요가 생기면 너도 저놈들하고 같은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저놈들은 인정사정을 봐줘서는 안 된다. 지독스러운 놈들이다. 저 모양으로 되어도 항복하지 않으니 악질들이다.”

첫날은 뭐가 뭔지 이해를 못하고 나왔다. 도망을 치듯이 작업장을 빠져 나오고 나니 무거운 바위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잠시나마 벗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무실로 돌아와서 감옥안의 공장별로 분류되어 비치된  죄수명단을 찾아냈다. 용광로직장 죄수명부는 5~6권 정도로 되어있었다. 종합 계산공 일을 맡아 하면서부터 누가 어떤 죄명으로 잡혀오게 되었는가를 신경써본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나한테는 모든 것이 다 귀찮고 그저 언제면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겠는지, 그날을 과연 볼 수 있겠는지, 어떻게 하나 내가 이 안에서 죽어서는 안 되고 꼭 살아 나가야만 억울함을 밝힐 수 있지 않는가하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아마도 감옥안 사람들은 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잡혀온들 내가 알아서 뭘 한단 말인가. 미친놈들이라니 미쳤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될 일을 필요이상의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하늘을 믿지 않겠다고 말하라!>

오후 5시에 그날 생산품을 종합하기 위하여 용광로 직장으로 건너갔다. 그날도 어김없이 반복되는 나의 작업업무중의 하나였다.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작업장 안의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팽배해 있고 당장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작업이 중지되고 수백 명의 죄수들은 작업장 한 가운데 모여 서 있었다. 담당 교도관은 무리들 앞에 장승처럼 버티고 서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며 마치나 불에 덴 호랑이처럼 펄펄 날뛰었다.

한 사람 이라도 좋으니 하늘 안 믿겠다고 말하라
“이놈들!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지?! 교화소적인 사상투쟁 날이다. 그러니 너희들 속에서 이번 사상투쟁 날에 한사람이라도 좋으니 하늘을 안 믿겠다고 말하라! 그러면 그 자리에서 석방되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 누가 나서라! 대열 앞으로 몇 발자국 나서라! 만약 너희들 속에서 한 사람이라도 나서지 않으면 내가 당 조직으로부터 추궁을 받게 된다.”

나는 사방대 옆에 비켜서서 감히 생산 실적 종합을 하겠다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들과 같이 떨고 있었다. 오늘 또 무서운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나, 제발 오늘이 무사히 지나가야 할텐데 하고 마음 속으로 기원했다.

그러나 끝내 일은 터지고 말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이 그냥 버티고 있는 것이다.
빨리 용서를 구하고 이제는 하늘을 안 믿겠으니 제발 살려달라고, 바깥으로, 집으로 보내달라고 하면 좋을텐데 침묵으로 대항하면 어쩔 셈인가.
오히려 내가 더 급하였다.
이 미련하고 바보천치 같은 인간들아! 제발 오늘이라도 무사히 넘겨야 되지 않겠는가. 왜 목숨 아까운 줄 모른단 말이냐.

정말 안타까웠다. 수백 명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으니 무사히 넘어갈리 없었다. 일은 끝내 터지고야 말았다.

용광로 직장은 주물직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담당교도관 두 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두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8명의 수감자들을 끌어내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작은 몸뚱이는 반항 할 여지조차도 없이 땅에 동그라졌다. 8명이 한데 엉켜 나동그라진 모습이 마치 머리가 여러 갈래로 붙어있는 괴물과 흡사하였다.

<수령님 믿는 우리가 사는지 예수쟁이 네놈들이 사는지 어디보자!>

괴로워 꿈틀거리는 무리를 향해 교도관들의 구두 발이 사정없이 내리 밟는다.
“이놈들! 오늘 누가 죽나 한번 본때를 보여 줘야겠다. 수령님을 믿고 당을 따르는 우리가 사는지, 허황한 하늘을 믿는 예수쟁이 네놈들이 사는지 어디 보자. 이놈들!”

교도관들의 구두 굽에는 말발굽에 신기는 철을 박아주었다. 때문에 교도관들이 걸을 때마다 세멘트 바닥을 밟는 소름끼치는 마찰소리가 위압적으로 울린다. 일상 시에도 그 소리로 정신적 고통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 구두로 생사람을 짓이겨 놓는 것이다. 차마 눈을 뜨고 제정신을 가지고는 볼 수가 없었다.
구두 발이 내리 밟을 때마다 아픔을 참느라고 몸뚱이를 뒤틀고 있었다. 8명은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하고 온 육신이 다 부서졌다.

그런 와중에 나는 똑똑히 들었다. 그들이 외치는 신음소리를... “주여! 주여! 주여!...”
얼마 후 더는 꿈틀거리지 않았다. 숨이 끊어진 것이다. 몸뚱이는 천 오리, 실 한 올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고 여위어 뼈에 가죽만 씌워있는 몸뚱이는 그냥 두어도 얼마를 살 수 없을 것 같은 인간들이다.

<“주여! 주여! 주여!”>

충격이 너무 컸다. 그들도 사람들인데 믿지 않겠다는 말을 안 하여도 독감방 처벌로 끝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짐승도, 벌레도 아닌 사람을 선 자리에서 교도관들이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죽이는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금시 토할 것만 같았고 하늘이 맞붙어 돌아가는 것 같았다.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땅이 흐느적거려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었다.

내 귀가에는 그들이 외치던 이상한 신음소리 “주여! 주여! 주여!” 하는 소리가 계속하여 앵앵...앵 들려왔다. 산사람을 밟아 죽이니 그들의 고통이 오죽했으랴. 얼마나 다급하고 고통스러웠으면 신음소리조차 저렇게 이상하게 질러대겠는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그러나 그들의 마지막 신음소리가 혼신의 마지막 힘을 다 모아 하나님을 찾는 믿음의 고백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아니 알 수 없었다.

교도관들의 충혈된 눈은 미친 개 같았다. 작업장 죄수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공포의 긴장감은 당장이라도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씩씩거리는 교도관의 숨소리 밖에는 모든 것이 검은 장막속에 묻혀 버린 듯하였다.

그날 참사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을 보고도 함구하고 있는 무리를 향해 “악질 반동들!”이라고 매섭게 씹어 뱉었다.

두 교도관은 자기들 손으로 쇠물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바가지를 끌어왔다. 조금도 서슴지 않고 쇠물 바가지를 시체더미에 덮어 씌웠다.

아.. 더는 그 자리에 서있을 수 없었다. 밖으로 뛰어나왔다. 온천지가 새카맣게 흐려와서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쇳물 바가지를 시체더미에 덮어씌웠다>

이럴 수가 있을까. 사람이 왜 이런 무서운 짓을 하는 걸까. 천하에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질러도 무사할 수가 있다니... 저런 만행을 저지르도록 가르친 자들이 과연 누구란 말인가. 어버이 수령님? 오늘까지 믿고 충성해 온 우리 수령님이 이런 무서운 지옥을 만들었으니 장본인은 김일성 부자가 아닌가. 사람의 뼈와 살이 타는 이상한 냄새가 천지를 진동하는 것 같았다. 오래 동안 그 냄새가 사라지지를 않았다.

그 후부터 머리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하루에 3~4시간 밖에 안 되는 잠자는 시간마저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만 감으면 눈앞에서 시커멓게 숯으로 변해버린 8개의 몸뚱이가 어른거렸다.

<내가 진작 깨달았어야 하는데>

늦게나마 깨닫기 시작한 것 같았다. 무서운 충성심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끌려왔구나. 어머님 생전에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던 그 말씀이 떠올랐다. 내가 진작 깨달았어야 하는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누가 옆에서 찾아도 깜짝깜짝 놀라곤 하였다. 재정부장은 그런 나에게 “네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여기에서 살아서 나갈 수가 있다. 너하고 무관한 정신병자들 몇이 죽었다고 하여 네가 그다지 충격을 받을 것이 무엇이냐. 너는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감옥에 와서도 이런 일을 맡았으니 너야 죽을 죄를 졌지만 당에서 너를 버리지 않고 신임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항상 기억을 하라. 보답하기 위해서는 쓸데없이 남의 일 때문에 의심을 사는 일이 두 번 다시는 없어야 한다. 내가 아무리 봐준다고 하여도 한두 번이지 그런 일이 반복되면 나도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을 네가 더 잘 알 것 아니냐.”라는 충고를 주었다.

나는 그 후에도 몇 개 월동안 그 악몽을 떨쳐버리느라고 힘들었다. 나는 지금도 감옥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할 때마다 재정부장을 기억한다. 그는 나에게 둘도 없는 귀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지옥 속에서 그나마도 살아서 나올 수 있게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다 처리하지 못하면 생산과장이나 공장 과장들이 야단을 친다. 그럴 때마다 나타나서 그들에게 혼자서 베아링(베어링)처럼 돌아가며 일하는데 그 이상 더 무엇을 할 수가 있겠느냐, 사람의 능력이 한계가 있지 않느냐고, 그만 닥달을 하라고 나무랐다. “순옥이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야 교화소 생산이 제대로 돌아가니 당신들이 정신노동을 하는 순옥이를 제발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고 말하면 과장들이 더 다그치지 못했다. 재정부장은 그 당시 나이가 60대였다. 평생을 정치범들 속에서 일한 사람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사람이었다.

<살고 죽는 것은 자신이 마음먹기에 간다.>

그는 나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아무리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생을 포기한다 해도 하늘은 무심하지 않으니 솟아날 길을 열어놓을 것이다. 살고 죽는 것은 자신이 마음먹기에 간다. 그러니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져라. 좋은 날이 꼭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면 안 된다.”

조용한 시간이면 이런 말을 해주었다. 재정부장은 가끔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말을 나에게 자주 해주었다.

육신은 비록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했지만 누구와 비교해도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들, 가슴에 따뜻한 정이 넘치는 인격자들이 바로 세상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치범 교화소, 수용소, 지하 감방들에 갇혀 있다.

오늘도 그들은 몸부림치며 하나님을 외치고 있다.

<”미친놈”의 용기>

얼마 후 나는 “미친놈”들이 일하는 용광로 직장으로 나가보았다. 대사 발표가 난 이후 처음이었다.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작업이 중지되고 모두들 공장 가운데 나와 꿇어앉아 있었다. 서로 작은 일이라도 비판을 한 건씩 해야만 자기 자리에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오늘도 그들은 몸부림치며 하나님을...>

담당 관리지도원은 입에 마스크를 하고 손에는 흰 장갑을 끼고 있었다. 대열을 지어 앉혀놓으니 고린 냄새가 진동을 하였던 것이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자기들이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다.

교화국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정치범들, 특히 하늘을 믿는 “미친놈”들이 자기 죄를 반성하는 기간을 정해 놓았다. 당에 대한 불순한 생각을 뿌리 뽑는다는 목적에서 대사령도 받지 못한 죄수들에게 생트집을 걸어 너희들의 죄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는 것을 너희들 자신의 입으로 비판을 하라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며칠씩 잠도 재우지 않고 닥달을 하니 모두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어하는 표정들이었다.

등뼈가 앙상하고 어깨뼈가 얼마나 나왔던지 무릎에 손을 짚고 꿇어앉으니 머리가 두 어깨뼈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3백여 명이 모두 한 판에 박아놓은 조각품이라고 봐야 맞을것 같았다.

용광로 직장은 다른 공장들과 다르게 담당 관리지도원이 두 명이다. 그날은 두 명이 함께 나와 손에 가죽채찍을 들고 사정없이 그들을 후려 때렸다.

“와 이 간나새끼들아! 입에 00을 탈아 막았디?! 왜 입을 벌리디 않디! 눈깔 물이 툭 터지게 찔러놓아야 입 벌리갔어?!”

생트집을 감당하는 죄수들의 작은 몸뚱이는 더 움츠러들어 있었다. 관리지도원은 미친 듯이 채찍을 윙윙 돌리면서 광기를 부렸다. 어느 죄수인지 견디다 못해 일어나 입을 열었다.

나는 사방대(안전원 작업실) 옆에 비켜서서 그를 다행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죄수는 돌발적인 행동을 보였다.

“선생님. 이렇게 때리지 말고 차라리 총으로 시원히 갈겨주십시오. 이렇게 목숨을 구걸할 바에야 깜장콩알이 그립습니다. 하늘나라로 보내주십시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그 죄수의 울부짖음은 마치나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내려치는 듯 단호하고 추상같았다. 사상투쟁회의는 말 그대로 전투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두 명의 관리지도원이 감당할 상황이 아니었다.

<“미친놈”은 이렇게 갔다>

나는 얼른  가지고 간 지령서를 사방대에 놓고 나와 버렸다.

다음 날 취장에 보내는 통계를 만들면서 보니 그날 용광로 직장에서는 수십 명이 독방처벌을 받았다.
얼마를 지나갔는지 그 사건도 금방 머리에서 지워졌다. 교화소에서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한 순간을 지나면 누가 기억을 할 경황이 아니다.

어느 날 점심때가 되어 종합 벨 소리가 다시 요란스럽게 울렸다. 모두 마당으로 쏟아져 나와 모였다. 총살을 한다고 하였다.

공개 총살을 할 때마다 들어오는 소형 군용트럭이 들어왔다. 두 손을 뒤로 묶인 채 트럭에서 짐짝 던지듯이 내던져 졌다. 경비대 군인 두 명이 내 던져진 짐짝을 끌어다 사형대(총살할 때 묶는 쇠말뚝)에 묵었다.

“미친놈”은 이렇게 갔다.        

출처 : 한국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