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9월22일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측은 “북한 인권 문제는 올해 6대 중점과제 가운데 하나”라면서 “북한 인권 관련 대응 역량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이 문제가 논의돼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북한 인권 시민단체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1948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고 했다. 북한 동포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개인의 인권이 국가권력에 의해 유린돼도 구제할 방도가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권은 더 이상 독재자들이 흔히 내세우는 내정 간섭이라는 논리로 항변할 수 없는 보편적인 가치가 됐다.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의 구제 제도가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인권의 보편성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이성과 양심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권유린 국가는 법적 제재를 피할 수는 있어도 치명적인 체면손상(sanction of shame)을 결코 면할 수 없다. 2001년 발족한 우리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본도 엄두를 못내는 훌륭한 제도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에 비춰 너무 부끄러운 과오를 범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정권 동안 북한 인권보다는 북한 정권의 입장을 두둔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햇볕정책이 성과를 올리지 못하므로, 북한의 특수 사정을 이해해 줘야 한다는 논리였던 것 같다. 이라크에서 미군의 인권 침해를 지적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균형을 잃은 처사였다. 노르베르트 폴러첸 박사나 수잰 숄티 여사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와 탈북자들의 불행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유엔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비팃 문타폰 태국 출라롱콘대 교수가 북한 입국을 거절당하고 대신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의 일정을 주선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의 특수사정을 애써 이해시키려 했던 것 같다. 하기야 당시 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계속 기권을 해서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됐던 때이기는 하지만…. 허탈해진 문타폰 교수는 귀국 후 보낸 편지에서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강조하는 북한의 ‘특수한 사정’이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번에 뒤늦게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해서 그들의 원죄가 없어진다고 꿈꾸지 않기 바란다. 그 당시 정부의 친북적 방침을 의식했던 결과라면, 독립적인 입장에서 인권 보호 업무를 수행해야 할 책무를 저버렸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 위원회 스스로의 판단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했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그것은 사소한 업무상 실수와는 차원이 다른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사과로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보호해야 할 기본정신을 저버린 게 아닌가. 그것은 인권위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소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권위원들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이미 크게 실추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신도 만회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임기라는 방패 뒤에 숨어 자리에 연연한다면 비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끄러운 과오를 구차하게 변명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자리를 버림으로써 진정한 자아를 회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위도 되살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아시아지역에서 인권 선진국이 되는데도 밑받침이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김석우/북한인권국민캠페인 공동대회장, 전 통일원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