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이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목도한 386세대의 한사람으로서 야간 옥외집회 허용범위를 둘러싼 여야의 집시법 개정안 대립 투쟁을 근심스런 눈길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집회를 전면 금지하려는 한나라당과 자정부터 오전 6시사이 특정지역에 한해 선별적으로 규제하자는 민주당, 그리고 야간 옥외집회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집시법 10조 자체를 삭제하려는 민노당의 입장이 얽히어 여야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헌재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 내린 바 있으나 이전의 헌재는야간이라는 특수성과 옥외집회의 속성상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라는 이유로 합헌결정을 내린바 있어 아직도 이론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일제의 만행에 항거한 3.1 항일시위 부터, 4.19민주혁명, 80년대 절정을 이룬 대학생의 반미, 반파쇼 민주화 투쟁 그리고 쇠고기 수입반대, 효순/미선 사건으로 촉발된 반미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한국의 집회 및 시위문화는 한국민의 역동성과 다혈질적 과격성을 예외없이 반영하고 있다.

화염병, 투석은  물론이고 수많은 분신과 투신자살 등은  한국의 시위문화의 상징이었다. 한미FTA를  반대하던 농민의 분신이나, 4대강 저지를  위해 소신공양한 스님이나 아직도 우리의  집회시위 문화에는 과도한 선정성과  폭력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인 것이다

폭력성이  정당화되기 위해선 공공의 법익을 뛰어넘는 사회적 합목적성과 당위성이 있어야

문제는 이러한  선정성과 과격성은 의례 공공질서와 사회안녕이라는 공공의 법익과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침해되는 법익을 초과하는 합목정성과 당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민족의 생존과  주권 회복을 위한 3.1거사나, 군사독재 정권의  폭력적 억압에 대응한 4.19혁명 등은  분명한 합목적성과 범사회적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부패와 불법을 일삼는 다면 나름 폭력시위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국의 투쟁, 독재부패정권 척결의 명분없이,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투쟁, 또는 특정 이익집단의 자기밥그릇 지키기 차원(물론 당사자는 생존권 투쟁이라 항변하지만)의 폭력시위는 당연히 법의 일정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바로 사회적 공익의 침해범위를 넘어서는 당위성, 즉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LPG 가스통에  불을 붙이며 폭파위협 시위를 했던  북파공작원(HID), 한미FTA 반대를 위해 분신을 기도했던 농민, 4대강 반대를 명분으로 분신한 스님, 이들의 공통점은 반대를 위한 반대 또는 그들의 밥그릇 수호를 위한 투쟁이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그들의 폭력성이나 선정선동성이 사회적으로 정당화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야간 옥회집회의  잠재적 위험성- 첫째, 비이성적 폭력성에 노출되어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군중과 권력”의 저자 엘리아스 카네티는 군중의 가장 큰 특성으로 “평등성”과 “파괴욕”을 들고 있다.

지위고하, 직종과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군중에 흡수되는 순간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형체를 구성하는 단일 분자들 처럼 평등한 관계가 형성되어 일체감에 지배되고, 군중의 방향에 거부감없이 동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화뇌동성 파급성은 시위군중의 이성적인 판단능력을 마비시켜 결국 과격,폭력성을 띄게하며 타협이나 설득이 먹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요컨데, 군중시위는 참여자로 하여금 별 죄책감없이 사회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는 다중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군중시위 참여자는 자신의 주장 등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회정의를 위하여 투쟁한다는 생각으로 투신이나 분신자살을 하는 등 과감하고 전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우리 시위문화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열이가 전경이  쏜 최루탄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순간, 단순 가담자였던  나역시 어느새 전경들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야간 도심시위에서는 최루탄 가스속을 누비며 전경들과 투석전을 벌일때는 알지못할 야릇한 쾌감까지 느끼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은 없었고 시위군중과 하나된 정체불명의 저항감만이 나를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카네티의 통찰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어떤 나라 어떤 문화권이나 군중의  파괴욕(특히 적대적인 감정을 대변하는  상징물에 대한)이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파괴의 수단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불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흡인력이 있으며, 불길이 번져가는 한, 모든 사람은 군중에 가담할 것이며, 적대적인 모든 것은 파괴되고야 말 것이다” 

일부 특정 주모자에 의해 시위의 방향성이 한쪽을 쏠리게 되면 의례 수반되는 현상이 "화염"이다. 화염병 투척은 가장 대중화된 시위수단이었고, 자기몸에 불을 지르는 분신 또한 자주 동원되는 시위수단이었다.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집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야간이 군중심리의 일체성과 특히 "불"의 수단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대라는 점에서 시위대가 폭력성과 선동성에 농락당할 개연성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야간 옥회집회의  잠재적 위험성- 둘째, 체제 부정세력의 정치선동에 이용당할 우려가 크다

쇠고기 수입이라든가, 효순/미선양 사건은 어찌 보면 대한민국을 들썩일 만한 거대한 이슈가 아니었다.

쇠고기시장 개방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는 한우 농가였다. 그러나 체제 부정세력은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풀려 국민의 생명을 위협사는 사건으로 둔갑시킴으로써 혹세무민의 범죄를 저질렀다. 순진한 대다수 국민들은 이들의 사기행각에 농락당해 거리로 거리로 촛불을 들고 모여 들었다

효순/미선양 사건은 또 어떤가? 곡선의 도로에서 속력을 늦추지 않는 미군의 장갑차에 의한 과실치사 사건이었다. 이는 한국과 미국간의 SOFA협정에 의해 처리되어야 할 문제였다. 그러나 체제 부정세력들은 이를 교묘히 반미, 주한미군 철수 논리에 연결시켜 또 한번의 촛불 사기극을 선동했다

이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에 대한 민의의 표출, 표현 수준을 넘어, 교묘히 대한민국의 체제를 서서히 와해시키려는 치밀한 전략전술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지난해 헌재의 야간옥외집회의 헌법 불합치 판정은 "과거 10년 동안의 좌파 정권이 사법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좌편향 인사를 심어놓은 결과"이며 "이명박 정부가 법치 확립과 국가 정체성을 바로 잡기위해서는 사법부 내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귀를 귀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 개정이란 것은  그 나라의 특수성과 특히 개별국가의  법현실을 반영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분단의 현실에서 체제 와해세력의 수단으로 빈번히 악용되어온 현실과, 역동적 국민성으로 인해 종종 과도한 흥분과 과격성을 표출한 현실을 감안 할 때, 야간 옥외집회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법개정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것이야 말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법현실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