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의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오늘자 조선 닷컴에 소개된 기사 일부를 전재한다.

“1973년 3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서 갑작스러운 총성이 적막을 갈랐다. 북측 GP(경계초소)에서 DMZ 표지판 보수작업을 하던 남측 3사단 백골부대원을 향해 기습사격을 가한 것이었다. 이 사격으로 백골부대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박정인(82·예비역 준장) 당시 백골부대 사단장은 즉각 북측에 사격 중지를 요청하는 한편 아군(我軍)에 대응사격 준비를 지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의 사격 중지 경고에도 총격을 멈추지 않았다. 박 장군은 즉각 사단 포대에 대응사격을 지시했고 105㎜와 155㎜ 곡사포가 적 진지를 향해 불을 뿜었다. 부상병을 구출하기 위한 연막탄도 작렬하며 사방에 화염이 치솟았고, 곳곳에 매설된 지뢰가 불을 뿜으며 폭발했다. DMZ 인근에 있던 적군은 혼비백산해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박 장군은 이날 밤 사단의 모든 차량을 동원해 헤드라이트를 켜고 DMZ 남방한계선을 향해 돌진했다. 북한군은 국군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는 줄 알고 전군에 비상동원령을 내렸다. 일주일 뒤 귀순한 북한군 장교에 따르면 당시 북한군 30여명이 우리 군의 보복 사격으로 사망했다고 했다.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박 장군을 만났다.

아들과 손자까지 3대가 육사 출신인 그의 사무실 한쪽엔 '우리의 적(敵). 부정부패, 친북좌경세력, 적화통일북괴군'이란 글귀가 쓰인 액자가 걸려 있었다.“

이상의 기사에서 주목할 것은 ‘우리의 적’으로 박장군이 지목한 세 가지 항목이다. ‘부정부패’란 우리 사회 지도층 일각의 도덕적 치부(恥部)를 말할 것이다. ‘친북좌경 세력’이란 지난 10여년간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내린 ‘연평도 포격=우리 탓, 미국 탓‘이란 세력을 말할 것이다. ‘적화통일 북괴군’이란 우리를 언제든 기습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김정일 선군(先軍) 정치를 말할 것이다.

이 세 가지 적(敵) 중 세 번째 것을, 그리고 자동적으로 두 번째 것도, 우리 쪽에선 그 동안 ‘포용 정책’과 6자 회담으로 녹일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그것으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대안은 북한사회 특히 북한 주민들의 변화라는 암시를 이명박 대통령은 던졌다. 그러면서 이것은 대통령이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 變換)’을 적시한 것은 아니라고 청와대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차원에서는 “이제는 북한의 내부 변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그저 마냥 기대하는 것으로 자족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든 돕는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도울 것인가? 정보전과 심리전과 프로파간다다. 정부의 몫도 있을 것이고 민간의 몫도 있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바깥 세상과 김정일 폭정을 더 많이 알게 하는 것이 정보전이다. 북한 주민, 북한군, 북한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대안적인 생활과 대안적인 행복 추구의 길을 모색할 수 있게끔 우리가 그들의 마음을 사는 작업이 심리전이다. 이런 것들을 각종 첨단 수단들을 통해 북한의 하늘, 땅,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프로파간다다.

미신(迷信)은 사실(事實) 앞에서 빛이 바랜다. 북한 주민, 북한군, 북한 엘리트들에게 사실의 빛을 쐬어 주어야 한다. 일단 사실을 알면 북한 주민, 군(軍), 엘리트들은 면종복배(面從腹背, 앞에선 복종하나 뒤에선 등 돌리기), 충성심의 이완(弛緩), 달리 살 방법 모색의 순서로 마음이 점차 이동할 것이다. 그래서 시장 세력이 증대할 것이다.

이런 전망은 북한 사회 내부의 ‘마음의 변화’와 ‘삶의 진화(進化)’를 도와갈 것 아닐까? 이것은 물론 처음엔 제한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필요조건이기는 할 것이다.

소련이 어떻게 붕괴했는가? 소련 주민과 엘리트들의 마음과 눈이 미신의 거짓됨에서 점차 사실의 진실됨 쪽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물론 스탈린이 죽은 이후로 올수록 더. 모두가 깊이 한 번 돌아볼 만한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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