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자원을 함부로 팔아먹지 말라는 김정일의 지시를 어기고 나무를 중국에 팔아먹다 공개처형 당한 연사군 간부들의 사건이 있은 직후 중국 허룽시(和龍)난핑(南坪)세관을 통해 반입되던 북한의 원목수출이 전면 중단되었다.

난핑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말에 따르면 매일 하루에 15t트럭으로 30차 분량의 원목이 반입되던 난핑(南坪)세관에 최근 3개월간 원목을 실은 차량을 한 대도 구경하기 힘들다고 한다. 대신 무산광산에서 정광을 싣고 들어오는 트럭의 행렬은 늘었다.

이에 대해 중국인들은 팔아먹을 건 자원밖에 없는 북한의 형편에서, 원목수출이 중단되었으니 지역주민들의 생활이 많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연사군의 주요수출원천인 목재 수출이 전면 중단 되면서 이 부문에 종사했던 북한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됐던 함경북도 연사군에는 중국인 사업가가 직접 목재소를 차려놓고 북한 근로자 600명을 고용해 목재가공과 수출을 해 왔었다.

이 목재소는 연사군에서 다른 기업소들에 비해 식량배급과 월급을 잘 주는 곳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꿈의 직장이었다. 목재소에서는 연사일대의 산에서 채벌된 봇 나무와 백송나무 원목을 가공해 중국에 들여다 나무젓가락과 빙구얼(아이스께끼)대를 만들었다.

원래 중국인 사업가는 인건비가 싼 북한에서 나무젓가락을 만들려는 사업계획을 가지고 추진했지만 북한당국이 허락해 주지 않아 중국에서 만들었다. 중국인 사업가는 북한에 목재 가공공장을 세우면서 기계, 설비는 물론 열악한 북한의 전기사정을 감안해 중국에서 전기를 직접 끌어다 목재가공소를 운영했다.

이 목재가공공장 덕분에 군의 간부들과 직원들은 전기 문제는 물론 난방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었고 특히 간부들과 무역일군들은 목재를 판돈으로 부정축재를 일삼았다. 이들은 산림자원을 다른 나라에 망탕(마구)팔지 말라는 김정일의 방침과 지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군당책임비서로부터 무역일군에 이르기까지 돈벌이에 혈안이 돼 대규모의 산림자원을 중국에 팔아먹었다. 심지어 무차별적인 채벌과정에 구호나무까지 몇 그루 잘려 원목과 함께 중국으로 수출됐다.

김정일은 2007년 1월 ‘공동사설’을 관철하기 위한 경제부문일군 회의에서 “수령님께서는 지난날 나무젓가락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팔겠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산림자원을 보호해야하는데 돈을 몇 푼 벌겠다고 젓가락을 만들어 팔면 안 된다고 그만두라고 말렸다”고 하면서 자원을 함부로 외국에 팔지 말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
또한 4월 식수절을 맞아 산림자원을 팔아먹는 행위는 매국행위라며 근절할 데 대한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연사군에서 당 책임비서까지 동참해 나무를 팔아먹고 자신의 분신인 구호나무까지 잘려 나갔다는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진노하여 관계자들을 모두 처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90년대 중반에 진행됐던 대규모 공개처형의 악몽이 되풀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말문이 막히면 주먹이 나간다는 격언이 있다. 총소리가 높다는 은 그 만큼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북한에서 지상의 명령으로 여겨지던 김정일의 방침과 지시가 날이 갈수록 아랫단위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이며 이제 북한체제는 김정일의 방침과 지시에 의해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라 총성과 공포에 의해서 움직이는 갈 데까지 다 간 사회라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