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탈북자들이 갇혀 있는 태국 이민국 수용소의 환경이 부분적으로 개선 될 것이라는 보도를 보고 다소나마 마음의 위안을 느꼈다. 직접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말 열악한 환경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마음이 아팠는데 부분적으로 나마 개선된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들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투쟁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태국이민국 수용소에 있는 탈북자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열악한 환경이지만 머지않아 자유의 땅으로 간다는 부푼 기대와 희망을 안고 기다릴 수 있으니까. 더욱이 그들의 인권을 위해 관심을 가져주고 싸워주는 많은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사람은 희망에 사는 동물이라고 했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삶의 의욕마저 잃는다.

희망이 있는 사람은 절해고도에 떨어져 있어도 죽지 않고 살지만 희망이 없는 사람은 제 집 안방에서도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무기력하게 죽는다. 사람에게 잘 살아 보겠다는 의욕이 없고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면 세상을 무슨 락(樂)으로 살아가겠는가?

만약에 누군가 당신에게 어떤 락(樂)도 바라보지 말고 열심히 일만 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그를 필시 미친놈으로 취급할 것이다. 어떤 락(樂)도 바라지 말라는 것은 결국 일만 하고 월급을 받지 말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락(樂)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북한의 식량위기로 300만명이 굶어 죽었던 1996년 김정일이 했다는 소위 명언이 떠오른다. “우리는 락(樂)을 바라고 혁명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의 락을 바라는 사람은 혁명을 할 수 없으며 시대의 낙오자로 굴러 떨어지게 됩니다. 락을 보려면 적어도 우리 인민들을 세상에 부럼 없이 잘 살게 하고 조국을 통일 한 다음에 보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개인의 안락을 추구하지 말고 간고분투 하여야 합니다.”

수백만명의 인민이 굶어죽고 수십만의 탈북자가 발생할 때에도 김정일은 비싼 외국산 양주와 사치품 구입비용을 조금도 줄이지 않았다. 김정일이 측근들에게 고급외제 승용차와 고급시계, 달러 뭉치를 던져주며 그들의 충성심을 유도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정일과 특권층은 북한의 모든 권세와 광영과 재물을 한 손에 틀어쥐고 사회지상낙원에서 무한대의 락(樂)을 누리고 있으며 그 애비 김일성은 죽어서도 호화로운 궁전에서 극락(極樂)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김정일의 말대로라면 북한인민들은 살아생전에 제대로 락(樂)한번 누려보기는 힘들 것 같다.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에 비단 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던 김일성은 그 소박한 소원도 풀어보지 못하고 아들에게 독재 권력을 물려주는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르고 갔다.

1980년 광주의 함성이 남한의 386세대를 있게 했다면 1996년부터 3년간 진행된 식량위기와 300만의 아사(餓死)는 노예의 운명을 숙명으로 알고 있던 순진한 북한사람들의 마음속에 심각한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오직 반역과 도적질만이 유일한 생존수단이었던 지옥의 아비규환 속에서 인민들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김정일은 자신이 누리는 락(樂)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공포의 총성으로 묻어 버렸다.

김정일에게 인민은 자신의 락(樂)을 위해 존재하는 영원한 노예일 뿐이다. 자신의 락(樂)을 보장해주는 독재권력에 복종하는 사람은 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조건 죽어야 한다는 게 김정일의 쓰레기 철학이다.

북한인민들의 빼앗긴 삶에도 락(樂)이 올 날은 과연 언제 일까?

김정일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강제로 저당 잡히고 노예의 삶을 살고 있는 북한인민이 인간답게 락(樂)을 누리며 살날은 김정일 독재정권이 멸망하는 길 뿐이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