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아내와 자식이 지금 수용소에 갇혀 있습니다. 더욱이 아내는 두 다리가 완전히 부서진 반신불수의 몸으로 끌려갔으니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차라리 떨어져 죽었더라면 더 편했을 텐데 말입니다.”

작년에 한국으로 입국한 함북출신의 탈북자 정상수(가명40)씨는 25일 인터뷰에서 자신 때문에 아내가 끔찍한 참변을 당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탈북 전 함북국경지역에서 중국무역에 종사했던 정씨는 2005년 중국 조선족으로부터 국군포로를 데려오면 거액을 준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동네주변에서 은밀히 대상을 물색했다. 여기저기 국군포로에 대한 정보를 탐문하던 정씨는 2개월 만에 국군포로 한명을 찾아내 탈북 시켰고 그 대가로 약간의 수고비를 받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국군포로 탈북사건을 수사하던 북한보위부의 수사망에 걸려 든 정씨는 처갓집에 놀러간 아들을 미처 데려오지 못한 채 아내만 데리고 탈북하게 된다. 그는 수중의 돈을 다 털어 연길시내의 허름한 아파트에 방을 빌려 은신하며 북한에 남겨진 아들을 데려올 계획을 세웠다. 아들까지 탈북하면 정씨는 가족을 데리고 한국에 갈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중국무역을 한 탓에 초보적인 중국어 회화를 구사했던 정씨는 항상 아내를 집안에 남겨두고 혼자 외출했었다. 주로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외출했던 정씨는 은신한지 1개월 후 시장부근에서 일전에 면식이 있던 중국조선족을 만난다.

중국공안 정보원인 조선족은 정씨의 뒤를 밟아 집 위치를 확인한 후 공안에 통보했고 다음 날 중국공안은 정씨의 아파트를 급습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중국공안의 습격에 놀란 정씨의 아내는 급히 이불을 찢어 밧줄을 만들어 베란다에 걸고 7층에서 내려오다 밧줄이 끊어지면서 그대로 추락,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두 다리 뼈가 부서졌다.

두 다리뼈가 부서진 채 의식을 잃은 정씨의 아내는 공안 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동네 슈퍼에 담배 사러 갔다 오던 정씨는 멀리서 아내가 잡혀가는 광경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정씨의 아내는 연길병원에서 공안의 감시 속에 보름동안 입원치료를 받았고 의식을 차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북송되었다.

정씨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인맥을 총 동원,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끝내 아내의 북송을 막지 못했다. 정씨는 아내가 북송되어 보위부 감방에 1개월간 구류되어 조사를 받은 후 아들과 함께 화성 22호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정씨를 놓치고 악에 받친 보위부가 아내와 자식에게 대신 가혹한 형별을 가한 것이다. 정씨는 현재까지도 아내가 끌려가던 당시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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