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사와 교수와 학원강사는 모두 우수하다. 상위 5% 이내의 인재들이 포진하고 있다. 상위 0.5% 이내의 인재도 교육입국의 사명감을 띠고 교육계에서 헌신하는 게 조금도 낯설지 않다. 상위 50%도 안 되는 자들이 교육계에 대거 포진한 미국, 인도 등과는 격이 다르다.

 한국은 학부모도 빼어나다. 우선 교육열이 유태인과 더불어 세계 1위, 2위를 다툰다. 게다가 한국의 학부모는 똑똑하다. 엄청 똑똑하다. 어떤 교육정책이 나오든 그들은 지름길과 틈새와 치명적 허점을 서부의 총잡이보다 빨리 찾아내어 바로 집중 공략한다. 권총 방아쇠 당기기를 스포츠로 즐기는 총잡이가 요즘도 있거니와 실험에 의하면, 그들이 표적을 인지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반응속도가 0.25초다. 그때마다 ‘입시제도 종결’을 외치며 매년 반드시 바뀌는 입시 제도에 대한 한국 학부모의 반응속도는 그보다 빠르다. 사교육만 잡으면 1년에 사교육비로 20억 원을 쓰는 박태환보다 인기가 높으리란 공명심에 불타서 대통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교육수장이 비장하게 대(對)사교육 선전포고를 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새 입시제도는 단상 아래에서 학부모끼리 주고받는 쑥덕쑥덕 레이저 공격에 하의가 홀랑 실종되어 만천하에 웃음을 산다. 자신의 하의가 실종된 줄도 모르고 교육 총사령관 혼자서 비장한 표정으로 채찍을 휘두르며 씩씩하게 퇴장한다. 차기 대통령의 부푼 꿈을 안고서!

 내신이면 내신, 절대평가면 절대평가, 상대평가면 상대평가, 객관식이면 객관식, 서술형이면 서술형, 수행평가면 수행평가, 학력고사면 학력고사, 수능이면 수능, 본고사면 본고사, 경시대회면 경시대회, 콩쿠르면 콩쿠르, 토론대회면 토론대회, 동아리활동이면 동아리활동, 종합독서기록이면 종합독서기록, 체험활동이면 체험활동, 암기면 암기, 이해면 이해, 창의면 창의, 면접이면 면접, 수시모집이면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면 입학사정관제, 논술이면 논술, 자기주도면 자기주도, 봉사활동이면 봉사활동, 과학캠프면 과학캠프, 영어캠프면 영어캠프, 아무리 복잡하고 아무리 거룩해도 단순화시키고 세속화하는 데 도가 텄다. 누가? 학부모와 학원강사가! 어떤 난공불락의 입시 성벽도 순식간에 모래성처럼 궤멸된다. 내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학부모와 한 발만 삐끗하면 바로 서울역이나 파고다공원으로 가야 하는 학원강사가 장외시장에서 형성된 수요와 공급의 균형가격으로 서로 이익을 보면서 새 입시 성벽의 치명적 허점을 향해 사교육의 집중포화를 퍼부으면, 그것은 바로 흐물흐물 허물어진다. 조자룡 교육수장의 칼도 단숨에 무도 못 벨 이 빠진 헌 칼로 만들고, 관운장 교육감의 청룡도도 단번에 분질러 버린다.

 중간에서 제일 고생하는 사람은 복종의 의무가 있는 40만 교사이고 맨 아래에서 별의별 걸 다해서 모조리 니체의 초인이 되어야 하는, 실은 입시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람 구실을 못하는 천만 학생들이다. 날마다 무수히 쏟아져 내려오는 공문에 긍정적 대답을 하느라 교사는 정작 제일 중요한 수업은 뒷전이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학생들은 학교 수업 시간을 점차 쉬는 시간 내지 잠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또는 스트레스 푸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거룩한 절대인권 정책의 치명적 허점을 이용하여 교실을 개그 콘서트장이나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어 버린다.

 이 모두가 정부가 나서서 가계 소비의 큰 항목을 줄여 가계를 흑자로 만들어 준다고 유혹하면, 돈 얘기만 꺼내면, 아무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시장경제적 공정경쟁 원칙에 어긋나고, 아무리 ‘비교육적’이더라도, 오로지 눈앞의 표만 계산하는 3류 정치에 지나지 않더라도, 20년을 한결같이 좌우 어느 쪽도 일체 비판적 보도 없이 사실적 보도만 하고, 감히 누구도 대통령이 밀어주는 교육장관(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1인 시위하는 사람 한 명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아무리 실패하더라도 후에 절대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공명심에 불타서, ‘내가 하면 다르다’는 망상에 사로잡혀서, 교육이란 거룩한 깃발을 내걸고, 교육 절대권력을 휘두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대한 희극이요 비극이다.

 이주호도 그렇고 이해찬도 그렇고 곽노현도 그렇고 김상곤도 그렇고 그들은 정치인이지, 교육가가 아니다. 그들은 교육을 거의 모른다. 제비뽑기로 뽑힌 어떤 교사보다 모르고, 평범한 고등학생보다 모른다. 그들은 단지 대통령 측근으로서, 선거로 잡은 막강한 교육권력으로 교육을 빙자하여 정치를 즐길 따름이다. 복종의 의무가 있는 교사와 입시에 코가 꿰인 학생들을 각각 실험실의 조교와 실험실의 모르모트로 이용할 뿐이다. 대통령의 지지에 힘입어, 또는 특정 이념 집단의 지지에 힘입어, 교육의 이름으로 교육을 망쳤고 망치고 있다.

 교육은 교육논리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한다.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실상 일개 사교육 기관에 지나지 않는 EBS의 교재를 펴놓고 학자의 양심을 내팽개치고 출제자가 그 안에서 70% 출제한다는 것은 설령 사교육을 일부 줄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인기영합 정치 논리요, 계획경제 논리지, 절대 교육논리가 아니다. 수많은 교과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획일화된 문제풀이로 교과부의 구호 ‘창의인성’을 말살하는 3류 정치 논리다. 3류 경제 논리다.

 최고의 교육기관 대학으로부터 헌법에 보장된 자율권을 거의 박탈하고 교육부가 정한 틀 안에서만 학생을 선발하라는 것도 정치논리이지 교육논리가 아니다.

 다섯 살 아이도 제 입맛에 맞는 아이스크림을 사는데,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학교를 추첨으로 뽑는다는 것은 정치논리지 교육논리가 아니다.

 수학능력이 전혀 없는 학생을 무시험으로 상급 학교에 원하는 대로 무조건 진학시키는 것은 정치논리지 교육논리가 아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교사에게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은 정치논리지 교육논리가 아니다.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할지는 일선 교사가 제일 잘 안다. 그럼에도 그들의 의견을 묻는 적이 없다. 정치권과 연결된 특정 교육단체를 대놓고 전적으로 따르거나 정권교체를 내세워 겉으로 반대하는 척 실은 그들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것은 정치논리지 교육논리가 아니다. 전교조는 평준화를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여기고, 학력경쟁을 만악의 근원으로 매도하고, 비교과 활동을 교과공부보다 우위에 두고, 특수목적 학교든 자율학교든 입시를 보는 것에 결사반대한다. 이건 정권의 교체와 관계없이 교육부의 일관된 원칙이다. 교육부의 가장 큰 원칙이 전교조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말이다.

 지난 20년간 교육이 표류한 것은 교육을 교육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다뤘기 때문이다. 이제 제발 교육은 교육논리로 접근하자.

       (2011.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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