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무리는 선제공격을 좋아한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전략에 따라, 벌떼같이 날아가서 진드기같이 달라붙는다. 진실의 수호자가 창과 칼과 활에 접근할 기회를 아예 안 준다. 진실이 성문을 꼭 닫은 채 갑옷을 입고 방패를 들고 수비에 급급해 하는 꼴을 보면, 아무리 진실의 성(城)이 공고하더라도 사람들은 마침내 짜증을 내며 ‘무조건 평화’를 바라게 된다. 바로 이것이다. 무조건 평화! 거짓의 공격도 밉지만 진실의 수비도 지겨워지면, 사람들은 무조건 평화를 바란다. 창도 방패도 내리고 각자 한 걸음씩 양보하여 화해하길 바란다. 이걸 중도실용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진실이 한 걸음 양보하면 그만큼 거짓이 전진하게 된다. 거짓은 잠시 공격을 멈추는 것으로 양보를 대신한다. 따라서 거짓은 잃는 게 전혀 없다. 진실의 성문이 열리면, 거짓은 화살 비를 잠시 멈추고 재빨리 성안으로 들어간다. 진실이 갑옷을 벗고 방패를 내리고 감격에 겨워 서로 부둥켜안고 평화를 합창하면, 거짓은 평화의 메아리를 울리며 몸에 단도를 숨기고 재빨리 성안으로 들어간다. 무장해제된 진실은 이제 거짓이 단도를 꺼내 협박만 해도, 주머니 속의 단도를 삐죽이 보여 주기만 해도, 사슴처럼 크고 선한 눈망울을 굴리며 쌀도 주고 옷도 주고 방도 준다. 수틀리면 또 화살 비다.
 
  중도라 함은 진실 안에서 강약(强弱) 조절을 이르는데, 거짓의 공격에 집요하게 시달리면 진실이 스스로의 절반을 부정하고 그 자리에 거짓을 받아들이는 것을 중도로 착각하기 쉽다. 그것은 중도가 아니라 좋게 말하면 양보이고 곧이곧대로 말하면 항복이다. 만약 평화의 이름으로 자진해서 성문을 연 자들이 거짓의 무리가 몰래 심어 둔 위장 세력이라면, 그것은 중도가 아니라 ‘무조건 항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밀약이자 야합이다.
 
  실용이라 함은 너도 옳고 나도 옳아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울 때 당위성
 (Sollen)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서로의 존재(Sein)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을 찾는 걸 말한다. 어느 일방이 아니라 쌍방에게 이익이 되는 지름길을 찾는 지혜이다. 거짓의 이리떼에게는 무조건 이익이 되지만, 진실의 양떼에게는 일방적으로 손해가 되는 방법을 만고불변의 실용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것은 실용이 아니라, 사기도박이자 야바위다.
 
  친북좌파는 입만 떼면 친일파 타령이요, 눈만 뜨면 군사독재 합창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집요하게 선제공격한다. 구석구석 뒤져서 모래알만한 증거를 들이댄다. 그러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주역들은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어떤 나라보다 척박한 환경에서 해방된 지 불과 3년 만에 자유민주가 뭔지도 모르는, 문맹자가 절대다수인 성인남녀 모두에게 선거권을 주고서(생지옥 북한만이 아니라 세계 최대 무역흑자국 중국도 여태 실시하지 못하는 정책) 자유민주의 새 질서를 확립한 5천년 역사의 일대 쾌거를 창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면 저들의 선제공격 착시 효과로, 소련의 괴뢰로서 일제식민지 시절보다 몇 곱절 가혹한 공산세습독재가 마치 친일파 청산을 잘한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김성주(김일성)의 동생 김영주처럼 악질 친일파도 공산독재에 앞장서면 공산귀족이 되고, 조만식처럼 누구보다 독립운동을 많이 한 민족지도자도 공산독재에 협조하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린 역사적 사실을 공격의 무기로 사용하지 못한다. 스탈린의 개는 마치 독립운동한 것처럼 은연중에 선전되지만, 누구보다 독립운동을 치열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외교의 달인으로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연출한 공산당에 맞서서 또한 해방의 은인이되 한국에 대해 무지했던 미국에도 맞서서 자유민주의 묘목을 심고 가꾼 국부(國父) 이승만은 친일파의 거두로 각인된다.
 
  박정희는 친북좌파가 가장 싫어한다. 왜? 독재자 김일성이 가장 싫어했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경제적으로 한강의 기적만 이룬 게 아니다. 자유도 평등도 김일성은 감히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어떤 신생독립국도 박정희처럼 야당을 인정하고 그만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지도자가 없다. 친북좌파는 모택동과 등소평을 함께 존경하지만, 등소평조차 공산당 일당독재에 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13억 인구 중에 단 한 명 야당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보다 훨씬 여건이 좋았던 다른 신흥공업국도 정치에서는 거의 일당독재였다. 야당은 거의 형식적으로 존재했다. 유신의 박정희도 대만의 장개석, 싱가포르의 이광요보다 자유민주의 스펙트럼에서 한참을 앞섰다. 국회의원 선거는 유신시대에도 거르지 않았다. 1978년에는 의석은 여당이 많았지만, 투표수는 야당이 많았다. 선거가 공정했다는 반증이다. 당시에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그런 자유로운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친북좌파는 공산독재는 독재가 아니라고 믿는다.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간접적으로 공공연히 드러낸다. 인류 역사상 공산독재보다 극악한 독재는 없건만, 그들은 봉건왕조보다 차별과 불평등이 심한 공산독재를 평등의 낙원으로 암시하고 지니계수가 거의 서구 유럽 수준으로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추구한 한국은 불평등의 모델로 내세운다. 공산독재 가운데 세습독재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고 없고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친북좌파는 민족의 방패를 번쩍이고 평화의 가면을 쓰고 안정의 독약을 뿌리며 3대 세습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고, 침묵으로 지지하고, 어서 도와주자고 무조건 통 크게 도와주자고 눈을 희번덕거리고 발을 동동 구른다. 29살 애송이 골목대장에게 충성경쟁하기에 바쁘다. 눈도장 찍히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김씨봉건공산왕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6.15선언은 친북좌파에게 자유민주의 근간 대한민국의 헌법보다 중요하다. 김대중과 김정일이 명목상 남북의 최고권력자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북한의 노동당과 한국의 친북좌파는 한 목소리로 기세등등 주장한다. 그렇다면 명목상 대한제국의 황제와 일본제국의 천황이 서명한 한일합방조약도 지금까지 지켜야만 하는가. 취임 불과 달포 만에 대공요원 4천 명을 학살하여 지금까지 한국의 진실은 북한주민에게 전해지지 않고 노동당의 거짓은 KBS와 한겨레와 네이버는 말할 것도 없고 조선동아에까지 공공연히 활개 치게 한 김대중의 반국가적 행위와, 3년 만에 300만 명을 아비의 무덤에 순장(殉葬)시켜 절대권력을 확보한 김정일의 반민족적 행위는 5억 달러의 뇌물로 맺은 6.15선언으로 자주적 평화통일의 오슬로 국제훈장을 받았다. 그것은 북한노동당과 한국의 친북좌파 외에는 이익되는 게 하나도 없다. 민족반역 선언이다. 북한 주민 2천만에게는 노예의 삶을 항구적으로 보장하는 족쇄요, 한국의 절대다수 자유민주주의자에게는 영구분단 또는 적화통일의 교두보이다. 저들이 개방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개성공단마저 임금의 90% 이상을 착취당하는 남북합작 노예공단이다. 6.15선언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한국이 제도적으로 가로막는 노예계약이다. 진실이 거짓을 자신과 동등한 자격으로 받아들인 트로이 목마다. 그것은 민족화해의 상징이 아니라 민족공멸의 음흉한 밀약이다.
  (2012.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