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4일 공짜 점심의 범위에 대한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유효 투표율 33.3%에 못 미쳐 투표함이 바로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145만 표로 당선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08만 표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서, 내일의 대한민국을 살릴 수도 있었을 215만 표를 원천무효 시켰다. 서울시 유권자 25.7%는 조직적인 투표 반대 운동의 맞바람을 뚫고 공휴일도 아닌 날에 신성한 한 표를 행사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지방선거는 투표율 20%도 유효하고 그 20%에서 10.1%만 얻어도 당선이 확정된다. 후보자가 3명일 때는 10%를 얻지 못해도 당선된다. 다른 지방선거에 연계하지 않고 이번처럼 교육감 선거를 별도로 실시하면 누구 한 사람 투표 반대 운동에 나서지 않더라도 20% 투표율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실지로 2009년 4월 8일 경기도에서는 투표율 12.3% 상황에서 무상급식의 원조인 김상곤이 당선된 적이 있다.
 
  다행이랄까, 결과에 대해서는 ‘나 홀로’ 패장이 깨끗이 승복한다. 다만 장수 혼자 싸우도록 내버려둔 총본부에서는 책임을 면하려고 그러는지 내부의 적이 한 명 스스로 거꾸러진 걸 고소해 하느라 그러는지, 이긴 거나 다름없다며 알록달록 종이와 번질번질 플라스틱으로 화환을 급조해서 패장의 목에 걸어준다. 한편, 이긴 자는 필승의 전술이 먹혀들었다며 기고만장하다. 머잖아 다가올 양차 선거대전(大戰)에서 차례차례 대첩(大捷)을 거둘 필승전략의 한 자락이 실전에서 멋지게 통했다며 기고만장하다.
 
  이제 이긴 자의 전략과 전술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의 전략
 (strategy)은 증오와 분열이고 그들의 전술(tactics)은 공짜 점심이다. 제일 중요한 대한민국은? 망하거나 말거나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이 전략과 전술이 상당히 잘 먹혀들고 있다. 어쩌면 언론과 포털과 SNS를 대부분 장악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말을 장악한 덕분일지 모른다. 하여간 그들이 구글처럼 전략과 전술에 대해 특허권을 주장하지 않고 누구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 적군이 다투어 가져가서 마구잡이로 써 먹으면서 저네들끼리 멱살 잡고 머리끄덩이 잡느라 집안 가득 콩가루를 날리고 있다.
 
  먼저 전술 도용의 예다.
  “무상급식!” 하면, “대학 등록금 반액!”
  “무상의료!” 하면, “무상보육!”
  이렇게 하여 간단히 ‘무상 시리즈 3+1’이 야당만이 아니라 여당의 정책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주거와 일자리 복지’를 더하면 ‘보편적 복지 3+3’이 된다. 적군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 원내대표와 당대표가 선구자의 비장한 목소리로, 바닥 민심이라며, 당정의 조율도 없이 일단 터뜨리고 본다. 그러면 당의 실세도 빛바랜 원칙을 중얼거리며 슬금슬금 따라온다.
 
  증오심을 부추겨 공공의 적을 만들고 적전을 분열시키는 것은 2012년 양차 선거대전에 승리하기 위한 필승의 전략이다. 이건 더 잘 먹힌다.
  “부자감세 반대!” 하면, “부자감세 철회! 공정사회! 공생발전!”
  “정리해고 반대!” 하면, “정리해고 자제! 청문회 개최!”
  “희망버스!” 하면, “희망버스 호위부대 출동! 경찰 열중쉬어!”
 
  증오심의 대상은 크게 다음과 같다. 대기업=미국=친일파=군사독재=한나라당=이명박=박근혜=조선=동아이다. 그러면 먼저 한나라당이 ‘나는 아닌데,’ 하며 다투어 추파를 던지고 이명박도 얼른 ‘나는 아닌데,’ 하며 중도실용을 내세우고 박근혜도 질세라 ‘난 아닌데,’ 하며 한국형 복지를 내세우고 조선과 동아도 슬그머니 ‘난 아닌데,’ 하며 서해로 포탄이 날아와도 악의 괴수에게 꼬박꼬박 위원장의 직함을 달아주고 주한미군의 옛날 옛적 환경오염을 대서특필하고 ‘진보적이고 민족적인’ 필진을 과감히 영입하여 그들에게 대문 칼럼을 맡긴다.
 
  증오가 있으면, 그 대척점에 사랑이 있다. 귀족노조와 친북좌파와 김씨공산왕조독재와 북한의 인권유린, 이들은 절대 금기사항이다. 모름지기 노동자와 진보와 민족과 자주로 그들을 눈처럼 희게 회칠해 줘야 한다. 감히 금기사항을 어기고 입만 삐쭉해도 즉시 사방에서 최종 병기 화살이 유도탄처럼 정확하게 표적을 향해 날아가 불을 뿜는다. 돌멩이와 화염병이 무지막지하게 날아든다. 평생 들어도 못다 들을 욕설과 평생 읽어도 못다 읽을 악플이 순식간에 쇄도한다.
 
  오세훈이 서울시장으로서 내세울 만한 일을 한 건 없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시 의회의
  69%를 장악한 민주당이 코드가 같은 선거 교육감을 일방적으로 밀어주는 전략전술에 휘말리지 않고 무차별적 공짜 점심 전술에 과감히 맞서서 비록 실패는 했지만,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스스로 망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일깨웠다. 세계최고 부자 나라 미국과 세계최강 중산층의 나라 일본도 2011년 여름에 국가 신용등급이 잇달아 내려가는 굴욕을 겪었다. 유럽의 선진국 그리스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국가 부도의 위기에 처했다. 이들 선진국의 공통점은 공짜 점심 정책이다.
 
  공짜 점심 후에는 반드시 어마어마한 청구서가 날아오게 되어 있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대개는 복리로 이자가 붙고 중간에 농간 부리는 자들이 반드시 끼어들게 마련이어서 공짜 점심은 도리어 두 배, 세 배, 열 배로 청구된다. 그것은 세계최강 최고부자 나라,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미국도 피할 수 없다. 하물며 급격한 복지 정책 확대로 이미 복지비가 86조 원으로 국방비의 두 배를 넘긴 나라에서, 수년째 선진국 문턱을 넘을까 말까 하는 나라에서, 전광석화 같은 복지정책 확대로 서류상 복지 대상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바람에 ‘눈 먼’ 복지비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도 못하는 나라에서, 이제 공짜 점심 투표에서 이겼다고 대놓고 야당만이 아니라 여당도 다투어 가난한 사람만이 아니라 부자에게도 공짜 점심에 공짜 저녁에 공짜 아침까지 대 주겠다는 공약을 남발할 참이다. 그러면 세금과 국가 부채로 선심 쓰는 천사악마만 재미 실컷 보고 국가는 멸망의 골짜기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1.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