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1997년 북한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국가에서 배급을 중단하게 되자 그때부터 북한에서는 배고픔으로 인민들의 아우성 소리가 높아지고 죄인 아닌 죄인들이 날을 따라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식구는 장마당에 나가 집에 있는 책, 밥 가마, 가방부터 시작해 재산을 하나둘 내다팔아 먹을 것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너무나 지겹고 힘들어서 두만강 연선에 사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강 건너 중국을 건너다보게 되었습니다.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은 중국을 드나들면서 장사를 시작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밀수를 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쳤습니다.

그때부터 인신매매가 생겨났습니다. 살길을 찾아 중국에 들어간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 단에 걸려 강제로 장가를 못간 중국의 늙은 홀아비들에게 팔려가 인간 아닌 짐승으로 살아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팔려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사는 탈북여성이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탈북여성들이 이렇게 짐승처럼 살고 싶어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에 도망가다 잡히면 같이 살던 남자와 가족들에게 죽도록 매를 맞습니다. 그것도 성차지 않아 그들은 탈북여성을 창고에 가두어 놓고 며칠간 먹을 것 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잘못하면 중국공안에 잡혀 북송되고, 북조선에 가면 그보다 더한 곤욕을 치러야 합니다.

북조선 보위부에서는 잡혀 나온 탈북여성이 중국 사람의 애를 임신하고 있으면 병원에도 안 데려가고 감방에서 손과 발에 족쇄를 채우고 애기를 강제로 지워 없애는 천추에 용서 못할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아무리 중국 사람의 애기라도 어린생명에게 벌 받을 짓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탈북여성의 운명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중국에 오기 전에는 바깥세상을 잘 몰랐던 나는 어렵고 힘든 것이 그저 미국의 경제 봉쇄 때문이기 때문에 장군님만 믿고 따르면 된다고 순진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이 어리석었다고 느낀 것은 북송되어 “강제노동단련대”에 끌려가 인간이하의 고생과 짐승 취급을 당하고 난 후였습니다.

얼마 전 한국행을 시도하다 북송되어 강원도 천내군 여자 교도소에 들어갔던 한 탈북여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천내 교도소는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시범교화소로 건물이 깨끗하고 근사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외국인들의 가리기 위한 형식에 불과한 것입니다.

실제로 잘 지어진 시범감방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몇 안 되고 그 뒤 산쪽에 조금 떨어 져 아주 초라한 토끼우리 같은 곳이 있는데 여기가 여성들만 가두어 놓고 농사일만 죽도록 시키는 진짜 교화소입니다.

감옥 안의 하루 일과는 아침 5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청소하고 밥을 먹고 7시 반이면 작업장에 나가는 것입니다. 밥이라야 고작 주먹만 한 밥 한 덩어리에 절인 무 몇 조각입니다.

밭에 일하러 나갈 때면 안전원(경찰) 3명이 총을 들고 따라 나가 감시합니다. 밭에 가서 일하다 힘들어 좀 쉬려고 하면 안전원들이 달려와 사정없이 구타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고 저녁이 어두워서야 감옥에 들어오는데 식사 후에도 그냥 잠을 재우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시킵니다. 감옥 규칙과 질서에 대해서 외우고 시험을 보는데 합격 되는 사람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보통 밤 11시가 지나야 잠을 잘 수 있는데 빈대와 벼룩이 어찌나 많은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생활을 10년 넘게 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 이었습니다. 천내 감옥에 있는 여성들은 절도, 살인범들이 아니라 대부분 먹고 살기 위해 생활전선에 나섰던 가정주부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4년 겨울에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겨울철 화목 작업하러 산에 갔는데 우리 반에 있던 한 여성이 안전원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나무하러 갈 때는 안전원들의 인원이 증가 되지만 워낙 산이고, 또 1개반에 30명도 넘는 인원이다 보니 감시가 덜해집니다.

그러나 탈출한 여성은 멀리 못가고 인근부락에서 고발되어 10일 만에 잡혔습니다. 그 악당들은 교화소안에 있는 2천명의 사람들을 전부 마당에 모여 놓고 잡혀 온 여성을 공개처형 했습니다. 너희들도 도망가면 이렇게 공개처형을 당할 거라는 무언의 암시였지만 그 속에서도 교도소를 탈출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만 갔습니다.

여기서는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탈출을 하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교화소 안에서는 여성 수인들에게 너무 고된 일만 시키고 먹을 것은 제대로 주지 않다 보니 영양실조로 항문이 열려 죽는 사람, 머리가 빠져 몇 오리 남지 않은 사람, 먹을 것을 훔쳐 먹다 매 맞아 죽는 사람,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 많은 사람이 하나 둘씩 계속 죽어나갔습니다.

그래도 누구 하나 까딱하지 않고 죽어나가는 시체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교화소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지 않고 헌 가마니에 둘둘 말아서 깊은 산에 가져다 버립니다.

그후 감옥에서 출소한 그 탈북여성은 지금 대한민국에 입국해 북한에서는 꿈에도 상상 못했던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도 북한을 생각하면 아직도 지구상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거기가 바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라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고 했습니다.

탈북자 정혜영(2006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