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김일성의 사망과 함께 어려운 경제난과 식량난이 살길을 찾아 북한주민들을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제3국으로 탈북하게 했다. 이들 중에는 1994년 12월 북한을 탈북 하여 중국의 산골마을에서 숨어사는 무산출신의 탈북자 주성철(가명,62)씨도 있었다.

주 씨는 현재 28살 난 아들과 함께 13년 동안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주 씨는 남한 행을 시도하다가 중국공안에 체포되어 북송을 당했다. 탈북 초기 주 씨는 너무 배가고파 중국에 가서 한 끼라도 쌀밥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간난신고 끝에 북한을 탈출하여 쌀밥을 배불리 먹어보는 소원은 성취했지만 삶의 욕구가 생겼다. 중국에서 돈을 좀 벌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리라 마음을 굳혔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현지 사정은 자기의 생각과는 너무도 달랐다. 끈질긴 북한보위부와 중국공안들이 탈북자들을 잡아내기 위해 동북3성에 포고문까지 붙여놓고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주 씨는 중국에서 도저히 돈을 벌수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주 씨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남한 행을 택했다.

그렇다고 마냥 남한행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아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주 씨는 얼마 안 되는 돈을 가지고 무작정 북경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북경한국대사관 앞에 여관을 잡은 그는 며칠 동안 한국대사관 정문과 위치 경비상황을 비롯한 요해를 거듭하며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공안들이 갑자기 들이 닥쳐 신분증확인을 하는 바람에 2001년 3월 체포되어 그 후 중국 길림성 연길감옥에서 6달 동안 갇혀 생활하게 되였다

중국 길림성 연변감옥 안에는 이미 남녀탈북자 34명이 잡혀있었다. 이들은 모두 희망도, 자유도 없는 절망의 땅 북한으로 북송되어야 할 운명들이였다. 주 씨도 이들과 함께 좌절감과 초조함으로 “공포”의 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중국공안들은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사람취급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몸이 하도 으슬으슬 떨려 중국공안들에게 옷과 이불을 감방에 넣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공안은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너무도 급한 나머지 그는 “왜, 줄 수 없는가?”라고 소리를 쳤다.

그러자 중국공안이 다가오며 하는 말이 “김정일 이에게 물어보라! 김정일이 주지 말라고 했다”라고 야유하는 것이다. 주 씨는 너무도 억이 막혔다. 김정일에 대한 분노가 새삼스럽게 치밀어 올랐다. 김정일, 그 한사람 때문에 나와 같은 굶주린 사람들이 삶을 찾아 탈출했건만, 천대와 멸시를 받아야 하는 서러운 마음 때문이다.

그 후 주 씨는 2001년 10월 북한으로 강제 북송됐다. 주 씨가 7년 만에 밟은 북한 땅은 전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독재권력 기관들에 의한 주민통제가 더욱 악랄해졌고, 그에 따른 고통으로 북한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었다. 특히 고된 강제노동단련대 에서 노동을 강요당해야 하는 주 씨의 마음도 “더 이상 이 억울한 노동고문”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않아서 굶어죽기를 외면하고 삶을 찾아 중국으로 탈출한 것이 “죄”가 된다는 것이 너무도 억울했기 때문이다.

강제노동단련대의 생활은 인성파괴와 육체를 학대하는 종합적인 고문행위 이다. 배고픔과 추위, 강제노동과 기합, 체벌과 구타, 죽음, 이 모든 것은 인간을 초월하는 인권유린의 산현장이기 때문이다. 그 생활 현장에서 감금된 북송 탈북자들은 김정일 독재체제에 대한 또 다른 환멸을 가지게 된다.

강제노동을 강요당하던 주 씨는 다행히 석방될 수 있었다. 김정일이 자기의 생일 2월16일 을 맞으면 그 무슨 큰 은혜나 베푸는 것처럼 북송탈북자들에게 대사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말 교활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비록 몸은 자유를 찾았지만 온 나라 북한 땅은 철창 속에 얽매인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주 씨는 김정일 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저주로운 이 땅에서는 더는 살수 없다고 결심하고 또다시 2002년 6월 아들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북하게 되었다.

지금 주 씨는 자나 깨나 꿈에도 그리운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오기 위해 중국의 어느 산골마을에서 아들과 함께 남한 행을 기다리고 있다. 노예처럼 북한에서 살아가느니 차라리 자유와 민주가 보장된 남한으로 오는 길이 이들에게는 한 점의 불꽃과도 같은 희망인 것이다.

중국과 제3국에는 약15~20만의 탈북자들이 지금도 희망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한 동포, 한겨레로서 이들을 구원하자면 이제 믿을 곳은 남한의 새 정부와 양심인 들밖에 없다. 물론 오늘까지 1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희망의 등불인 남한으로 올수 있는 데까지는 남한국민들, 그리고 세계 양심인들의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제 3국에서 고생하는 15~20만의 탈북자들에 비하면 1%에 그친다.

따라서 한국정부, 그리고 세계 양심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중국정부와의 탈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탈북자 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결합된 “민관활동”을 결합하여 진행 할 때, 죽음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는 수많은 탈북생명들이 구원될 수 있다.

한편 이것이 바로 반인류적인 범죄자 김정일 독재정권에게는 큰 타격이 되고 2300만의 북한주민들에게는 희망의 등불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경일 기자 wjdruddlf@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