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7시, 북경올림픽성화봉송저지시민대회를 기념하는 전야제가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 앞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북경올림픽성화봉송저지시민대회 전야제. ⓒ자유북한방송FNK

이 날 전야제에서는 탈북 예술단의 이색적인 북한 가요 연주와 최근 모 방송 개그 프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쑥대머리'의 원조라 스스로를 소개한 국악인 김형철 씨의 구성진 판소리 가락, 화려한 신세대 비보이 공연 등 볼거리들이 어우러져 밤공기를 쐬러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하나 둘 붙들었다.

또 연설에서는 지난 98년 탈북한 탈북자 김형자(가명)씨의 애절한 사연이 낭독되어 시민들의 마음을 숙연케 했다.

김 씨는 "우리는 사회주의 건설하고 천리마 타고 하라는 건 다 했는데 왜 우리를 반역자라 부르는가"라며 "우리를 탈북하게 만든 것은 바로 김정일"이라고 김정일을 향해 일갈했다.

그는 "사람이 굶어죽을 때 어떻냐면 내 언니가 굶어죽을 때 얼굴이 두 배 가량 부어오르고 피부가 갈라터져 죽더라"며 "한이 맺혔지만 죽음 앞에서 그 무엇보다 자식이 중요했기에 가야만 산다는 결심으로 두만강을 건넜다"고 참담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를 그렇게 만든 김정일은 우리를 다시 잡아들여 풀죽과 채찍질 아래 강제노동을 시키는 데 한국 사람들은 상상 못할 것"이라며 "중국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단 한가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제발 우리를 북송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우리에게 살 길 열어준 대한민국에 정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인권단체연합회 김상철 상임대표는 "중국은 불법 무도한 정권을 편들기위해 비난을 감수하기에 앞서 실익을 타산해 보아야한다"며 "국제적 비난 여론은 중국에 무엇보다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북인단체총연합회 한창권 회장은 "중국은 탈북자가 북송되면 처형은 물론 그 가족까지 수용소로 끌려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다"며 "우리가 김정일을 죽일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내일 시민대회에서 김정일에게 똑똑이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기독교사회책임 서경석 공동대표는 "중국과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동포들이 참혹한 인권유린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이 날 전야제를 지켜본 시민 윤 모씨(37. 서울시 송파구)는 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탈북자 인권이 이토록 참혹한 줄 몰랐다"며 "이번 전야제의 의미가 한 층 더 깊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한편 전야제에서는 탈북자를 발로 짓밟고 개머리판으로 구타한 뒤 강제 북송하는 중국 공안의 퍼포먼스가 생생하게 재현되었다.

공안에 체포된 두 명의 탈북자는 "공안 선생님, 우리는 북한 가면 죽습니다. 살려주시라요!"라고 절규해 시민들의 눈시울을 적셨으며, 모두 일제히 "No Human Rights, No Olympics!(인권 없이는 올림픽도 없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북경올림픽성화봉송저지시민대회는 당초 일정이 변경되어 전야제 다음 날인 27일 오후 1시부터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 옆에 위치한 올림피아 호텔 앞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

북경올림픽성화봉송저지시민대회. ⓒ자유북한방송FNK

전야제의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한 비보이 댄스. ⓒ자유북한방송FNK

탈북문화예술인총연합 소속 단원들의 '휘파람' 공연. 휘파람은 북한 가요 중 유일하게 김일성 김정일이 언급되지 않는 노래로서 당초 금지곡이었으나 방송 사고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자유북한방송FNK

중국 공안의 행태를 구수한 목소리로 신랄하게 풀어낸 판소리 한마당. ⓒ자유북한방송FNK

전야제의 문화 공연들을 흥겹게 바라보는 시민들. ⓒ자유북한방송FNK

북한인권단체연합회 김상철 상임대표. ⓒ자유북한방송FNK

탈북인단체총연합회 한창권 회장. ⓒ자유북한방송FNK

이 날 전야제의 하이라이트였던 탈북자 강제북송 퍼포먼스. ⓒ자유북한방송FNK

'공안 선생님, 살려주시라요!' 탈북자의 애타는 호소를 무참히 짓밟는 중국 공안. ⓒ자유북한방송FNK

총구 앞에 유린되어 결국 쓰러진 탈북자들. ⓒ자유북한방송FNK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피끓는 함성. ⓒ자유북한방송FNK

전야제에 전시된 탈북자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상. ⓒ자유북한방송FNK

인권 유린 실상을 몸소 증언한 탈북자 김형자(가명)씨. ⓒ자유북한방송FNK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북한인권운동가 노르베르트 폴러첸 박사. ⓒ자유북한방송FNK

촛불 점화를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기독교사회책임 서경석 공동대표. ⓒ자유북한방송FNK

손에 손에 촛불을 켜 들고서 동포들의 인권을 염원하는 시민들. ⓒ자유북한방송FNK

촛불 행렬에 동참한 헬핑핸즈코리아 팀 피터스 대표. ⓒ자유북한방송FNK

동심도 "공안 아저씨, 우리 동포를 괴롭히지 마세요!". ⓒ자유북한방송F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