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계절은 춘삼월이다. 산에는 겨우내 얼어붙었던 벗꽃, 나리꽃들이 청신한 봄을 맞아 망울을 터치며 앞 다투어 피어나 사람들의 마음에 봄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세계 최악의 인권불모지 북한 땅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와 들판에는 철 이른 냉이와 달래를 비롯한 야채들이 파릇파릇 돋아난다.

북한에서는 봄철이 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떨쳐나 산과 들을 메주 밟듯 하며 냉이, 달래, 싹이 돋아날듯 말 듯 한 미나리, 진달래꽃을 채취하고 개구리를 잡아 파는 등 식량을 마련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3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선거를 맞으며 모든 활동이 선거위원회의 통제로 마음대로 활동할 수 없다.  

선거주간을 맞아 해당 조직별로 공화국 정권은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정권이라는 주제로 강연회, 군중집회, 다양한 예술 공연을 진행하며 선거 캠페인을 벌리기 때문이다.

선거기간에는 한 달 전부터 “특별단속 주간”을 설정해놓고 주민들의 이동을 단속통제하며 부득이한 사정으로 거주 지역을 떠나있거나 떠나야 할 용무가 있는 사람은 해당 선거구에서 발급한 ‘선거이동증’을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 한다.

먹을 것이 없어 집을 팔고 서해 바닷가에 나가 조개나 물고기 따위를 잡아 생계를 유지해가는 유랑민들도 이때만은 자기가 살던 거주 지역으로 돌아가 선거자 등록을 해야만 한다. 또 북한 당국은 선거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지방에 가 있는 범죄자라도 자수하고 선거에 참가하면 관대히 죄를 용서해준다며 회유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선거에 불참하거나 이 기간에 불법을 저지르면 정치범의 딱지를 붙여 가족이나 친척들의 간부등용, 학교추천, 입당을 비롯하여 사회적 발전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선거 당일에는 여성들은 조선식 치마저고리를 입어야 하며 남성들은 정장차림으로  옷차림을 단정하게 하고 참가해야 한다.

여성들은 머리를 짧게 다듬거나 파마를 해야 하며 남성들도 머리를 짧게 깎아야 한다. 왜냐하면 머리가 길면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 낡은 방식이라고 생활총화시간에 비판의 대상이 되고 만다.  

선거는 아침 9시부터 시작하는데 축제분위기를 세우느라 울긋불긋한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성들이 아침 일찍부터 선거장에 나와 음악에 맞추어 흥겨운 춤판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마다에는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하루 세끼 먹을 걱정에 웃음이 나올 리 있겠는가?

산나물을 뜯어 팔아야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인민들은 저들의 독재권력 유지 를 위해 강제로 선거에 동원하는 김정일 정권과 노동당에 대한 불만이 가득 한 것이다.

선거장에는 선거위원들 뿐 아니라 보위부 또는 보안서, 규찰대 등 많은 폭압조직의 성원들이 선거진행 과정을 수시로 감시하고 있어 살벌한 공포분위기가 조성된다.

북한에서는 만 17세가 되면 선거할 권리와 선거 받을 권리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인민들의 초보적인 의사표현의 자유도 없는 북한의 선거는 오직 김정일 독재정치의 이용물로, 2천 300만의 인민들을 거수기로 이용하는 거대한 사기극에 불과하다.

박신혁 기자 pbr-117@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