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한국어판 2월호에 탈북자들의 삶을 다룬 특집기사 ‘북한탈출’이 게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신매매 단의 마수에 걸린 탈북여성 화이트와 레드는 그들의 강요에 의해 음란 화상채팅으로 돈을 벌어 바치는 노예의 삶을 살고 있었다. 제작진은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 그들을 레드, 화이트, 블랙 등의 닉네임으로 부른다.
노예의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화이트와 레드는 업주 몰래 ‘두리 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에게 SOS신호를 보낸다. 탈북여성들의 사연을 듣게 된 천 목사는 중국 내 탈북자 구출 망을 가동하게 되는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톰 오닐 기자가 3명의 탈북자를 밀착취재 하여 작성한 이 특집기사는 중국 내 탈북자들이 겪는 인신매매와 북송 등 인권유린 실태와 간고한 남한행 여정, 남한에서의 정착과정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
<내셔널 지오그래픽>잡지에 실린 <북한탈출>특집기사를 6회에 나누어 원문그대로 게재한다.
북한탈출(1)
혹독한 고향 땅을 탈출한 탈북자들에게 중국을 가로질러가는 3000km넘는 위험천만한 여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국경을 넘고 나면 이들은 전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1월 어느 날, 북한 국경에서 16km 떨어진 중국 옌지의 한 허름한 아파트 3층 문 밖에서 뚜벅뚜벅 걸어오던 발자국 소리가 멈췄다. 이 소리에 젊은 여자 둘은 급히 뒷방으로 몸을 숨기며 벽에 바싹 몸을 붙인 채 쭈그려 앉았다. 잠시 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탈북 여성들은 최악의 상황을 예상한 듯 머리를 수그리고 있었다. 신분증이 없다는 사실이 중국 공안에 발각되면 수갑과 쇠사슬에 묶여 북으로 강제 송환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노동수용소에서 수년간 중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두 여자에게 강제로 인터넷 화상 채팅을 시켰던 조선족 업주도 이들을 찾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레드와 화이트(중국 공안에게 검문당할 상황에 대비해 취재 수첩에 두 여성의 이름을 가명으로 적음)는 방 안에 갇혀 인터넷 상에서 음담패설을 나누고 한국 고객들이 원하면 카메라 앞에서 옷까지 벗으며 포로 같은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바로 전날 밤,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탈출해 이 은신처까지 오게 됐다.
노크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안에 누구 없어요? 문 좀 열어요.” 남자가 소리치자 화이트가 어제 자신을 구출해준 선교사의 목소리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얼른 달려가 문을 열었다. 문 밖에 마른 남자 한 명이 전기밥솥과 쌀 한 자루를 들고 어색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그는 “배고프죠?” 하며 말을 건넸다. 여자들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그를 부엌으로 안내했다. 곧이어 이야기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곧 떠나야겠어요. 방금 전화가 왔거든요.” 그는 말했다.
현재 이들처럼 중국에 숨어 지내는 탈북자의 수가 약 5만 명에 이른다. 그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 대부분은 1450km에 이르는 국경 주변 외딴 마을과 도시에 숨어 지낸다. 그 수는 알 수 없지만 몇 개월만 중국에 몰래 들어와 지내다가 식량과 돈을 구해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다수는 끔찍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 싫어서 중국에 계속 머문다. 이들에게 남은 선택이라고는 두 가지뿐이다. 계속 숨어 지내든지 아니면 이른바 ‘지하철도’ 여정에 나서든지 해야 한다. 탈북자들의 탈출 경로를 일컫는 ‘지하철도’는 도보나 차량, 기차를 이용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위험천만한 여정이다. 검문소, 밀고자, 험난한 지형 등 도처에 버티고 있는 장애물 때문에 무수한 탈북자들이 체포됐다.
그러나 1만 5000여 명의 탈북자들은 몇 안 되는 인권운동가들이나 대가로 350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브로커들의 도움으로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대부분이 한국행을 선택한다. 탈북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을 겪은 데다 변변한 기술도 없는 이들은 새로운 곳에서 또다시 최대 난관에 봉착한다.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대량 탈북사태는 북한 전역에 극심한 식량난이 닥친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기근이 가장 심한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나무뿌리, 풀, 나무껍질로 연명해야 했다. 당시 굶어 죽은 사람만2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 중국인들은 절박한 상황에 놓인 탈북자들을 공공연히 도왔지만 북측의 항의로 중국 정부가 탈북자 단속에 나섰다.
발각되어 북송될까봐 늘 노심초사하며 살아가는 탈북자들을 색출하기위해 중국 공안은 정기적으로 마을을 급습했다. 북한은 허가 없이 국경을 넘었다 체포된 북한인들을 노동수용소에 3~5년 동안 감금하고, 선교사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행을 시도한 경우엔 반역행위로 간주해 굶기거나 고문을 하고, 때로는 공개처형도 시킨다.
인권단체들과 외국의 여러 지도자들(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의 지도자들)은 탈북자들이 송환될 경우 받는 처벌을 이유로 이들을 중국에서 난민으로 인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탈북자들이 불법 경제 이주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대개 강폭이 좁은 두만강을 건넌다. 주로 걸어서 건너도 될 만큼 수심이 얕아지는 여름이나 강물이 얼어붙는 겨울을 틈탄다. 중국 국경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두만강의 중국 측 국경지대는 의아할 정도로 경비가 느슨하다.
군인들도 보기 힘들고 전기 장벽도 없다. 건너편에 보이는 북한 쪽 강둑에는 몇 백 미터 간격으로 벙커가 있는데 초소라기보다 사용하지 않는 사냥용 매복처 같았다. 중국쪽 국경까지 나를 태워다준 운전사에게 이렇게 경계가 느슨한 이유를 물어봤더니 그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북한에서는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강을 건너기 전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중국은 원하면 언제든지 탈북자를 체포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죠.>
초소 말고는 강 건너편에 펼쳐진 전경만으로 그 너머의 북한 현실을 알 길이 전혀 없다.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감금하는 노동수용소가 수십 곳에 이르고, 230만 북한인구 중 많게는 25%가량이 영양실조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으며, 국민을 괴롭히고 감시하는 군인이 최소 100만 명에 달하는 현실 말이다. 강변 평야를 따라 집단 농장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전기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이곳의 1차선 다리는 남양으로 이어진다. 마을에는 페인트칠도 안 된 무채색 아파트단지들이 늘어서 있고, 도로엔 군 차량과 자전거 몇 대 외에는 인적이 없다. 온통 무채색일색인 가운데 유일하게 눈에 띄는 색은 웃고 있는 김일성의 거대한 초상화뿐이다. 북한 정권의 창시자이자 현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아버지인 김일성은 이곳 북한에서 김정일과 더불어 신격화되고 있다.
북한탈출(2)
레드의 북한 집에서는 국경건너편이 보였다. 그녀에게 중국은 매혹적인 낙원처럼 여겨졌다. <아파트 단지와 발전소에서 무수히 많은 불빛이 새어나왔어요. 중국이 아주 잘 사는 것 같았죠. 그여는 북한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함경북도의 집단 농장에서 성장했다. 탈북자들 대부분이 이 지방 출신이다. <자라면서 사람들이 풀을 뜯어먹고 병들어 죽는 것을 하도 많이 봤어요.> 그녀는 말한다.
2003년까지만 해도 탈북자의 남녀비율은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성이 75%이상을 차지한다.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에 소속돼있거나 농장 공장 등에서 일하지만 여성들은 집이나 직장에서 몰래 도망쳐 나오기가 쉽다.
중국에 가서도 여성들이 더 수월하게 일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레드나 화이트처럼 성매매 산업에 걸려들거나 중국인 농부의 신붓감으로 팔려가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7월의 어느 비 오는 날 밤, 드디어 레드는 탈출했다. 안 그래도 자신이 가족에게 짐만 되는 것 같아 걱정하던 이 10대 소녀는 마을 확성기로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 소식을 낭독해야 하는 임무까지 떠맡게 되자 당혹스러웠다.
레드는 국경수비대원에게 눈을 감아주는 대가로 2만 원가량을 지불하고 이모와 함께 두만강까지 갔다. 그녀는 밧줄로 엮은 튜브를 보트삼아 미친 듯이 손으로 저어 강을 건넜지만, 당시 15살 밖에 안 됐던 레드는 공포에 질려 혼자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곧 중국인 농부의 신부로 팔려간 한 북한 여자의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후 3년 동안 그곳에 숨어 지내면서 농사일과 설거지를 했다.
그러다 주인의 돈을 훔쳐 옌지까지 도망쳤는데 결국 카메라 앞에서 성을 파는 인터넷 화상채팅일을 하게 되었다. 바로 그곳에서 같은 일을 하던 화이트(26)를 만났다. 화이트는 10월 어느 날 밤에 강을 건넜다. 그녀는 병든 엄마와 어린 동생 둘과 함께 북한 북부의 한 산업 도시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젓가락 공장에서 일하다가 나중에는 길가에서 과일을 팔았는데, 돈을 얼마 못 벌어 자주 굶주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중국에 컴퓨터 관련 일자리가 있다면서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녀는 엄마 약 값을 벌 때 까지만 중국에서 지내면 되지 하는 생각에 순진하게 그 일자리를 받아들였다. 북한인 브로커는 차로 두만 강변 외진 곳에 그녀를 데려다 주면서 강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차를 타라고 했다. 강을 건넌 그녀는 추위에 떨다가 차가 보이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급히 올라탔다.
그 후 1년간 그녀는 방에 갇힌 채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사기를 당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천기원 목사가 전화를 걸었다. 탈북자들에게 지하철도 여정을 시작하라고 알리는 신호였다. 과거에도 수없이 많이 했던 전화다.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생겨난 한국의 수많은 기독교 단체 중 하나인 두리하나(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 선교회의 설립자인 천 목사는 지금까지 중국에 숨어 지내는 탈북자 수백 명의 탈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피난처를 제공해 주었다.
지하철도를 통해 탈북자들의 탈출을 돕는 사람은 천 목사 같은 선교사 외에도 인권운동가, 인도주의자, 브로커 등 다양하다. 이들이 탈북자 돕기에 뛰어든 이유도 북한 정권의 붕괴를 앞당기고 싶다거나 북한인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고 싶다는 등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이들 대 부분은 하나같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한다. <북한과 중국에 있는 북한 사람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 입니다> 천 목사는 말한다. <그러니 도울 수밖에요> 천 목사는 위험한 상황에는 이제 익숙하다. 2002년엔 누군가의 밀고로 당시 그가 개척한 탈출 경로였던 몽골 국경 근처에서 중국 공안에게 체포됐다. 그가 인도 하던 탈북자 9명도 함께 체포됐다가 결국 북송됐는데, 그 후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천 목사는 중국 감옥에서 8개월 동안 갇혀 있다가 한국으로 추방됐다. 이후 중국 입국이 완전히 금지됐다. 천 목사의 체포와 수감 소식은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탈북자의 어려운 처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레드와 화이트의 처지는 화이트의 온라인 고객 중에 그녀를 좋아하게 된 한국 손님 덕에 천 목사의 귀에 들어갔다.
그는 화이트가 북한 여성이며 원치 않는 일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녀에게 인터넷으로 두리하나에 연락할 방법을 일러줬다. 그녀는 업주 몰래 천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자 우편을 보냈고 이에 마음이 움직인 천 목사는 레드와 화이트를 구출하기위해 중국 내 탈출 망을 가동시켰다.
레드와 화이트가 출발 신호가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블랙이 라는 또 다는 탈북자가 탈출할 기회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조선족 선교사의 주선으로 옌지의 한 음식점에서 블랙(40)을 만났다.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이었는데도 그는 얇은 검정색 나일론 재킷차림이었다.
얼굴엔 수심이 가득 했다. 그는 김이 오르는 설렁탕을 먹으면서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북한에 있는 가족의 신변 보호를 위해 그의 이름이나 북한 생활에 대해선 결코 누설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블랙은 2년 전 얼어붙은 두만강 위를 건너 탈출했다.
대학까지 졸업한 그는 탈북자 중에서 흔치 않은 고 학력자다. 평양에서 보안 요원으로 일할 당시 그는 노동자의 낙원 이라는 북한에 팽배해 있던 부정부패와 뇌물수수 현장을 직접 목격하며 차츰 불한 체제에 환멸을 느꼈다. 그는 몇 년에 걸쳐 탈출을 준비했다. 자신과 여자 친구를 중국으로 안내해줄 브로커에게 줄 비용 수십만 원도 모았다.
처음엔 두만강까지 차로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떠날 때가 되자 블랙은 차로 가면 눈에 뛸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래서 도강 지점까지 걸어서 산을 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7시간 동안 힘겹게 산을 넘다 결국 발가락 신경이 영구 손상됐다. <두만강을 건너는 건 그 후에 겪은 일에 비하면 쉬운 편이였죠.> 블랙은 말했다.
그도 화이트처럼 브로커에게 속아 두만강을 오가며 마약과 돈을 운반하는 조선족갱단에 팔렸다. 블랙은 < 그들이 하는 일을 돕진 않았다>고 했지만 그 시절 중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한편 여자 친구는 늙은 마약중독자에게 팔렸는데 그 후 영영 소식이 끊겼다. 이후 그는 가장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마침내 블랙은 탈북자들 사이에 떠도는 충고에 귀를 귀 울었다. <십자가가 보이는 곳으로 찾아가라.>옌지 부근에 있는 교회30여 곳에선 탈북자들에게 음식과 옷, 그리고 임시 거처를 마련 해준다. 목사가 공개적으로 기독교를 전파하지 않고, 탈북자 지원 사실만 들키지 않으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한 교회에 은신처를 마련한 블랙은 성경 공부를 시작했고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거듭나면서 천 목사의 주목을 받게 됐다. 천 목사는 자신이 돕는 탈북자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이기를 바라지만 탈북자에게 신앙생활은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에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대다수가 진짜 기독교인은 아니에요> 그는 말했다. <탈북자들에겐 김일성을 믿는 거나 하나님을 믿는 거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머리로만 받아들일 뿐 온전히 마음을 열진 않죠.> 식사 중에 블랙은 셔츠 밑에서 작은 나무 십자가를 꺼내더니 마치 온 기가 있는 생명체인 양 손에 쥐었다. <내 꿈은 한국에 가서 신학교를 나온 다음, 다시 교향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파하는 겁니다.> 내가 북한에서 성경을 소지하고 있다가 잡히면 총살형을 당 할지 모른다고 했더니, 블랙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일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탈출(3)
마침내 때가 왔다. 행동대원으로 활약하는 선교사들이 천 목사에게 탈출을 시작하라고 알려왔다. 먼저 베이징에서 윈난 성 까지 기차를 타고 3220km를 간 후, 정글 속을 힘겹게 걸어 산을 넘어 메콩 강으로 가야 한다. 일단 메콩 강을 건너면 태국에 도착하는데, 탈북자들은 여기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다.
먼저 레드와 화이트가 출발하고, 블랙은 며칠 후 다른 일행과 출발할 예정이었다. 중국인 안내원은 레드와 화이트를 차에 태워 베이징까지 가서 기차역 근처에 있는 켄터키 후라이드치킨(KFC)앞에서 내려줬다. 이제 계획에 따라 다른 탈북자 세 명과 합류하기 위해 윈난 성 수도인 쿤밍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나도 동행하기로 했다. 천 목사가 탈북자들에게 간단한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조용히 있을 것, 공안이 신분증 검사를 하러 오면 자는 척하거나 화장실에 숨을 것, 하나님께 기도할 것, 그리고 만약 체포되면 도와준 사람의 이름을 발설하지 말 것 등 이었다. 레드와 화이트는 기차에 오르자마자 침대칸의 맨 위 침대로 올라가 담요로 몸을 감쌌다. 40시간의 여정 동안 공안과 역무원들이 몇 차례 신분증과 기차표를 조사하러 왔지만 레드와 화이트가 침대 속에서 꼼짝도 않자 그냥 지나갔다. 쿤밍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역 대기실로 들어가 다른 탈북자 일행을 찾았다.
인솔자는 택시 운전사 출신의 30세 남자였다. 그는 휴대전화와 가짜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고 중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수 있었다. 일행 중 귀여운 베레모를 쓴 18세 소녀 역시 레드와 화이트처럼 성매매업종에 종사한 적이 있었다. 또 다른 탈북자는 57세의 중년 여성으로 한국에 먼저 가 있는 딸을 간절히 만나고 싶어 했다. 인파로 붐비는 혼잡한 보도에 서서 탈북자들은 천 목사가 고용한 안내인을 기다렸다.
이들을 태국까지 안내해줄 사람이다. 확성기에서는 군가가 울려 퍼졌고 주기적으로 군인들이 행진하며 지나갔다. 일각이 여삼추였다. 지친 탈북자들은 기둥 옆에 모여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엄청나게 북적이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다섯 명의 탈북자가 이렇게 밖에 오래 서 있다가는 공안이 와서 조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가 묵고 있는 호텔 방에 가서 기다리자고 했다.
이후 몇 시간 동안, 탈북자들은 긴 소파에 앉아 즐겁게 TV를 시청했다. <저 남자 너무 잘 생겼다.> 한 사람이 생전 처음 본 톰 크루즈의 잘 생긴 외모에 감탄했다. 이들은 미니바에서 코카콜라를 꺼내 마시고 과일도 나눠 먹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겠어요.> 화이트가 채널을 돌리며 말했다.<그저 빨리 한국에 갔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매우 발전되고 잘 사는 것 같아요.> 겉모습만 보아도 그녀는 한국 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북한에서는 불법인 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와 레이스블라우스 차림에 검은색 롱부츠를 신은 그녀는 목에 하트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레드도 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불안해 보였다. 두려움을 떨쳐버리려는 듯 두 팔로 자신을 꼭 감싸고 있었다.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화들짝 놀라며 <영어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울 거예요> 라고 황급히 대답했다. 그렇게 먼 앞날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마침내 안내인의 전화가 왔다. 다섯 명은 짐을 들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몇 초 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화이트였다. 그녀는 멋쩍은 듯 웃으며 TV 리모컨을 돌려줬다.
북한탈출(4)
헐렁한 체크무늬 셔츠에 캐주얼 바지를 입은 천 목사의 모습은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메콩 강의 누런 물결을 바라보고 있는 여느 관광객과 다르지 않다. 그의 뒤편은 오토바이 소리, 코코넛이나 생선을 사라고 외치는 노점상 소리고 시끌벅적하다.
태국의 한 고도시의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강 건너편 라오스에서는 사람들이 울창한 숲 바깥쪽에 점점이 서 있는 대나무 집 부근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전날 밤 서울에서 방콕으로 날아온 천 목사는 화이트와 레드를 포함한 탈북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 메콩 강변에 왔다. 그러나 이들이 중국에서 발이 묶이는 바람에 지금 천 목사가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넓은 강 건너편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일뿐이다. 천 목사가 고용한 안내인은 쿤밍 호텔에서 탈북자들을 차에 태워 산길로 라오스 국경 근처의 은신처 까지 데려갔다.
일행은 그곳에서 며칠 동안 발이 묶인 채 초조하게 떠날 날을 기다려야 했다. 라오스 국경일을 앞두고 국경 수비가 삼엄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안내인이 여정을 계속하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공안처럼 라오스 군과 경찰도 탈북자를 체포하면 북송시켜야 한다. 이들이 탈출시기를 기다리는 동안, 블랙이 합류했다. 몰래 기차를 타고 중국을 횡단한 그는 아직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잡힌 뻔했어요.> 그가 말했다. <공안이 신분증을 조사하러 왔을 때 의식을 잃을 정도로 취한 척했더니 그냥 지나갔어요.>
여정이 지연됐다는 소식에 천 목사는 걱정이 됐다. <이제부터가 탈출 여정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이에요. 걸어서 중국 국경을 넘은 후, 라오스를 통과해야 하거든요> 함께 메콩 강변에 서 있을 때 그가 말했다. <여기까지 무사히 도착할 확률은 50%쯤 됩니다.> 천 목사는 40세에 선한 사마리아인의 소명을 발견했다. 호텔 지배인이었던 그가 갑자기 신학교에 가겠다고 했을 때 친구와 가족들은 깜짝 놀랐다. 그의 탈북자 사역은 그가 1995년 옌지 지역 선교사로 갔을 때 숨어 지내는 탈북자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했어요.> 그가 말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들의 인권 회복입니다.> 위험천만한 탈북자 사역에서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지금까지 탈북자 700여명의 탈출을 주도 했으며, 실패한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북한정부는 내가 죽기를 바라겠죠.> 그가 말했다. 그렇다고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 새기 시작한 50대의 천 목사가 전형적인 성인군자는 아니다.
중국에서 연락책으로 활동하는 선교사들은 가끔 그의 독단적이고 무모한 결정에 불만을 토로 한다. 그가 가장 신뢰하고 자주 찾는 안내인은 마약 밀매업자 출신이다. 천 목사는 탈북자들이 감사할 줄 모른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내가 탈출을 도왔던 사람들 중에서 고맙다고 전화한 사람은 3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가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라서 그런 건 아니에요. 대가 없이 남을 돕는 다는 걸 믿지 못할 뿐이죠.>
거의 3주 가까이 은신처에 숨어 있던 탈북자들에게 드디어 이동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다들 어깨에 짐을 짊어지고 마약 운반책 출신 안내인을 쫒아 벽지고 들어가서 밤새 걸어 황금 삼각지대(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이 만나는 국경지대로 무법이 판을 치는 아편 생산지)에 이르렀다. 16시간을 이들은 어둠 속에서 힘겹게 걸었다. 초목이 무성한 정글도 지나고 거머리가 득실거리는 시내도 건넜다. 안내인이 훤히 아는 길이었다. 거의 1200m지점까지 올라가서야 라오스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온통 젖은 데다 더럽기 짝이 없었죠.> 레드가 말했다. <길이 가팔라서 자꾸 넘어졌어요. 가는 내내 울음이 그치질 않았죠.> 다음날 오후, 이들은 안내인의 친구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밤늦게 차로 메콩 강 근처까지 이동한 후 거기서부터 걸어서 감시탑들이 늘어서 있는 강까지 갔다.
어둠과 거센 물살, 그리고 근처 라오스군인들의 감시 등이 한데 뒤섞여 레드에겐 작은 모터 배를 타고 태국 쪽으로 건너가는 5분 동안이 기차로 중국을 횡단할 때 보다 더 떨렸다. <잡힐까봐 더럭 겁이 났어요. 여태까지 겪은 걸 생각해보면 무사히 탈출한다는 보장이 없었으니까요.> 이들은 태국 쪽에서 기다리던 두리하나 선교회의 픽업트럭을 타고 버스 정거장까지 갔다.
그로부터 10시간 후, 이들은 방콕에 있는 두리하나 은신처에 도착해서 몇 주 만에 처음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고 휴대전화로 중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무사히 도착했다고 알렸다. <하나님이 우리 기도에 응답해 주셨어요.> 블랙이 외쳤다. 다음날 아침, 선교사는 탈북자들을 한국 대사관으로 데려갔다. 이들은 그곳에서 망명 신청을 했다. 또다시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됐다. 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 버스를 타고 이민국 수용소로 갔다. 한국 공무원들이 서류를 처리할 때까지 몇 달 동안은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
탈북자들은 혼잡한 수용소에 들어가 있다가 한국으로 보내진다. 레드, 화이트, 블랙이 그곳에 있을 동안엔 한 주에 30~40명씩 한국으로 갔다. 당시 수용소 여성 실에는 450여명이 수용돼 자리가 비좁았다. 원래는 그 절반만 수용하도록 지은 시설이었다. <앉거나 잘 공간도 없었어요. 화장실은 2개밖에 없었고 공기도 끔찍했죠.> 화이트가 말했다. 태국에서 80일 가까이 갇혀 있던 레드, 화이트, 블랙에게 소지품을 챙기라는 연락이 왔다. 이제 긴 여정의 마지막 일정만 남겨둔 상태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된다.
북한탈출(5)
북한 사람들에겐 서울에 대한 첫 인상이 가히 충격적일 수 있다. 레드도 이곳에 처음 도착한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얼굴을 계속 더듬으며 이게 꿈인가 생신가 생각했죠.> 비행기가 인천 공항에 착륙할 당시 아래로 펼쳐지는 건물들과 도로를 내려다보면서 느꼈던 흥분을 떠올리며 그녀가 말했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한강변을 따라 서울 시내를 가로 질렀다. 서울의 모습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풍요로운 한국에 대해들은 정보라고는 <한국은 적국이며 무자비한 지본주의 자들의 땅 >이라는 북한의 선전이나, 북한으로 밀반입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이미지들, 남쪽 낙원에 가면 손쉽게 성공할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환상이 전부였다. 2년 동안 서울에서 산 한 탈북자는 자신이 겪은 문화 충격에 대해 간단히 <북한과 한국의 차이는 100년을 뛰어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간첩인지 여부를 가리는 심문을 받은 후, 탈북자들은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가급 보안시설 > 하나원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2개월간 한국 사회에서 준수해야 할 의무사항들을 전달받고 지하철 타는 법, 은행계좌 개설하는 법 같은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도 얻는다. 교육이 끝나면 한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약600만 원의 정착 지원금을 비롯한 소액의 월 보조금과 주택 임대료, 취업 장려금 등을 지급받는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 해에 월남하는 북한인의 수가 몇 십 명에 불과해 열렬한 환영과 함께 파격적인 보상금을 받았다.
대부분이 평양에서 넘어온 군부나 공산당 고위간부 출신으로 중요한 기밀정보들을 제공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 해마다 평균 2000여 명씩 탈북자가 넘어오는 실정이라 요즘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빈곤지역 출신의 농장 노동자, 공장 노동자, 계급이 낮은 군인과 공무원들이 주류를 이른다.
보통의 한국인과 비교했을 때 이들의 교육수준과 기술은 현저히 떨어진다. 수년간 영양실조에 시달 린데다 굶어죽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봤던 고통으로 다수가 심한 육체적,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불리한 조건들 때문에 탈북자들은 <평생 최하층 민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국민대학교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는 말한다.
이들의 한국 생활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윤택하고 자유로워졌지만 이들이 진정 갈망하는 건 소속감이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탈북자들이 겪는 고통에 무관심합니다.>란코프는 말했다. <남들이 자신의 고통을 몰라준다는 건 정말 견디기 힘든 일종의 정신적 폭력이죠.>
레드는 노크 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열었다. 그녀는 인천 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12층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중국 호텔 방에서 황급히 뛰쳐나가던 그녀를 본 이후로 8개월 만이다. 겁에 질린 검은 눈동자를 한 십대 탈북자 소녀였던 그녀가 지금은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은 덕분인지 얼굴에 살이 오르고 팔도 더 통통 해졌다. 머리는 붉은 색으로 부분 염색을 했고 블랙진과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입주한지 이제 7주 정도 된 자기 집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방 2개짜리 아파트는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깔끔했고 침실에 놓인 매트리스 하나와 컴퓨터를 자랑스레 올려놓은 책상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벽에는 행복행(幸) 자가 적힌 핑크색 종이가 붙어있었다. 레드는 내게 초콜릿 바를 잔뜩 던져주며 맘껏 먹으라고 권했다.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구나 싶었다. <친구가 많아요?>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바깥세상 돌아가는 일들도 아직 너무 낯선데 어떻게 친구를 사귀겠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북한말투가 계속 신경 쓰이는 데다 영어를 많이 섞어 쓰는 한국 사람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외출을 거의 안 한다고 했다.
게다가 레드는 좋은 일자리를 구할 자신도 없었다. 정부에서 매달 지급하는 50만 원은 어학 강좌와 미용 강좌를 등록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데다 고졸 학력으로는 고작해야 저임금 일자리밖에 얻지 못 한다. 벌써 주유소 일자리를 그만둔 그녀는 지금 식당에서 일 해볼까 생각 중이다. <면접 때 북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겁나요.
온갖 불이익을 당하니까요.>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생선 요리를 먹었다. 레드는 사진을 찍었고 깔깔 대며 웃기도 했다. 휴대전화로 동료 탈북자들에게 메기지도 보냈다. <컴퓨러~>하고 영어 발음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곳 생활은 힘들지만 한국에 와서 기쁘긴 해요.>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그녀가 말했다. <아직도 나는 성공을 꿈꾸고 있어요. 북한에 계신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어요.>
북한탈출(6)
화이트는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에서 멀지 않은 지방도시인 천안의 한 병원6인실에 입원해 있었다. 하나원에 있을 때 그녀는 그곳 의사들로부터 갑상선 암 진단을 받고 곧바로 암 제거 수술을 받았다. 북한에 남아 있었거나 아니면 중국에 있었다 해도 그녀는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내게 인사를 하려고 불편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수술 자국이 목 밑까지 나 있었다. 내 기억에 그녀는 화려한 옷차림의 잘 웃고 감성이 풍부한 여성 이였는데 지금은 헐렁헐렁한 병원 복을 입고 기우뚱한 자세로 서 있다. <천 목사님께 전화해서 고맙다고 했어요.> 그녀가 쉰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두리하나에서 진료비를 보태주고 있어요. 가끔 천 목사님이 오시면 함께 기도도 해요.> 천 목사는 화이트가 이제는 독실한 기독교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 선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진정한 크리스천입니다.>
블랙은 한강에서 그리 멀지않은 서울 시내의 아파트에 입주했다. 아파트 창문 사이로 차 소리와 매미소리가 들렸다. 벽에는 중국에서 그가 꼭 부여잡고 있던 나무 십자가가 걸려 있고, 바닥에는 다른 책들 사이에 성경책이 펼쳐져 있었다. 아직 가구는 장만하지 않았다. <모든 일이 계획했던 것보다 어렵고 복잡해요.> 블랙이 말했다.
신학교 진학의 꿈은 대학 장학금이 35세 미만에 한해서만 지급된다는 사실을 안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그는 지금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북한에 있는 남동생과 여동생을 데려오려면 빨리 돈을 벌어야 돼요.> 그가 말했다. 우리는 저렴하고 시끌벅적한 식당들이 즐비한 대학가로 가기 위해 태시를 탔다.
경적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댔고, 거리의 간판들과 보행자들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8개월 전, 중국에서 선교사의 차에 타고 있던 블랙은 어깨를 움츠린 채 초조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십자가를 꼭 쥐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고향>에서 느끼는 기분 좋은 소란함 속에서 눈을 감은 채 졸고 있다. 이제 그는 안전하고, 또 자유롭다.
힘겨운 남한 적응기
고향생각, 좌절 그리고 새로운 다짐:갓 한국에 온 탈북자들은 오래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경험을 통해 생소한 남한 생활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이는 남한에 정착해 몇 년쯤 산 탈북자 대부분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터득한 교훈이며 새로 온 탈북자들에게 줄 수 있는 충고다. 경기도 일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성철(48)씨의 예를 보자. 윤 씨가 남한에 온 건 1996년 이었다. 그는 북한에 있을때 북한을 <창살 없는 감옥>에 비유했다가 이 말을 엿들은 누군가가 밀고를 하는 바람에 쇠사슬을 찬 채 끌려가게 됐다.
그는 그 사실 외에 북한 생화에 대해 거의 얘기하지 않았다. 윤 씨의 식당에 가면 직접 구워 먹는 차돌박이와 느릅냉면을 맛볼수 있다. <여기서 파는 음식을 북한에서는 고위층 간부들 밖에못먹습니다.> 윤 씨가 말했다. 식당이 아주 좋다고 했더니 윤 씨는 웃으면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터득하는데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식품유통업을 할때 고용한 경리사원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그는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순진함을 꼽았다. 자신감도 과했던 것 같다. 남한 여성을 따라다니며 구애해 결혼에 성공했지만 지금까지도 부인이 윤 씨가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숨긴다며 마음 아파했다. 윤 씨는 소떼가 찍힌 대형 사진이 걸려 있는 자신의 음식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남한에서 10년을 넘게 살았는데도 온 부모 형제도 그립다. <북한, 러시아, 남한에서 다 살아봤어요. 그런데 가족과 헤어져 있으면 어디에 있어도 행복해질수가 없더군요.> 그가 말했다. 탈북자들과 같이 일해본 남한 사람들은 탈북자 중에서도 10~20대가 적응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기근과 세뇌교육에 시달린 노년 층에 비해 정신적 충격이 덜하고 교육비 지원도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희(30) 씨는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탈북 여성의 전형이다. 밤 늦게 서울 방화역 근처 임대 아파트를 찾아가 만난 김 씨는 이틀 동안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영어공부와 안내데스크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조금 전에야 집에 왔다. 전날밤에는 친구들과 노래방 시설을 갖춘 술집에서 늦게 까지 춤을 췄다고 한다. 친구들은 대부분 같은 처지의 탈북자들이다.
반짝이는 금실 장식의 검정 블라우스 차림에 윗단추 몇 개를 풀어놓은 김 씨의 겉모습만 봐서는 퇴근해 집에 온 여느 서울 사람과 차이가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외모만 같을 뿐이다. 김씨는 매일 남한 생활에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김 씨는 2002년 서울에 왔다. 자신을 중국에서 탈출시킨 브로커에게 5000달러 이상의 빚을 졌다. 남한에 와서는 직장을 두 군데 다니며 빚을 갚아야 했다. 지금은 대학교에 다닌다. 그녀는 <첫 학기가 최악이었다.>고 말했다 <교수님이 하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죠.
자퇴하고 결혼이나 할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러나 힘들지만 고생하면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사람 사귀는 일도 어렵다. <모임에 가면 사람들이 영화배우, 음악, 정치 얘기를 하는데 아는 게 있어야죠.> 김 씨는 말했다.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 검색을 했어요. 다음번엔 대화에 어떡하든 끼어보려고요. 모를 땐 웃으면서 다 아는 것 처럼 행동해요.> 김 씨를 비롯해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왜 남한에 왔죠?> 라는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가지고 있다. <인간답게 살려고 왔지요.> 한 탈북자의 간단명료한 대답이 이들의 심정을 잘 대변해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록일 : 2009-02-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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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사람의 뜻과 마음을 살피는 자인줄 알찌라 내가 너희 각 사람의 행위대로 갚아 주리라. 아멘.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드려져서 아가페 사랑의 우리 가운데를 이뤄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순종을 항상 드려야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교회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아가페 사랑의 우리 가운데를 이루는 순종을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 마땅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빛으로 어둠 곧 마귀의 세력을 몰아내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 항상!
예수 그리스도는 참포도나무요 우리는 그 가지이다. 그가 우리를 택하신 것이다 또한 그가 양분을 주지 않으면 누구든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때문에 두렵고 떨림으로 우리 구원을 이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