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이전 주로 국가에서 지급하는 임금과 배급으로 생활을 영위해 나가던 북한주민들의 식의주 생활은 그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이후 국가 배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에 따라, 점차 많은 북한 주민들이 생계를 시장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북한주민들이 더욱 시장에 의존할수록, 시장은 훨씬 큰 소득차이를 만들어냈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 나타난 북한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북한 주민의 식의주 생활이 계층별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이런 차별화는 2002년 시행된 ‘7.1경제관리개선조치’등을 거치면서 더욱 뚜렷한 모습을 띠게 되었다.

최근 탈북자 41명을 심층 인터뷰한 통일연구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북한 내 계층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북한주민들 스스로가 북한사회를 예전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은 북한은 현재 밑바닥은 자본주의라고까지 표현했다. 심지어 북한에서 공산주의 용어마저 사라졌다고 한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에서 2000년부터 실리사회주의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으며 대학 학습에서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없애고 사회주의만을 가르치도록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탈북자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사람들이 대학에서 강의를 받으면서 공산주의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들이 더 많고 그렇거든요. 왜냐면 공산주의는 누구나 다 잘 먹고 잘 살고 수요에 따라 분배를 충족시키는 사회다 이렇게 알고 있는데, 우리 북한처럼 그렇게 한심하고 여기 남한하고 60년이나 떨어졌는데, 저렇게 열악한 농업국가도 아직 벗어도 못난 그런 북한 형태에서 잘 먹고 잘사는 수요에 따른 분배를 할 수 없거든요, 경제가 발전하지 않고는 그렇게 못되니까 이제 그 잘못을 깨달았는지 북한에서 그 단어를 일체 없앨데 대하여 다 선포 했어요”

이렇게 북한사회의 시장화가 본격화 되면서 배급체계가 정상작동 하던 시기에는 상상도 못했던 소득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적은 경우는 북한돈 몇천원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월 1백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던 사람도 존재한다.

여기서는 식생활을 기준으로 상층, 중산층, 하층으로 나누었는데, 상층은 “쌀밥을 기본주식으로 하면서 여기에 더해 고기나 과일 등 다양한 부식물을 즐기고, 낙지(오징어), 아이스크림 등 기호식품을 사는데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다.

중산층은 “쌀밥을 먹기는 하지만 기타 부식물을 사는데서는 일정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다. 하층은 “쌀 이외에 다른 식량을 섞어야만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로 정의했다.

▼ 먼저 5명의 상위층 탈북자의 증언을 토대로 한 식생활을 한번 살펴보자

탈북자1- 월 소득 300만원, 가족과 함께 외식을 자주하고 가라오케도 즐겨 찾는다.
탈북자2-월 소득 100만원, 소득 중 30만원은 뇌물로 쓴다.
탈북자3- 한달 지출 200달러, 시장에 나온 중국물건은 싸구려 라고 구입을 안 한다.
탈북자4- 한달 120~130달러 지출, 냉동차를 구입해 써비차로 운영한다.
탈북자5- 월 최고 소득 150만원, 소득의 30%는 뇌물로 쓴다.

이들의 직업은 주로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 회사 직원과 시장에서 휘발유를 몰래파는 장사꾼, 외화벌이 사업을 하다가 냉동차를 구입해 원거리로 물건을 운송하는 배달업 종사자, 피복공장 관리자로 일하며 피복공장 차원에서 對日 성게 수출사업을 하는 등 끊임없는 시장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부류다.

특히 해외출장이 잦았던 외화벌이 회사의 직원은 국경지역에 사택을 마련해 두고 이용할 정도로 풍족한 생활을 누렸다. 시장에서 암거래를 통해 디젤유, 휘발유를 판매했던 장사꾼은 잘 벌때는 한달에 최고 150만원까지 벌었다고 한다. 그는 약초재배사업소에 8.3노동자로 등록한 상태였는데, 시장 참여를 통해 풍족한 삶을 누렸다고 한다. 이 장사꾼은 한달 수익금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중 하나가 뇌물이라고 밝혔다. 한달에 100만원을 벌면 30만원정도는 없거니 생각하고 뇌물로 준비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가족전체가 물이 좋은 신선하 물고기, 돼지고기 등을 부식물로 즐겼고, 불법으로 유통되는 한국DVD를 보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중산층의 생활을 살펴보자
 
이들은 상층에 속한 사람들처럼 여유롭게 외식을 즐길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쌀밥을 거르는 일은 없다.
 
이들도 주로 시장을 매개로 수입을 창출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시장에서 단순판매에 종사했던 사람들로 상층이 주로 외화벌이나 차를 구입해 직접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점과 대비된다. 중산층에 속하는 일부 노동자 교원 등은 일과시간을 마친 뒤 집에서 빵이나 술을 만들어 시장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생활비를 보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흥에서 교원생활을 했던 탈북자는 교원의 수입으로는 정상적인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2005년 탈북을 하기 직전 받았던 월급이 3400원이었는데, 이 돈으로는 시장에서 쌀 몇kg밖에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저녁마다 집에서 옥수수로 술을 만들어 시장에 파는 방식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또 남편과 사별한 탈북여성은 시장에 나가 그릇이나 신발도 팔고, 거리에서 매대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장사행위를 통해 혼자 생활하는 가운데서도 쌀밥을 먹을 수 있었고, 약간의 저축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06년초 탈북할 때는 40만~50만원 정도의 돈을 북에 남은 아들에게 주고왔을 정도였다고 한다.

▼ 다음으로 하층민들의 생활을 살펴보자
 
하층민들은 한달 수입이 5~6만원 정도로 매끼 밥을 먹기는 힘들다. 이들은 쌀 이외에 다른 식량을 섞어야만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하루 끼니를 거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고 한다.

이들은 시장활동과 괴리되돼 있거나 시장에 참여하더라도 적은 자본으로 공식시장 바깥에서 장사를 하는 이른바 메뚜기들이 많았다. 함경북도에서 농근맹 해설 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탈북자는 배급이 나오지 않아 시장에서 국수를 팔았는데, 워낙 자본금이 적어 수익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시장에서 국수를 팔다가 판매가 부진하면 함흥에 있는 공장에서 식초가 생산되는 시기에 식초를 구입한 뒤, 그것을 황해도나 평안남도에 가지고 가서 옥수수와 바꿔와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통일연구원이 진행한 심층면접 결과를 종합해보면 시장활동이 북한주민들의 전반적인 식생활수준을 향상시켰다는 결론이 나온다.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쌀밥을 먹는 주민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전반적으로 “잡곡밥은 별로 안 먹으려”하고 “이밥을 먹겠다”고 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혜산이나 청진 같은 도시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절반정도는 쌀밥을 먹는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층면접 대상자들은 북한의 식생활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시장의 확대에 따른 식생활 차이는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소득수준의 차이는 바로 주민들의 계층화를 강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