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손에 큰돈을 만져본 것은 처음이었다. 돈 맛을 알고 나니 돈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벌어온 돈이 있어, 먹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에 나는 또다시 청진역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가 찾으려고 하는 여자를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며칠 후, 나의 눈에 들어오는 여자가 있었다. 키는 작고, 예쁘고, 귀엽게 생긴 여자였다. 그녀를 보는 순간 나는 마음에는 사랑의 감정이 솟아올랐다. 하지만 목적은 그녀를 중국으로 데려 가는 것이었다.

그녀를 미행했다. 그녀는 기차역을 몇 번이고 들락날락 하기를 며칠, 아마도 기차 시간을 알아보는 듯하다.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누나한데 할 말 있는데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해요”

이전과 같은 방법이었다. 그녀 또한 나의 말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따라 왔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누나 저 중국 갈 여자를 찾고 있습니다. 누나가 중국 갈 의도가 있으면 제가 길을 인도 하겠습니다”

예전보다 조금 단도직입접인 물음이었지만 그녀의 대답은 나를 기쁘게 했다.

“나도 지금 중국 가려구 하는데 길을 인도 할 사람이 없어 며칠 밤을 그 사람 만나러 역전에 나왔지만 만나지 못하고, 오늘 회령으로 가는 기차가 있어 나 혼자라도 갈려고 이렇게 기차 시간을 알아보고 있어”

나는 그녀에게 지금 당장 떠나기를 권유하자 그녀는 나의 요구를 받아 들여 나를 따라 나섰다.

이번 중국 일행은 나와 그녀 그리고 형도 포함 되었다. 목적지 까지 가는 동안 아마도 형은 그녀의 미모에 반한 듯 줄곧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뒷전이 엇다.  

이번에 중국으로 가는 루트는 예전하고 다른 친척집이 있는 곳에서 두만강을 넘기로 하였다. 친척집은 두만강 주변에 위치하고 있어 중국 넘을 때, 도움받기가 가장 좋았고, 예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우리의 얼굴에 익숙하여 크게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점심시간이라 길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우리는 친척집이 있는 야산으로 올라갔다. 나의 마음 같으면 지금 당장 국경을 넘고 싶었지만 형과 그녀는 밤에 움직이기를 원했다. 이에 우리는 국경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좀 있으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물은 옷을 적시고, 배고 품 또한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이상하게 여길 것이라 생각하고 밤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저녁이 되자 우리가 데려온 여인은 어디가 아픈지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도 대답을 회피하고, 아픔에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한참을 견디다 못한 그녀는 나보다 4살 많은 형을 조용히 불러 무언가를 이야기 한다.

한참 후 형이 다가 와 조용히 이야기 했다.

“저 여자가 오늘부터 달거리(생리)하는 날인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고생하고, 비도 맞고 해서 피가 많이 나온대, 갑자기 오느라고 생리대도 준비 못했는데 네가 가서 사촌누나 보고 생리대 달라고 해”

“형님아 그런데 달거리(생리)가 뭐야?”

나는 형이 말하는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 고생하여 몸이 피곤하여 피가 나오는 것으로 알았다.

“얌마 가서 가져오라면 가져 오는 것이지 물어보지 마, 사촌누나보고 생리대 달라면 알거야”

형은 나를 윽박지르며 친척집으로 내몰았다.

비는 부실 부실 내리고, 풀숲을 헤치며 친척집으로 가는 동안 어느새 옷은 흠뻑 젖어 있었다. 친척집 문을 두드렸다. 집에는 마침 사촌누나가 있었다. 하지만 보름 전에 왔다가 다시 온 나의 방문에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사촌누나에게 여기에 오게 된 목적을 사실대로 이야기 하고 생리대를 달라고 했다. 사촌누나는 작은방으로 들어가더니 뭔가 차곡차곡 접어놓은 하얀 면천 두 개 주며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거 내가 쓰는 건데, 가져다주면 될 거다”

나는 사촌누나가 주는 보자기 같은 면천 두 개를 받아 들었다. 아무리 봐도 열을 내리고, 피를 멈추는 것에 큰 작용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이면 된다고 하니 크게 생각하지 않고, 보자기 같은 면천 두 개와 밥과 반찬을 들고 산으로 올랐다.

내가 오는 것을 보고 형은 기쁘게 나를 맞으며, 가져온 물건부터 받아 든다. 형과 그녀는 먼저 허기진 배를 채우려 밥부터 먹었다. 좀 전까지 아픔다고 하던 그녀도 아픔을 잊은 채 밥 먹기에 정신이 없다.

얼마간의 허기진 배를 채우자 갑자기 그녀가 내가 가져온 보자기 천 두 개를 가지고 숲속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에 나와서 형에게 뭔가를 또 이야기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오늘 두만강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 두만강을 넘으면 몸에 이물질이 많이 들어가므로 병이 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들은 하는 수없이 내일 두만강을 넘기로 하고, 산을 내려 친척 집으로 향했다.

친척들에게 사실을 이야기 하고, 그녀는 작은 안방에 숨었다. 친척누나도 생리 상태에서 두만강에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으니 내일 갈 것을 권유했다. (다음호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