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강 건너 중국 땅에서 나에게 잘 가라고 손을 젓는다. 나도 그에 대답하듯 손을 저어 답하고 싶었지만, 국경경비대 군인과 함께 있는 것에 손 흔들 분위기가 나지 않아 웃음으로 답했다.
“야 임마 거기 있지 말고, 이리로 와”
군인의 말에 나는 머리를 숙여 죄인의 표정을 지우며 다가갔다.
“너 돈은 없어?”
군인은 이미 내가 중국에서 가져온 모든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심지어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돈 없습니다. 어제 너무 배고파서 중국에 넘어가 아까 사람들이 준거 이거 전부입니다.”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너, 거기 신발에 돈 감추지 않았어?”
군인은 나의 신발을 가리켰다. 나는 한순간 돈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하지만 차분하려고 노력했다.
“이 신발은 제가 어제 강 건너갈 때 신발을 잃어서 아까 사람들이 준거입니다.”
나는 군인의 질문과 다르게 대답하여 군인의 생각을 돌리려고 했다.
“그래 알았다. 얼른 옷이나 입어라.”
군인은 나에게 옷을 집어 던졌다. 그때까지 나는 팬티밖에 걸치지 않았다. 내가 강가로 나와 20분간 정신 차리려고 할 때, 군인은 이미 나의 짐과 옷들을 뒤져본 상태이고 나에 대해 돈이 없다고 확정한 상태였다.
“야, 너 가져온 여기 짐들은 모두 내가 가진다. 그리고 너를 보내줄게 여기 앞으로 쭉 가면 큰길 나올 거야, 거기부터는 안전하니깐 괜찮아, 그리고 혹시 다른 군인한데 걸리면 우리가 보내졌다는 소리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알았지? 그냥 잡히지만 말라!”
군인은 나에게서 뺏은 짐으로 인해 기분이 좋은 상태라 친절이 길도 가르쳐 주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군인이 알려준 길을 따라 달려가니 큰길이 나왔다.
국경경비대에게 모든 짐은 뺏겼지만 돈은 살아있다. 돈이 있어 마음이 행복하다. 나는 코 노래를 부르며 어제 머물렀던, 집으로 갈가? 친척집으로 갈가? 고민하다 친척집으로 향했다.
친척집은 여기서 걸어서 5시간, 달리고 달려 친척집에 도착했다. 친척분들은 여느 때와 같이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하지만 내가 집으로 갈 때면 오지 말라고 한다. 보통 친척집에 올 때면, 식량 구입으로 많이 오기에 친척들에게 우리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친척들에게 중국에 갔다 온 것을 사실대로 이야기 하자 근심의 이야기를 하신다.
“너희가 너희들끼리 무슨 짓을 해서 벌어서 먹는 것은 상관 안해, 하지만 절대로 조심해야 한다. 잡히면 죽는 거 알지?”
“네”
친척들은 근심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단지 어제 하루를 고생하고 중국 돈 300원 받은 것이 가장 기쁘다. 친척들의 이야기에 간단한 답변만 하고 밥을 먹고 잠들었다.
다음날.
마침 집으로 가는 기차가 있었다. 청진에 도착하여 포항에 있는 외화상점으로 향했다. 그 앞에는 달러와 인민폐를 바꿔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둘러보다 착해 보이는 아줌마를 선택하여 다가가 갔다
“아주머니 돈 바꿔줍니까?”
아줌마는 나의 위아래를 흝어보고 대수롭지 않게 얼마인가고 물었다.
“300원이요. 지금 몇 대 몇이에요?”
“100원에 2300이야, 지금은 여기 단속이 심해, 그리고 돈은 집에 있어. 나랑 같이 가자”
아줌마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이끌었다. 그를 따라 간곳은 주변 아파트 5층이었다. 방에 들어가자 아줌마는 보따리 하나를 꺼내 들었다. 거기에는 북한 돈이 수두룩하였다. 아줌마는 나이어린 나에게 아무런 위험을 느끼지 않은 듯 돈 자랑을 하는 것 같았다.
“돈 줘봐”
아줌마에게 돈을 주자 이리 저리 여러 곳을 살펴보고 6900원을 주는 것이다. 처음으로 만져보는 큰돈이다.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는 가지고 온 스타킹에 100원 짜리는 모두 집어넣고 잔돈은 주머니에 넣고 수남 장마당으로 향했다.
수남 장마당에는 여느 때와 같이 먹을 것이 많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두부밥, 생과자, 고기국밥 등 맛있는 것은 모두 먹어 보았다. 허나 100원은 쓰지 못했다. 당시 두부 밥 하나에 5원, 생과자 5원, 고기국밥 25원 이므로 100원은 큰돈이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형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망상에 온돌바닥에 누워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천정에서 먹을 것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의 인기척에 형은 “어디 갔다 오는냐?”고 물었다. 며칠 동안 보지 못한 동생이지만 반가워하는 표정은 아니다. 이제는 배고픔에 지쳐 모든 것이 귀찮은 것 같았다.
“형님아 뭐 먹을래?”
나는 허리에 찬 돈을 자랑스럽게 형 앞에 내놓았다.
형은 배고픔을 잊은 채, 내가 가져온 돈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와~ 이돈 어디서 난거야, 뚝바이(도적질)한거야? 아니면 문차기(집털이) 한거야”
나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그러자 형은 고함을 질렀다.
“야 이색기기야 그러다 걸리면 어떻게 하니?”
나는 형의 욕설에 반박하여 이야기 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아무거나 하는 게 영웅이지, 형님아 일단은 뭐 먹으러 가자!”
형은 대답이 없었다. 한참을 앉아 있던 형은 나의 이야기에 동감을 하고 나를 따라 나섰다. 나는 모든 돈은 형에게 손에 쥐어 주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먹고 싶은 것 모두 먹어보고, 형은 오래 만에 술도 실컷 마셨다. 비록 목숨 걸고 번 돈이지만, 즐기는 것에는 목숨 따위가 두렵지 않다.
당시에는 사람은 돈은 벌기 위해서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목숨을 버릴 각오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김일성의 회고록에 나오는 <얼어 죽을 각오, 맞아 죽을 각오, 굶어 죽을 각오>를 되새기면서 말이다.
형과 나는 이제부터 이 세 가지 각오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고, 우리가 아닌 전 북한 인민들은 누구나 이 세 가지 각오 속에 살아가야 할 것이다. (다음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
등록일 : 2009-08-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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