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150일 전투가 한창이다.

고등중학생 음악대(밴드부)가 거리마다 배치되어 아침저녁마다 김부자 찬양곡과 빨치산 전투행진곡, 6.25전쟁 가요를 연주하고 이동용 방송차가 곳곳을 돌며 거센 목소리로 당의 방침을 선전하며 생산을 독려하는 말 그대로 전투분위기다.

거리와 생산현장에는 선전구호가 나붙고 생산목표에 따른 전투일지를 작성하는 등 150일 전투에 임하는 북한당국의 태도는 자못 진지하다 못해 비장한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이 기세대로라면 150일 전투가 끝나면 북한이 강성대국의 대문에 진입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그 화려하고 요란한 이면을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150일 전투’가 패전이 확실한 전투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병사들이 지휘관을 따르지 않는데 무슨 수로 전투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이는 전투의 주체이자 생산의 주체인 북한주민들이 당국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한 중국동포는 “북한주민들은 당국의 전투참여와 생산독려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만나는 사람마다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전투에 동원한다는 짜증 섞인 표정들”이었다고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당국과 주민 간 엇박자가 제일 크게 나는 부문은 주민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시장이다. 북한당국은 150전투를 시작하면서 시장부터 없애려고 했지만 주민들은 말을 듣지 않고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급기야 당국이 말을 안 듣는 상인 몇을 체포해 공개처형까지 했지만 주민들은 “시장을 없애려면 쌀을 달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당국의 단속을 피해 거리와 골목마다에 장사판을 펼쳐놓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식량을 주면서 전투에 나오라고 할 형편은 안 된다.

올해 2월부터 평양시 주민들에게 1개월에 보름치 식량밖에 공급하지 못했으니 지방의 형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방에서는 150일 전투기간 하루 일당으로 옥수수 한주먹(한줌)을 주는데 주민들은 이것을 산에 가서 풀을 뜯어 섞어서 죽을 끓여 먹는 형편이라고 한다.

군대의 식량사정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6월부터 공식적으로 후방부대에 대한 식량배급이 중단될 것이라는 공식통보가 간부들에게 내려졌고, 군인들에게 작은 감자 7알정도가 한끼 식사로 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식량난에 유아원이나 고아원에 아이들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늘고 살인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민심은 날로 흉흉해지고 있다. 북한당국이 자랑하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흉흉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인민들이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데 군사비에만 돈을 쓴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며칠 전에 북한의 노동신문이 철갑상어 양식장의 완공을 150일 전투의 성과라고 발표한 것이다. 김정일과 고위층의 전유물인 철갑상어 양식이 150일 전투의 성과라니? 굶주린 인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 위대하신 장군님의 방침이나 현지지도도 이젠 주민들에게 안 통한다. 북한당국이 “지금 장군님께서 험난한 가시덤불을 헤치며 인민의 안녕과 행복을 지켜 불철주야 강행군 길을 이어가고 계신다”며 주민들을 150일 전투에 참여시키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배급이나 노임(월급)도 못 주는 주제에 무슨 현지지도냐?”는 입장이다.

‘고난의 행군’ 때는 조금만 참으면 다른 나라들처럼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15년이 지나도 그대로여서 희망도 미래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인민들이 잘 살자면 김정일이 더는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하며 이제 김정일 시대도 망할 때가 됐다는 인식을 가진 주민들이 늘고 있는 형편이다.

사람은 희망에 산다고 했다. 희망을 잃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희망을 잃은 죽은 사람들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김정일과 독재집단이 인민을 기만하기 위한 150일 전투 놀음을 벌렸지만 거기에 북한이 소생하는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 말이다.

150일 전투를 패전이 확정된 전투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최동혁 기자 choidd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