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꽃제비는 말한다.’ 시간진행에 김영일입니다. 저번 시간에 이어 ‘불쌍한 혁철이’ 두 번째 얘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뜻하지 않게 꽃제비 생활을 하게 된 혁철이와 작은 누나는 장마당에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꽃제비생활을 하면서도 서로서로 헤어질세라 챙겨주면서 힘든 나날을 겨우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먹고 살기엔 너무 힘든 세상이기에 장마당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이미 많은 꽃제비들과, 조금이나마 팔아서 먹고살고자하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여기저기 구석구석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지나가다 보면 ‘악~’ 하는 소리와 함께 각종 음식을 담은 큰 다라들이 뒤집어지면서 쏟아지는 음식을 재빨리 주워 먹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몇 초의 시간 안에 주변은 조용해지고, 가끔씩 음식물 부스러기를 집어 먹는 힘없고, 어린 아이들이 주인에게 애꿎은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요,

돈아나, 음식을 사서 먹는 사람들은 사방을 눈치 보면서 세거나 먹는 것이 일반적이고, 모든 음식 그릇들에는 그물이 쳐 있었지만, 그것마저 덮쳐가지 않으면 굶어야 하는 꽃제비들은 이를 악물고 생존투쟁을 합니다.

먹고 살겠다고 음식을 만들어 파는 주인의 처지를 배고픈 꽃제비들은 알아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꽃제비 청소년들이 왜 이러고 다니는지 그 사연을 북한의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기 때문에 꽃제비들이 이렇게 먹고사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오히려 뺏기거나, 덮쳐 가면 먹던 것 마저 가져가라고 주는 사람도 있고, 덮치운 사람이 조심하지 못해서 그러려니 받아 드리는 거죠,

하지만 어리고 힘없는 꽃제비 아이들은 빌어먹고나, 얻어먹는 경우가 많은데요.

8살 난 혁철이는 10살된 작은 누나와 함께 장마당에서 빌어먹었습니다, 작은 누나는 음식매장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한 국수집매장주인의 일손을 도우면서 음식을 얻어먹었습니다. 반면 혁철이는 그런 누나의 옆에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꼭 붙어있었습니다.

처음국수집 주인은 그냥 옆에 앉아서 사람들이 먹는 것을 쳐다보고 있는 자매를 보고 내 쫓았습니다.
이유는 그런 아이들이 먹는 옆에 있으면 손님들이 와서 국수 먹기를 꺼려하기 때문이고, 또 이런 아이들이 한두 명 있다 보면 많이 몰려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은 누나는 그 매장에 필요한 그릇을 씻어 주거나, 물을 떠다 주면서 주인의 일손을 도왔고, 국수집 주인은 그런 자매를 가만 놔두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손님이 남긴 국수 국물이라도 만족하면서 먹고 살았는데요, 그것마저 두 자매는 오순도순 나누어 마셨고, 어쩌다 건더기를 발견하면 서로 먹으라고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먹었습니다.  

손님들이 두 자매의 처지를 알고, 국수 한 그릇 사 줄때도 있는데요, 그때마다 작은 누나는 먹지 않고, 봉투에 담아 두어 밤이나 아침에 먹곤 했습니다.

두 자매는 국수 가계 주인이 집에 가면 그 가계 안에서 자곤 했는데요, 여기저기서 얻어온 자루나, 옷가지 들을 깔고, 낡은 판자 사이로 들려오는 작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냉정한 밤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혁철이가 작은 누나에게 물었습니다.

(누나 아버지 언제 죽었던가?  날짜 기억하니?)

그러자 작은 누나는 (글쎄 아버지가 언제 죽었나. 겨울 이였는데, 날짜는 언니가 알거야.)

머리를 옆으로 돌리며 한쪽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혁철이는 물었습니다.
(아버지 보고 싶다,) .... ........!

(혁철아 누나랑 같이 아버지한테 가보까?) 작은누나가 혁철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습니다.

(응. 아버지 좋아하는 농태기 가지구 가자! ) 혁철이가 다그치듯이 대답했습니다.
작은 누나가 물었습니다. (농태기...? 그게 머야?)

(어//// 그것두 모르니?  거 우리 옆에 동네 술집에서 파는거지,) 꾸짖듯 혁철이가 대답했습니다.

작은 누나는 활짝 웃으면서 (술 말이니?...) 하고 되 물었습니다.
(응, 아버지가 맨날 날보구 농태기 가져 오라고 했재, 그래서 나두 그때 알았다) 손으로 흉내를 내면서 혁철이가 말했습니다.

작은 누나는 한참 혁철이를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혁철아 배고프지 않니?  국수 먹으까?)
혁철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습니다.
(작은 누나 만세! 누나 난 작은누나가 진짜 좋다.)

작은 누나는 국수가 담겨있는 봉투를 펼쳐 혁철이 앞에 내밀었습니다.
혁철이는 국수를 한입물고는 우적우적 먹으면서 누나에게 봉투를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두 자매는 아무도 모르는 캄캄한 국수매장 한쪽 모퉁이에서 오손도손 형편없지만 그래도 맜있는 손님들이 먹다남긴 국수 찌꺼기를 먹고 있었습니다.

네 그럼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구요, 다음 이야기는 “꽃제비는 말한다.” 3부에서 계속 이어지겠습니다. 다음 주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