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옥같은 보금자리 노동단련대 감방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앉아 있을 때면 반장이라는 놈도 심심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그는 우리 매 사람들에게 무슨 죄를 범 했는가?고 묻고, 그 행동에 대해 연극을 시켰다.
 
먼저 나무를 도둑질하다가 붙잡혀 온 사람의 연극이 시작되었다. 그는 톱과 도끼를 어깨에 메는 시늉을 하고, 나무를 톱질 하는 연극을 펼쳤다. 그러자 옆에 앉아서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쏟아 냈다. 하지만 반장은 우리들에게 웃는 권한을 주지 않고, 웃고 있는 사람들을 회초리로 때렸다.
 
우리 들 속에는 강간을 하다가 잡혀 온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에게도 강간하는 모습 그대로를 재현 시켰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면서 하지 않으려고 하였지만 반장의 구타에 어쩔 수 없이 강간 당시의 모습을 재현 했다. 허나 어딘가 모르게 방장 보기에 마땅치 않은 것인지, 반장은 계속 해서 자세를 수정하면서 하기를 권했다.
 
다음은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두만강의 얼음판을 이용하여 중국으로 넘어가는 연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문 앞에서 맞은 켠 벽까지 걸어갔다. 그러자 반장이 고함을 질렀다.
 
“야 이 새끼야 머리를 쳐들고 걸으면 재미없잖아, 그리고 네가 실지로 중국 넘어갈 때에는 얼음판위를 엎드려 기어가지 않았어?”
 
방장의 말에 하는 수 없이 찬 바닥에 배를 붙이고 엉기적엉기적 기어가자 잘했다고 하며 자리로 가라고 한다.
 
반장은 모든 사람들에게 연극을 하게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이번에는 여자들이 머무는 방에 들어가서는 두 시간이 되어도 나오지 않았다.
 
며칠 후, 또다시 몇 명의 사람들이 잡혀 들어왔다. 그 속에는 중국에서 돌아다니며 밥을 빌던 내 또래로 보이는17살의 아이가 있었는데 두 다리가 동상이 걸려 지금 썩어 들어간다고 한다.
 
그 아이의 곁에 가도 썩는 냄새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매일 저녁 나이가 어린 관계로 하여 그 아이와 친구가 되어 그 아이의 발을 천으로 감싸주면서 그의 썩어가는 발을 볼 수 있었다. 발끝은 꺼멓게 살이 죽어 있었고, 고름이 흐르고 있고, 발가락은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는 매일 저녁 내 옆에서 잠을 청했지만, 밤에는 늘 아픔의 신음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의 그의 신음소리를 싫어했다.
 
반장도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나도 동상 걸린 아이의 신음소리가 싫어 이렇게 발이 썩어가고 있는데 왜 병원에 보내지 않는 가고 혼자 소리로 중얼 거렸다.
 
아마도 병원에 가도 약이 없고, 죄를 진 사람들에게 제공할 약이 아깝다는 경찰들의 선택으로 여기에 온 듯하다.
 
나는 새로 잡혀 들어온 사람들로 하여 문 옆에 있던 나의 잠자리는 안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동상으로 발이 썩어가는 아이도 내 옆으로 해서 안쪽으로 잠자리가 배정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명이 잡혀 들어오면 몇 명은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이송되기도 한다.
 
밤이 되면 나중에 들어온 30대 40대 사람들이 문 옆에 있는 잠자리에서 추위를 이기지 못해, 나와 동상 걸린 아이의 잠자리를 뺏으려고 노력했다. 그때면 나는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야~이 개새끼야! 이거 내 자리야 늦게 들어와 가지고 남의 자리 탐내지 말라! 나도 그 자리에서 며칠을 떨면서 잤어.”
 
나의 고함 소리에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깨여나는 것이 두려워 아무소리도 하지 못하고, 머리만 한 때 때리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노동단련대속에서는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나이 차이란 있을 수 없다. 강자가 약자를 먹는 약육강식의 세계이기도 하다. 나는 나이가 어린 관계로 하여 약자의 편에 있다. 허나 나에게 약자의 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유란 오직 이곳에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 밖에는 없다. 새로 온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늘 약자의 편에서 강자들에게 먹히면서 살아왔다.
 
양육강식의 세계에는 예절도 나이도 모든 것이 필요 없다. 이기는 것은 오직 강한 권세와 힘,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동요 할 수 있게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것이다.
 
어느 덧 노동단련대에서의 한 달이 흘렸다.
 
밤 10시경, 반장이 나를 부르는 것이다. 밖에 나가보니 소장이 지금 조사를 한다면서 나를 소장의 방으로 데려간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40대 중반으로 되 보이는 소장이라는 사람이 경찰 제복을 입고 무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는 것이다. 여기서 한 달 동안의 모진 시달림으로 하여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무서워 졌고, 경찰의 눈길은 더 더욱 무섭다.
 
“야 임마! 너 집 어디야?”
 
경찰은 처음부터 큰 소리로 나에게 위협을 주며 물어본다.
 
“청진입니다.”
 
“청진 어디?”
 
“청진 ***구역, *** 동입니다.”
 
“너 몇 살이야 ?”
 
“15살입니다.”
 
“너 부모는 뭐하니?”
 
“모두 돌아갔습니다.” “
 
야 이 새끼야 그런데 너 왜 여기 있는 예전 조사 기록하고 다른 거야?”
 
예전에 나는 군인들의 물음에 모든 주소를 거짓으로 말했다. 하지만 오늘에 와서야 그 주소가 떠오르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주소를 말했다. 하지만 소장은 이전과 현재의 주소가 다른 것으로 하여 나를 믿지 않았다.
 
“야 이 새끼야 맞아 죽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말해”
 
한 순간 나는 공포감이 휩싸이면서 어떻게 이 순간을 모면해야 할지 근심이 앞섰다. 이에 나는 입안에 있던 침을 모아 입안 바깥으로 질질 흘리면서 대답했다.
 
“그그그그그그거 이이이 있잖습네까. 군대 새새새끼들하고 안전원(경찰) 새새새끼들이 막 때리면서 말해라고 해서 잘못 말핸겁니다. 때리지 마세요요”
 
나는 대답을 하면서 군대 새끼와 안전원(경찰)새끼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이야기함으로서, 선군정치를 주장하는 김정일의 밑에서 권리를 누리는 하늘같은 군인과 경찰에게 아무 말이나 마구 하는 바보 같은 이미지를 소장에게 심어 주려고 노력했다.
 
나의 생각이 먹힌다면 아마도 소장도 경찰이기에 경찰 앞에서 경찰을 욕하는 것은 그를 진정으로 욕하는 것보다 아무 말이나 마구하는 바보로 인식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더러워, 야 이 머저리 같은 새끼야 나 가”
 
소장은 나의 말에 먹힌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입 밖으로 하여 바닥에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침이 더러워서 인지, 나더러 나가라고 고함지른다.
 
아마도 이 순간은 모면 한 것 같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방장이 문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또다시 지옥 같은 방에 끌려가는 동안 나는 1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당시에 나는 중국으로 넘어가다가 잡혔고, 경찰은 내가 15살이라는 말을 믿고 노동단련대로 보내지 않고, 고아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15살이라고 말해도 경찰은 나의 나이를 믿는 것을 중점에 두지 않고, 내 몸에서 나온 돈의 행방, 그리고 사진의 행방이 궁금한 것이다.
 
그리고 반장과 함께 나의 잠자리로 가능 동안 몇 번이고, 이놈을 죽여서 탈출하고 싶은 생각을 하였지만 몸집이 작고 나이가 어린 내가 그를 넘어뜨릴 능력이 없어 그의 손에 이끌러 방에 들어갔다.
 
(다음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