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들어왔다. 그는 우리더러 옷을 벗으라는 것이다. 방안은 한 칸, 남녀가 따로 옷을 벗을 공간은 없다. 오직 방 하나를 이용한 공간에서 남자는 팬티, 여자는 팬티와 브라자만 남기고 모두 벗어버렸다.
 
벌거벗은 몸이나 다름없는 우리는 구석에서 몸을 떨고 있고, 여러 명의 경찰과 노동단련대 반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우리가 벗어놓은 옷들을 하나하나 찢어가면서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칼과 가위를 이용해 옷에 달린 단추와 쇠붙이를 모조리 뜯어내고 있었다. 사방에서는 천 찢는 소리가 들리고, 옷의 주인들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찢겨져가는 옷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 후, 모든 일을 마무리 한 경찰은 찢겨진 옷들에서 자신의 옷들을 찾아 입으라고 한다.
 
찢겨진 옷을 입은 남녀 모두는 조금 전하고 다른 거지의 모습을 하고, 나란히 경찰의 명령에 따라 일렬종대로 줄을 섰다. 그리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동단련대 반장의 지시 하에 단층 건물인 우리의 쉼터로 들어갔다.
 
방안의 잠자는 곳은 1층, 2층으로 하여 나누어져 있고, 바깥쪽에는 남자들의 잠자는 공간이고,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자들의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자들이라 특별한 혜택이 차려지는 것이 아닌, 잠자리는 남녀가 똑 같았다.
 
또 방안에는 이미 60명가량의 사람들이 썩은 발 냄새와 또 다른 이상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코를 막을 수도 없다. 앞으로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이곳의 삶이 익숙해야 할 것이고, 코를 막는다면 무서운 매질을 피할 수 없다.
 
경찰이 나가면서 밖에서 문을 잠그자 반장이라는 사람이 오늘 새로 들어온 우리들 앞으로 다가 와서 앞으로 여기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다.
 
“새벽 5시 기상하여 김정일 장군님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다짐해야 한다. 그리고 아침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 갈 때에도 김일성동지와 김정일 장군님의 교시를 외쳐야 한다. 방에 들어 갈 때 반드시 하나, 둘 자신의 번호를 외치고, 방에 들어가서는 두 무릎에 손을 얹고 앉아 있어야 한다. 말하거나 무릎에서 손을 내렸을 때에는 가차 없이 때린다. 알겠는가?”
 
“네, 알겠습니다”
 
나의 자리가 배정되어 나는 두 무릎에 손을 얹고 앉아 있었다. 한 시간은 괜찮게 흘러 보냈지만, 움직이지 않고 손만 올려놓고 있으려니 허리가 아프고 온몸이 쑤셔났다. 이에 몸을 조금 움직이자 나를 보고 있던 반장이라는 놈이 길고 약한 회초리로 내려친다. 날카로운 회초리에 나는 아픔을 호소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몇 시간이 흘렀다. 반장은 오늘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모두 앞에 나오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앞에 나가자 새로 들어온 신고식이라고 하여 뽐프질(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처벌) 500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오늘 새로 들어온 남녀 모두는 힘겹게 500개의 뽐프질을 마쳤다. 이번에는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100개를 추가 시켜 다시 실시했다. 이렇게 노동단련대의 첫 날이 흘렀다.
 
.....
 
새벽 5시가 되자 반장이 모든 사람들을 깨웠다. 그리고 새벽 운동으로 밖에 나가서 달리기를 하라는 것이다.
 
힘겹게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노동단련대 마당을 몇 바퀴 돌았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려고 하자, 김일성의 교시를 외워야 한다고 한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습니다. 법을 어긴 사람은 누구나 법적 제제를 받아야 합니다. 공민은 누구나 다 법적제제를 받아야 하며 자기 잘못을 고치고 새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곳에서 살아나갈지 죽어서 나갈지 모르지만 잘못을 뉘우친다면 나에게 차려지는 새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나에게 물어봐도 그것의 의미는 모른다. 새 사람을 살려고 해도 살수가 없다. 새 삶을 살게 나에게 터전을 만들어 다오. 나는 혼자서 속으로 외치면서 사람들의 소리에 맞추어 소리높이 김일성 교시를 외쳤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 그러자 반장은 외울 때까지 방에 들어가지 못한다며 입고 있던 옷을 벗기게 했다.
 
사람들은 추위에 몸을 떨며 무조건 김일성의 교시를 외워야 방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외우고 또 외웠다.
 
그렇게 십 여분이 흘러서야 새로 들어온 모든 사람들은 김일성의 교시를 외울 수 있었다.
 
방으로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은 한명, 두 명 자신의 번호를 부르고 숫자를 불렀다. 그러나 반장이라는 놈은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하여 숫자 뒤에 ‘명’이 아닌 ‘마리’라는 짐승을 세는 단위를 넣어 부르게 했다.
 
하지만 날씨도 춥고 방에 들어가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우리를 짐승취급 하고, 사람으로 보지 않아도 우리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번호 뒤에 ‘마리’를 붙였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아침을 먹는 시간, 식당은 따로 있었다.
 
몇 숟가락 밖에 되지 않는 옥수수 껍데기와 썩어 놓은 옥수수 가루 밥에 그릇 밑바닥에 모래가 5분의 1정도 깔리는 시라지 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잠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잠자리에 돌아왔어도 편안히 누워있지도 못한다. 두 무릎에 손을 얹고 앉아 있어야 한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후가 되자 우리에게 또 다른 활동이 차려졌다.
 
한 줄에 5명, 그리고 앞에 남자 두 줄, 뒤에 여자 세 줄, 앞에 남자 두 줄이 나가면서 구령을 외친다.
 
<위~대~한~수령~김~일~성~동지~만~세~~>
 
뒤 따르던 세 줄의 여성들도 이어서 외친다.
 
<만~세~~만~세~>
 
이것 또한 제대로 못할 때에는 몇 시간이고 반복해야 하며 그래도 못할 때에는 삽 뒤 등으로 마구 때리기도 한다.
 
그렇게 또다시 하루가 흐른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우리가 향한 곳은 어느 낯모를 공장, 우리가 할 일은 중국산 대형 트럭에 실려 온 비누원료를 하차 하는 것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농촌들에도 크게 일할 거리가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공장들에 불려 다니며 무보수 노동을 하고 있다.
 
우리를 감시하고 지키는 경찰은 2~3명, 하지만 우리와 똑같은 죄목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경찰의 신임을 얻어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그들은 10명 정도이며, 10명의 사람들이 80명의 우리를 감시하고, 제대로 하지 않을 때에는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때렸다.
 
삽이면 삽, 몽둥이면 몽둥이, 회초리면 회초리, 아무런 이유도 없다. 단지 자신의 눈에 거슬리거나 꾸물거리면 매질을 한다. 보통 회초리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유는 몽둥이보다 아픔이 크기 때문이다.
 
하루는 새벽 2시에 반장이 잠자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깨웠다. 잠결에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석탄과 나무가 두 대의 자동차에 실려 왔다.
 
두 조로 나누어져 한 조는 나무를 하차하고 한조는 석탄을 하차하기로 하였다. 나는 나무를 하차하는 조에 포함되어 작은 통나무를 들고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갑을 끼지 않는 손이 얼어 터질 것 같아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한 손을 이용하여 작은 통나무를 날랐다.
 
나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반장이라는 놈이 다가 왔다. 그리고 그는 무작정 손에 들고 있던 삽으로 나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순간 나는 머리의 어지러움증을 느끼며 넘어졌다. 머리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반장은 아랑 곳 하지 않고 쓰러져 있는 나를 마구 발로 짓밟은 후에야 다른 사람들을 시켜 방에 데리고 들어가라고 한다.
 
머리에서 나오던 피는 금방 굳어 버리고, 아무런 약도 바르지 않았지만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