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부터 나는 일반 시민에서 중국에 갔다 온 이유로 하여 사회의 쓰레기가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쓰레기와 같이 나쁜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쓰레기와 같은 인간은 살인, 강간, 강도와 같은 인간으로써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쓰레기 인줄 알았다. 하지만 나 자신이 오늘 부로 사회의 쓰레기가 된 것이다.
 
나는 비록 사회의 쓰레기와 같은 범죄인 인신매매를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양자 간의 합의 하에 이루어 진 것이었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한 인신매매에 대해 큰 죄책감이 없었고, 나 자신을 사회의 쓰레기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내가 여기 잡혀 들어 온 것도 인신매매로 하여 잡힌 것은 아니다. 단지 중국에 갔다 왔다는 이유로 하여 잡혀 온 것이고, 내 입에서 인신매매를 하였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지만 이들은 나를 사회의 쓰레기로 부르고 있다.
 
또한 예전에 나는 감옥에 가는 사람들은 진짜로 악한 짓을 하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사소한 일에도 감옥에 갈수 있고, 사회의 쓰레기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나는 이왕 사회의 쓰레기가 된 거 쓰레기처럼 살고 싶었다.
 
“내가 왜 쓰레기야? 너 개새끼가 쓰레기다”
 
나는 장교를 향해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날아 올 것만 같은 주먹이 두려워 마음속으로 외쳤다.
 
“쓰레기 같은 새끼, 개새끼, 천벌 받을 새끼”
 
또다시 독방에 갇혔다. 그리고 하루가 흘렀다. 바깥과 다름없는 방은 나의 몸을 얼리지 못했다. 아니 정신을 가다듬고, 잠도 자지 못하며 추위와 공포의 두려움으로 싸우는 것에 몸은 얼지 않은 것이었다.
 
문이 열렸다. 군인의 손에 이끌려 나는 5시간을 걸었다. 도착한 것은 자그마한 도시 회령시, 그들은 나를 이곳 안전국(경찰서)에 이송하고 자신의 본거지로 돌아갔다.
 
그 곳에는 이미 열대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려니 옆방에 있는 경찰이 어디선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몇 명 더 옵니까? 아! 지금 중국 세관을 넘어 온 다구요? 그럼 기다렸다가 여기 있는 놈들하고 함께 노동단련대 보내면 되겠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때에 비로소 내가 노동단련대에 간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도망칠 쥐구멍도 없다. 여기는 경찰서 구류장이니까.
 
세 시간이 흘렀을까? 밖에서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경찰이 들어 왔다.
 
“야 이 간나 새끼들아 밖으로 나와”
 
경찰의 이야기에 모두들 하나같이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중국에서 잡혀 세관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일곱 명 정도 있었다. 아마도 우리와 모두 합하면 스물 명은 될 것 같았다.
 
잠시 후 경찰이 우리에게 소리쳤다.
 
“야 이 쌍 간나 새끼들아 이제부터 바지의 혁띠(벨트)를 풀고, 신발 끈을 모조리 푼다. 그리고 신발은 꺾어 싣는다. 알았나?”
 
“예엣”
 
모두들 하나같이 씩씩하게 대답하며 신발 끈을 풀고, 벨트를 풀었다. 바지는 흘러내리고 신발은 계속 벗겨질 것만 같았다.
 
경찰이 우리들의 벨트와 신발 끈을 풀고, 신발을 꺾어 신으라는 이유는 탈출을 방지하기위한 그들만의 수법이었고, 방식 이었다.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은 풀었던 벨트와 신발 끈을 한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흘러내리는 바지를 붙잡고 있으려니 경찰이 다가와 신발 끈을 이용하여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손을 묶었다.
 
한손은 다른 사람과 묶여 있고, 한손은 흘러내리는 바지를 붙잡고 있으려니, 경찰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 기다란 포승줄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그것으로 두 사람씩 짝을 지운, 매 쌍(双)들을 연결하자 모든 것이 마무리 되었다.
 
“야 이 간나 새끼들아 이제부터 우리는 걸어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노동단련대 까지 뛰어서 30분 안에 도착해야 할 것이다. 날씨가 추우니깐 열심히 뛰어야 춥지 않다. 그리고 뒤처지는 새끼는 죽는다. 간나(여자)들이건 영감탱이건 죽고 싶지 않거든 무조건 뛰어라!”
 
“예엣”
 
경찰의 엄포에 모든 사람들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우리는 노동단련대로 뛰어갔다.
 
우리의 앞에는 여섯 명의 경찰이 있고, 뒤에도 여섯 명의 경찰이 있다. 뛰어가는 사람들은 장갑도 끼지 않은 손을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에 노출시키고 있다.
 
우리를 이송하는 경찰들은 무릎 밑으로 내려가는 짙은 녹색의 경찰 외투를 입고, 손에는 두툼한 장갑을 착용했다.
 
달리는 사람들은 숨이 가빠 헐떡거리고, 넘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어서 경찰의 욕설도 뒤따른다.
 
“야 이 간나(여자)야!”
 
“이 새끼(남자)야!”
 
“이놈의 염감탱이(할아버지)!”
 
“빨리 뛰지 못하겠어?”
 
“빨리 일어나 이 개 간나야!”
 
열두 명의 경찰들의 욕설과 엄포는 우리들을 두렵게 만들고, 그들의 엄포가 무서워 우리는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노동단련대에 도착했다. 담장은 어른 키 170 정도 되고, 담장 안에 는 세 개의 단층건물이 있다.
 
우리는 노동단련대 경찰들에 이끌려 단련대 소장의 방에 들어섰다. 방안은 뜨거운 난로로 하여 열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영하 20도의 추위에 손이 노출되고, 몸이 얼어붙어 있기에 손과 몸이 이상하게 후끈 거리고, 간지러웠으며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했다.
 
경찰은 우리를 연결한 포승 끈을 풀었다. 그리고 손에 묶인 신반 끈은 각자 알아서 풀라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손이 얼어 있고, 벌겋게 부어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을 놀려 팔목에 묶인 신발 끈의 매듭을 푸는 것은 불가능 그 자체였다. 매듭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힘을 주자 전기에 통하는 듯 한 느낌으로 하여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아픔이 느껴왔고, 나도 나도 모르게 아픔을 호소했다.
 
“야 이 쌍 간나 새끼들 조용하지 못 하겠어”
 
경찰의 한마디에 주위가 조용해지고, 사람들은 팔목에 묶인 신발 끈을 풀고 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풀 수 없어, 모두가 이발을 이용하여 풀고 있다.
 
나도 이발을 이용하여 끈을 풀며 많은 생각을 했다. 북한 사회의 인민은 경찰이 가장 무서운 존재로 생각한다. 경찰들의 손에 이송되기 전까지 국경군인들은 나에게 장갑이나 또는 손이 시리면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있는 배려를 해주었지만 경찰은 우리가 여기에 오기까지 아무런 인간으로서의 배려도 없었고, 심지어 장갑을 끼고 있는 사람들도 장갑을 벗게 하였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는 권한은 더더욱 주지 않았다.
 
(다음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