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함경남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을 하던 박남표는 영웅이다. 그의 ‘업적’과 ‘위훈’은 자신의 친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인 것. 6.25전쟁 시기 인민군에 입대했던 그는 미군과 한국의 북진 당시 두만강까지 쫓겨 갔다가 내려오던 중 고향마을에서 ‘치안대(미군 점령지에 조직됐던 반공 치안단체)’에 가담했던 친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였다.

천륜을 거역한 그는 응당 지탄을 받아야 할만치 불행한 인간임이 틀림없었으나, 후에 그는 북한에서 ‘유명한 투사’로 둔갑해 영웅칭호까지 받았다. 그는 ‘영광스럽게’ 김일성의 ‘교시’를 받았다. “계급투쟁을 하려면 박남표 동무처럼 해야 합니다”

김정일 독재정권은 그를 원형으로 영화까지 만들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가 훌륭한 사람으로 가공됐지만, 박남표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미욱한 편이라고 한다. 그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그 일화란 그가 아내가 없는 사이 부엌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 개죽을 먹었다는 이야기이다. 아내는 항상 그가 좋아하는 비빔밥을 해주곤 했는데, 어느 날 아내가 없는 부엌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이 밥솥의 비빔밥이 아니라 밥솥 옆 개죽 솥에 끓여놓은 개죽을 한 냄비 먹었다는 것이다.

필자도 불미스러운 일로 그와 한 번 부딪힌 기회가 있었는데, 우격다짐이 체질화된 그를 보며 ‘제 아비를 총으로 쏴 죽인 그 성격이 갈 데 없다’는 생각을 속으로 해보았다.

북한에서 70년대까지의 영웅들은 대체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총잡이들, 80년대 이후의 영웅들은 김父子를 신처럼 생각하고 타오르는 불속이나 회오리치는 물속에 뛰어들어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목숨 바쳐 구해낸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더 큰 공통점은 그들이 고유하고 독자적인 인간의 판단력을 잃어버린 정신적인 노예들이라는 것이다.

진선락 기자 dmsgur325@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