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필자는 북한에서의 여행 도중 한 군인(함흥 출신)을 사귀게 되었는데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집에 있을 때에는 하루 죽 한 끼도 겨우 먹고 살았는데 그러다가 군대에 나가니 살 것 같더군요. 군대라는 것도 굶주림은 비슷하지만 고양이 밥 같은 것이라도 하루 세 끼는 주니 군대에 나와서 살이 쪘어요”

경제난이 휩쓰는 북한 사회에서 굶주림과 가난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고달프게 살아가는 주민들. 그들의 제일 큰 설움과 근심은 자식들이 아사(餓死)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 그 속에서 부모들에게는 자식이 군대에 나갈 때를 기다리는 기상천외한 심리도 생겨났다.

군대에 나가도 고생과 굶주림에 시달려야 하지만 아사 위협은 군대가 사회보다 덜하다는 것, 어차피 한 번은 군대에 나가야 한다는 것. 그러한 사회적 현상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주민들 속에서 ‘아들이 차라리 군대에 나가면 아사위협을 면할 수 있어 좋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가정들에서는 입을 하나 덜어 좋다’는 생각이 만연하게끔 만든 것이다.

“아들이 군대에 나가면 우리 집도 (식량사정이) 좀 나아지겠지”

“우리 첫째 아들이 군대나갈 때 까지만 고생하면···”

이런 말은 지금 북한 어느 곳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여러 층. 생활수준이 괜찮은 간부들이나 여유를 가지고 사는 가정들에서는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고 많은 애를 쓰고 있다. 그들은 군대에 나간 자식들도 뇌물 혹은 인맥을 통해 다시 집으로 데려오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군대는 아사 위협과 사고 위험에 항시적으로 노출된 사지(死地)판.

하지만 지금 북한에서 생활수준이 괜찮거나 여유를 가지고 사는 가정들은 극소수. 굶주림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것이 “반갑지는 않지만 굶주림을 에도는(면하는) 한 가지 ‘대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군대 밥을 ‘공짜 밥’이라고 말한다.

진선락 기자 dmsgur325@hotmail.com